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강에서 발견한 역사의 역풍

by 건강한 오후

책 정보:

- 제목: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

- 출판일: 2025년 9월 29일

- 장르: 인문


페달을 밟는다.

남강변 20km, 바람이 거세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내 직장 인생은 그 진보의 역설이었다.


1998년 봄, IMF 여파로 동료들이 떠났다.

2010년, 팀장이었던 나는 1차 구조조정 명단을 작성했다.

2020년, 그 명단에 내 이름이 올랐다.


산업혁명이 나를 고용했고, 디지털 혁명이 나를 밀어냈다.

그 사이 나는 혁명의 집행자였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것을 400년 역사로 증명한다.

네덜란드 무역이 스페인을 무너뜨렸고, 영국 공장이 수공업자를 지웠고, 실리콘밸리가 중산층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했다.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는 말한다.

혁명은 항상 반혁명을 낳는다고.

집행자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금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이것이 나의 반혁명이다.


자카리아는 세 개의 혁명을 추적한다.


17세기 암스테르담.

주식회사가 탄생했고,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스페인 제국은 무너졌다.

그러나 부의 집중은 새로운 분노를 낳았다.


18세기 런던.

증기기관이 돌아갔고,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수공업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러다이트는 기계를 부쉈다.

진보의 이면이었다.


20세기 실리콘밸리.

세계가 연결되었고, 정보가 흘렀다.

중산층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카리아는 이를 "자주의의 역설"이라 불렀다.


가장 성공한 이념이 스스로를 파괴한다.


1998년 봄, 나는 혁명의 목격자였다.


회사는 매일 누군가를 불렀다.

인사팀 앞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동료들은 짐을 싸며 물었다.

"우리가 뭘 잘못했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산업화 시대가 우리를 고용했지만, 세계화라는 이름의 역풍은 우리를 가리지 않았다.


2010년, 나는 혁명의 집행자가 되었다.


팀장으로서 1차 구조조정 명단을 작성했다.

엑셀 시트에 이름을 입력하고, 지우고, 다시 입력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나는 동료들을 지웠다.


그때 나는 이것을 '구조조정의 공정한 절차'라고 믿었다.


10년 후 나 역시 그 '공정한 절차'의 대상이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공정함은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만 공정했다.


명단을 작성하며 나는 내 미래를 쓰고 있었다.


2020년, 나는 혁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퇴직 통보를 받았다.

AI와 자동화가 내 자리를 대체했다.

25년 직장 생활은 한 장의 퇴직금 명세서로 끝났다.


1998년 동료들처럼, 나도 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 책에서 답을 찾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역사는 파동이고, 우리는 그 골짜기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자카리아는 경고한다.

"동력을 멈추면 배는 조류에 밀려 후퇴한다."


이제 나는 매일 남강 자전거길을 달린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깨닫는다.

진보는 끝없는 오르막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을.

자카리아가 말한 대로, 진보는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거친 파도 위의 배다.


매일 페달을 밟고, 브런치에 문장을 쓰고, 작은 진보를 기록한다.

이것이 내가 찾은 노 젓기다.


2010년 내가 작성한 명단은 지울 수 없다.

2020년 내가 받은 퇴직 통보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역사가 파동이라면, 나는 지금 다음 파도를 준비하고 있다.


자카리아는 묻는다.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나는 답한다.

역사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진보한다고.


퇴직 후 첫 에세이를 발행한 그날, 나는 알았다.

혁명의 역풍 속에서도 개인의 문장은 남는다는 것을.


페달을 밟는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