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데이터까지 3화

유발 하라리의 세계와 '나'의 길

by 건강한 오후

넥서스』: 연결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저녁 러시아워의 지하철.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화면 속에 잠겨 있다. 옆자리 승객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화면은 그 손가락이 멈출 자리를 미리 알고 있다는 듯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을 밀어낸다. 나는 문득 묻는다. 이 연결의 바다에서, 우리는 정말로 '선택'하고 있는가?


지난주, 나는 유튜브가 추천해 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무심코 눌렀다. 5분짜리 영상을 하나 본 뒤, 또 다른 추천 영상을 눌렀고, 그렇게 세 시간이 흘렀다. 나는 정말 그 영상을 고른 것일까, 아니면 알고리즘의 정교한 덫에 걸린 걸까?


『넥서스』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이 보이지 않는 그물, 즉 네트워크의 속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영결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지만, 동시에 선택의 무력화라는 역설을 낳는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로 하여금 진정한 선택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작은 저항을 시작했다.


추천 영상 대신 검색창에 의도적으로 전혀 다른 키워드를 입력하기.

카페에서는 휴대폰을 뒤집어두고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의 맛에 집중하기.


아주 작은 훈련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데이터의 흐름을 거슬러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기분이 든다. 나는 여전히 작은 화면 앞에서 망설이고 길을 잃는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망설임과 저항이야말로 내가 데이터가 아닌, '나'로서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것을.




에필로그 : 인간다움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하라리의 세 권의 책은 하나의 긴 여정이다. 『사피엔스』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호모 데우스』는 우리가 어디로 가려하는지를, 『넥서스』는 그 교차로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긴 여정을 마치며 내가 붙잡은 하나의 통찰은 이것이다. 인간다움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매 순간의 비판적인 선택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유령 같은 것이라는 사실.


오늘 아침에도 알람이 울렸을 때 나는 망설였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까, 5분만 더 누워 있을까. 아주 사소한 망설임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자동적인 반응을 멈추고 질문을 던지는 바로 그 틈새, 그 멈춤의 순간에 인간다움이 깃든다는 것을.


하라리의 질문은 거대하지만, 그 답은 책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우리의 가장 작은 선택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야기를 그저 믿는 동물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는 동물. 그것이 내가 찾은 인간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