에세이
1년에 딱 하루, 선을 넘지 않은 거짓말들은 성인군자가 아닌 누구여도 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만우절이다. 만우절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매년 속아 넘어가는 일이 빈번한 나였다. 속고 속이는 날이 하루쯤 존재하는 덕분에 웃음을 유발하게 해주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기억나는 만우절이 하나 있어서 적어본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당시 친구들이 야심 차게 만우절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대부분 다 호응을 해주었다. 어떤 일이든 다수가 동조해야 성공적이다. 부모 세대와 비슷하게 책상과 의자, 교탁을 죄다 엎어두고 선생님을 맞이하며 본격적으로 만우절을 즐기기 시작했다. 수학 시간에는 듬직한 한 친구가 교사인 것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당연히 선생님이 웃으며 들어오실 거란 예상과 다르게, 선생님이 수줍게 사과하며 문을 조용히 닫고 방황하시던 모습을 보며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역사 시간에는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를 맞추어 교실 문을 기준으로, 2줄로 줄을 서 "주상전하 납시오."라는 말에 맞추어 절을 하기로 정했다. 절을 하기도 전에 선생님은 주상전하 소리를 듣자마자 도망가셨다. 반응도 빠르셔라.
공부만 하다가 이런 기념비적인 날도 있어서 즐거웠다. 이 맛에 만우절을 즐긴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억에 나는 만우절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쁜 날이다. 기업의 마케팅이나 유명인의 장난, 깜짝 놀랄만한 거짓 소식 등 모두가 진심으로 즐기는 이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건전하고 훈훈한 만우절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영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