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멈칫거리며, 그래도 둔다

by 건강한 오후

책 정보:

- 제목: 인터메초

- 저자: 샐리 루니

- 출판일: 2026년 2월 5일

- 펴낸곳: 은행나무

- 장르: 소설



나는 이 소설의 독자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나이도, 불안의 모양도, 사랑하는 방식도 내 것이 아니었다. 샐리 루니의 소설은 늘 그랬다. 세대가 다르고, 속도가 달랐다. 그래서 펼쳤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읽을 때, 가끔 더 정확하게 보인다.


책을 덮지 못했다. 아버지를 잃은 두 아들이 말을 잃는 순간에.


소설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부터다. 형 피터는 변호사다. 약물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면서, 낮에는 완벽하게 기능한다. 동생 아이번은 체스를 둔다. 그에게 감정보다 수가 먼저다. 아이번은 체스판 밖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다른 논리를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같은 상실 앞에서 서로의 언어에 닿지 못한다. 루니는 형제의 멀어짐을 사건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찾는다.


루니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그 일이 각자의 안에서 번지는 방식을 따라간다. 읽는 내내 서두를 수가 없었다. 제목 '인터메초'—음악의 간주곡이자 체스의 예상 밖 한 수—가 포착한 것은 바로 이 상태다. 무엇이었던 우리가 다른 무엇이 되어가는, 이행의 시간.


피터와 아이번이 충돌하는 장면에서 나는 잠시 책을 내려놓았다. 위로하려는 말이 상처가 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오해로 끝났다. 그런데 피터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해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나 역시 오래 다른 언어로 살았다. 감정이 필요 없는 자리에서 25년을 보냈다. 은퇴 후 처음 빈 오전을 마주했을 때, 나는 보고서를 쓰듯 첫 줄을 시작했다가 지웠다. 다시 썼다가 또 지웠다. 그것이 말을 건네는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런데 루니의 두 형제는 이해에 실패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은 채, 그래도 같은 방에 앉는다. 연결은 이해의 결과가 아니었다.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왔다. 내가 처음으로 다른 언어를 찾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루니는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는다.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도 않는다. 전부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리던 피터가 아이번과 화해의 실마리를 찾고, 어쨌든 살아보자고 결심한다. 루니의 소설이 끝내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멈칫거리며 결국 다음 수를 두는 것, 그것이 인간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이 문장 앞에서 나는 오래 멈췄다.


이 소설은 상실 이후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다. 관계가 오래 서먹해진 사람에게, 무언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자신을 탓해온 사람에게. 샐리 루니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말을 거는 사람들을, 서툴러도 손을 뻗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루니는 그것만 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국 나는 이 소설의 독자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