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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May 08. 2024

동방신기 - SM엔터테인먼트 판결문

‘동방신기’ 사건, 13년의 종속형 전속계약 (이른바 노예계약) 문제점


https://tvdaily.co.kr/read.php3?aid=1374657025545212010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277/0002886227






[서울중앙지법 2009.10.27, 2009카합2869]

https://www.law.go.kr/%ED%8C%90%EB%A1%80/(2009%EC%B9%B4%ED%95%A92869)



【판시사항】

장기간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연예인 전속계약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한 사례



【판결요지】

연예인이 소속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의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장기간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위 전속계약은, 연예기획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소속 연예인들에게는 지나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지워 그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본안소송에서 권리관계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위 신청인들이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므로, 피신청인에 대하여 본안판단시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 교섭·체결행위를 금지하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사례.


 

【참조조문】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민법 제103조



【전  문】


【신 청 인】

김재중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박교선외 4인)


【피신청인】

주식회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한위수외 5인)

 


【주 문】

1.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을 위하여 각 10억 원을 공탁하거나 위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피신청인은,


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신청인들의 방송·영화출연,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을 교섭·체결하여서는 아니 되고,


나.  방송사·음반제작사·공연기획사 등 제3자에게 피신청인이 관여하지 아니한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신청인들과의 관계 중단을 요구하는 등으로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신청인들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3은 신청인들이, 나머지는 피신청인이 각 부담한다.



【신청취지】


1.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청구사건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이 체결한 별지 기재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한다. 


2.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의 방송·영화출연, 콘서트 등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가.  방송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사 등 제3자와의 제반 계약을 교섭하거나 체결하는 행위,


나.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신청인들에게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연예활동을 요구하는 행위,


다.  방송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사 등 제3자에 대하여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금지를 요청하는 행위,


라.  기타 별지 기재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신청인들의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피신청인이 제2항의 명령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 1건당 10,000,000원씩을 신청인들에게 지급하라.



【이 유】


1. 사안의 개요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가.  신청인들은 2004. 1. 14. 1집 음반을 출시하여 공식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성 5인조 가요그룹 ‘동방신기’의 구성원들이고, 피신청인은 음반기획 및 제작·유통,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을 주요 업무영역으로 하는 대형 연예기획사이다.


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연예산업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피신청인은 연예인의 일정관리, 출연계약 중개와 같은 단순 보조업무를 넘어 장기적인 투자와 기획을 통하여 유망주를 직접 발굴·육성하고, 음반 등 작품의 제작·유통을 주관하며,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로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형성·유지하는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룹 ‘동방신기’ 역시 위와 같은 피신청인의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하여 육성된 사례로, 신청인들은 연예인 지망생 시기부터(신청인 김재중의 경우 약 3년, 신청인 김준수의 경우 약 6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게 된 현재까지 연예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피신청인의 전면적 관리에 의존하여 왔다.


다.  신청인 김재중은 2003. 5. 14., 신청인 김준수는 2000. 2. 12., 신청인 박유천은 2003. 6. 30. 피신청인과 각 최초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래 아래 표 기재와 같이 5차례에 걸쳐 계약 내용 중 일부를 변경하는 부속합의(이상의 최초계약 및 부속합의를 합하여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를 하였고, 현재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에 적용되는 이 사건 계약 내용 및 그 주요 변경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최초계약1차 

부속합의2차 

부속합의3차 

부속합의4차 

부속합의5차 

부속합의


신청인 김재중 2003. 5. 14.2003. 12. 3.2007. 2. 16.2007. 12.2008. 10. 29.2009. 2. 6.

신청인 김준수 2000. 2. 12.2003. 12. 3.

신청인 박유천 2003. 6. 30.2004. 1. 12.



2.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민법 제103조). 사적자치의 실현 수단인 계약 자유의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나.  앞서 본 기본적 사실관계를 비롯하여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 사정이 소명된다.


  1) 신청인들의 데뷔 무렵 이전부터 국내 가요계는 피신청인과 같이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을 분점한 소수의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들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이들 연예기획사들이 오디션 등을 통해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장기간의 훈련·준비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에 대한 주소비층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이미지를 구현하거나 직접 유행을 선도하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적 자질 못지않게 소속사의 명성이나 기획력 또는 홍보력 등 마케팅 능력이 가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고착화되면서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시장지배력은 점차 강화되어 왔다. 한편, 위와 같은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정착은 연예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연예인 육성·관리 등을 위한 투자비용 및 위험의 급증을 의미하고, 이에 연예기획사들은 투자비용 회수를 담보하고 이윤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이 사건 계약과 같이 소속 연예인과 사이에 다른 매니지먼트사를 통한 연예활동을 제한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약의 배경과 역할 구조의 특성상 전문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 환경에서 연예기획사가 가지는 거래상 지위는 전속계약의 상대방인 소속 연예인(가수)에 비해 구조적으로 우월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신청인들 역시 공식 데뷔 이전 여타 연예인 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의 조건인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선망하여 피신청인의 주도적 선택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최초 전속계약 및 1차 부속합의를 체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입지를 구축한 이후 체결된 나머지 부속합의 과정에서도 여전히 피신청인과 대등한 교섭력이나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피신청인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나 관련 소송에서의 법원 판결 내용을 반영하여 또는 신청인들의 입지를 감안한 시혜로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수정안을 구체적인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을 따름이다(따라서 위 부속합의 과정에서 신청인들은 피신청인과 대등하거나 보다 우월한 교섭력을 가진 협상주체였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계약의 효력기간(제2조)을 살펴보면, 최초계약 당시에는 데뷔음반 출시일로부터 10년이었던 것이 신청인들의 데뷔음반 출시일인 2004. 1. 14. 직전에(장기간 가수 데뷔를 위하여 노력하여 온 신청인들로서는 협상력이 최저점에 있었을 시기로 보인다) 체결된 1차 부속합의를 통하여 13년으로 연장되어, 계약만기일은 최단 2017. 1. 13.이 된다(신청인들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유로 인한 활동불가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까닭에, 군미필자인 신청인들의 군복무기간 등을 감안하면 계약만기일은 그보다 더 연장될 수 있다). 이러한 13년의 계약기간은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이 제시한 국내 가수의 전속계약 사례 중 극히 일부(피신청인 소속 가수인 보아와 유영진의 15년 사례 등)를 제외하고는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특히나 신청인들은 새로운 경향이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을 주요 팬층으로 삼는 소위 ‘아이돌 스타(idol star)’로서 유사한 성격의 여타 그룹이 밟아온 전례에 비추어, 다른 음악장르나 연예영역을 개척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현재와 같은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는 활동기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청인들이 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전성기 대부분이 이 사건 계약기간 내에 속하여 그 연예활동에 관한 모든 권리가 피신청인에게 귀속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3) 또한, 이 사건 계약에서는 피신청인의 계약 위반에 대응하는 신청인들의 계약해지권 내지 선택권 자체를 일절 거론하지 아니하고 있고, 피신청인과 합의해지를 하는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거액의 손해배상금 내지 위약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11조 제3항). 이는 피신청인은 계약된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사로 이관하여 사용할 수 있고(제3조 제10항), 타사에 신청인들에 대한 관리를 대행시킬 수 있으며(제4조), 신청인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따라 그 활동을 중지시키고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제11조 제1항, 제3항), 신청인들의 수익성이나 성실도에 따라 계약의 이행 여부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4) 한편, 이 사건 계약의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제11조 제2항, 제3항)에 의할 때, 신청인들은 계약을 해지하려면 피신청인에게 손해배상으로 총 투자액(홍보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 비용)의 3배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해 주어야 하는데, 이는 우선 그 규모 자체도 과다한 데다가 산정기준이 되는 ‘총 투자액’이나 ‘일실이익’의 개념도 주관적·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신청인들과 같이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여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소속 연예인일수록 그 배상규모를 확대시킴으로써 계약관계에서의 이탈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신청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의 손해배상예정액이나 위약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결국, 위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은 손해의 회복 내지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라는 본래의 목적 범위를 넘어서 오로지 피신청인의 수익 극대화에 기여하고자 신청인들이 이 사건 계약관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앞서 본 13년 이상의 계약기간 동안 신청인들을 피신청인에게 예속시키는 장치로서 그대로 용인되기 어렵다.


  5) 이에 관하여 피신청인은, 투자위험이 높은 업계 특성상 신인 발굴 및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업체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면 전속계약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손해배상액 예정을 통하여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히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결성된 ‘동방신기’ 그룹의 경우 안정적인 해외활동을 위하여서는 국내에서의 준비·검증 기간 및 해외 현지 에이전트사와의 장기계약[일본 활동을 위하여 현지의 에이벡스(avex)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와 체결한 에이전시 계약기간 7년]이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게 된 것이며, 수익분배 조건 역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신청인들에게 유리하도록 운영되어 왔으므로,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연예산업에 있어 초기에 신인을 육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중 소수만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됨에 따라 투자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계약에서와 같은 장기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투자위험 요소는 연예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재원형성과 위험배분에 관한 경영상 기법을 적용하여 상당 부분 분산·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소속 연예인의 성장 단계, 대중적 인기, 수익전망 등을 반영하여 계약 당사자 쌍방이 균형 있는 선택의 기회를 가지고 손익 배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나눌 수 있는 형태의 계약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앞서 본 국내 가요시장의 과점적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에서와 같은 강제된 장기 전속관계는 경쟁업체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규 사업자의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하여 피신청인과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따름이라 하겠다.


또한, 피신청인이 들고 있는 에이벡스(avex)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와의 에이전시계약의 체결시점, 기간 등에 관하여 별다른 소명이 없는 점에서, 과연 피신청인이 내세우는 해외 활동기간 확보 필요성이 이 사건 계약기간 13년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또한, 가사 피신청인 주장과 같이 국내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해외시장으로 이어가기 위하여서는 현지에서의 안정적 활동기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처럼 데뷔 이전 단계에서 최초 약정한 13년의 계약기간 동안 피신청인만 일방적으로 계약관계 운영의 재량을 가지고 신청인들은 추가협의나 계약관계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한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구조로 된 계약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전속계약의 특성상 연예인 개인의 활동의 자유에는 상당한 제약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의 내용 자체로 볼 때,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의 “인기 관리”라는 매우 추상적인 의무 및 일정에 대한 통보의무만을 부담하는 반면(제5조), 신청인들은 “활동에 대한 계약이나 약속을 개인적으로 할 수 없으며 작품활동과 연기에만 전념”하여야 하고(제1조), 피신청인이 지정하는 사람을 매니저로 받아들이고 제반 일정에 대한 관리 대행을 일임하고 피신청인 및 매니저가 요구하는 일정에 대한 출연 의무를 지며, 매년 2장 이상의 정규앨범을 제작하고 그에 따른 녹음 및 연예활동을 수행하되, 앨범 제작의 시기는 피신청인이 정하며 신청인들은 이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등(제6조), 권한과 의무의 배분이 적어도 계약 내용의 문면상으로는 현저히 균형을 잃고 있다고 보인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계약기간의 장기화가 긴요하다고 하더라도, 연예인 매니지먼트 계약은 단순한 고용관계나 용역제공 관계가 아니라 전인적인 활동 전반이 관리대상이 되는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과 관련하여서도 그 장래 비전과 계획, 그리고 해외 협력사와의 계약 내용 등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을 제공받고 해외진출에 따른 계약조건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은 이러한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함은 물론 매우 일방적인 구속관계로 구성되어 있어서 위와 같은 해외진출을 위한 장기계약의 필요성이라는 사유만으로 모든 다른 불균형 조건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


  6) 그 밖에 피신청인이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인 계약기간과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그대로 둔 채 신청인들의 입지를 감안하여 수익분배 조건을 일부 개선하였다 한들, 피신청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된 초장기 전속계약의 일방적 구조가 유지되는 이상 이 사건 계약의 내용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의 주된 골격은 피신청인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신청인들에게는 지나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지워 그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신청인들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른 전속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청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와 공연 및 출연 기타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의 중지를 요구하고, 나아가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의 관여나 개입 없이 별도로 하는 연예활동에 대하여 이의제기 기타 방해 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가 본안소송에서 확정되기까지 사이에 가처분권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 처분으로서, 이러한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는 당해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관계, 본안소송에 있어서의 장래의 승패의 예상,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연예인 전속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유지된다 할 것인데,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이 사건 신청 전후에 표면화된 갈등요인과 그에 대한 쌍방의 대처방식 및 행태를 보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매니지먼트 계약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 신뢰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계약의 유·무효를 논하기에 앞서 양자 간에 더 이상 정상적인 전속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연예시장에서 피신청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본안판단이 장기화될 경우 그 기간 동안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은 크게 제약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것은 계약관계의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넘어 신청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에 대해서까지 심각한 침해요소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 반면, 이 사건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발생할 유무형적 손해에 관한 피신청인의 주장은 대부분 소명이 없거나 부족하다.


따라서 본안소송에서 권리관계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신청인들이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할 보전의 필요성 또한 소명된다.


다.  다만, 이 사건 신청의 구체적 인용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신청인들이 부담하는 주된 의무인 연예활동은 일신전속적인 작위채무로서 타인에 의하여 대체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의 무효 또는 효력상실이 판결로서 확정되기 전이라도 신청인들이 그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외에 마땅히 그 강제이행을 구할 방법이 없는 점, 비록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전속관계가 유지되지는 아니하더라도 개별 사안별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개별 교섭을 통하여 현재와 같은 그룹활동을 계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기왕의 활동에 따른 수익배분 비율 등 이 사건 계약의 일부 조항은 가처분 단계에서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향후 필요한 정산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점, 그 밖에 보전처분 절차의 응급성·잠정성·집행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신청취지 중 피신청인에 대하여 본안판단시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 교섭·체결행위를 금지하거나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에 관하여 피신청인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방해행위의 배제를 명하는 것으로 신청인들의 권리보호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그 범위를 넘어서 본안판단에 앞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정지하거나, 피신청인의 신청인들에 대한 연예활동 요구행위 등의 금지를 명하거나, 또는 피신청인의 금지명령 위반에 대비하여 미리 간접강제를 명할 실익이나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주문 제1항 기재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9. 10. 27. 

재판장 판사  박병대

판사  이국현

판사  임효량





[서울중앙지법 2011.02.15, 2010카합1245, 결정]

가처분이익 (가요그룹 ‘동방신기’ 사건)



 채권자  

1. 김재중    

2. 김준수           

3. 박유천                   


 채권자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문용호, 박교선, 임상혁, 황성욱, 김소연

 채무자  

주식회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 강남구 0000000           대표이사 김영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한위수, 주기동, 이후동, 오금석, 조우성, 이현규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김문희, 최정열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최승수, 이소영 



주     문  


 1. 위 당사자 사이의 이 법원 2009카합2869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09. 10. 27. 한 가처분결정을 인가한다. 
 2. 이의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신 청 취 지
채권자들 : 주문과 같은 결정채무자 :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의 취소 및 이 사건 가처분신청의 기각 결정 

이     유
1. 가처분결정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하여 이 법원은 2009. 10. 27.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채무자 회사는, 가. 채권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채권자들의 방송 영화출연,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을 교섭 체결하여서는 아니되고, 나. 방송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등 제3자에게 채무자 회사가 관여하지 아니한 채권자들의 연예활동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채권자들과의 관계 중단을 요구하는 등으로 채권자들의 연예활동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사안의 개요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의 지위,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의 내용 및 변경내역 등 위 당사자 간 분쟁의 전제사실에 관하여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이유 중 ‘사안의 개요’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2항, 제203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신청인’을 ‘채권자’로 ‘피신청인’을 ‘채무자’로 각 수정한다).

3. 이 사건 계약의 효력  
   가. 가처분결정의 인용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는지에 관하여 이 법원이 설시한 이유는 아래 나항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이유 중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2항, 제203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신청인’을 ‘채권자’로 ‘피신청인’을 ‘채무자’로 각 수정한다).

   나. 추가 판단  

   (1) 이 사건 계약의 성격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의하면, 채권자들은 활동에 관한 계약이나 약속을 개인적으로 할 수 없고 음반을 제작하거나 방송에 출연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준비과정까지 포함하여 모든 연예활동에 관하여 채무자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채무자 회사에 일정 관리에 관한 전권을 위임한 관계로 근무시간의 제한 없이 채무자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공연, 방송출연등 제반 일정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하고(다만 본연의 임무 이외의 요구가 있을 때만 이를 거절할수 있을 뿐이다), 채무자 회사 이외의 업체를 위해 연예활동을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채무자 회사로부터 지시받은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없고 연예활동으로 창출한 수익 중 일정 비율을 분배받는 방식으로 지급받게 되어 있다.
  위와 같이 채권자들이 시간적 장소적으로 채무자 회사에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노무 자체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고 사업활동으로 인한 위험을 분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은 민법상 고용계약(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의 법적 성격을 겸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연예인 전속계약도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세부적으로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사건 계약과 같이 연예인이 자신의 연예활동에 관하여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연예기획사의 일방적인 지시를 준수하도록 되어 있는 형태의 계약은 전속계약 중에서도 ‘종속형 전속계약’으로 분류할 수 있다).


   (2) 협상력의 우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권자들이 최초로 채무자 회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을 당시(채권자 김00은 2003. 5. 14., 채권자 김00는 2000. 2. 12., 채권자 박00은 2003. 6. 30.) 채권자들은 인지도가 전혀 없는 연예인 지망생에 불과했던 반면에, 채무자 회사는 연예계를 분점하여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대형 연예기획사들 중 하나였던 사실,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서의 양식은 모두 채무자 회사에 의하여 다수의 연예인 또는 그 지망생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되어 있던 표준적인 양식이었던 사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가 제시한 전속계약서 양식에 수동적으로 서명하였을 뿐 채무자 회사와의 협상 등을 통해 계약서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지는 않은 사실이 소명된다.
  채무자 회사는,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와 최초로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연예계 데뷔 직전에 전속계약기간을 기존의 10년에서 1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1차 부속합의를 체결할 시점까지는 협상력이 부족하였다고 하더라도 2004년 ‘0000’로 데뷔하여 국내 및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이전의 연예인 지망생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협상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므로, 채권자들이 2007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채무자 회사와 4회(2 내지 5차 부속합의)에 걸쳐 최초 계약서 중 수익배분율, 위약금 등에 관한 일부 조항들을 변경하는 부속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위 13년의 전속계약기간 조항을 비롯한 나머지 조항들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현재 남아 있는 계약내용은 대등한 협상력을 가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것으로서 불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권자들의 인기 및 연예계에서의 영향력이 데뷔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사실은 소명된다. 그러나 위 2 내지 5차 부속합의가 체결될 당시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와 대등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채권자들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하여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경우 기존 협상을 중단하고 채무자 회사 이외의 다른 연예기획사와 협상하는 것이 가능하였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계약상대방 선택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즉 기본 전속계약의 효력이 계약기간의 만료 또는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해지로 적법하게 소멸되어 연예인이 기존 전속계약의 부담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자신의 인기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연예기획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조건을 정하는 과정에 자신의 희망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나, 위 2 내지 5차 부속합의가 체결될 당시에는 기존 전속계약이 그대로 유지된 채 일부 조항의 수정 여부만이 문제되던 상황이므로 채권자들로서는 그 동안 높아진 인기와 영향력에 기초하여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자유롭게 자신들이 희망하는 전속계약기간 등의 계약조건을 합의 성립의 전제로 삼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예를 들어 부속합의 당시 채권자들이 전속계약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기존 전속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무자 회사로서는 채권자들의 희망사항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전속계약기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가 시혜적으로 전속계약기간을 단축해주지 않는 이상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으므로,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 채권자들이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이후에 위 2 내지 5차 부속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최초 전속계약 및 1차 부속합의에 구속되어 있는 채권자들로서는 위와 같이 높아진 위상을 협상력 강화로 연결시킬 수 없었으므로,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의 협상력 차이로부터 발생한 이 사건 계약의 하자는 이후 위 2 내지 5차 부속합의가 체결됨으로 인하여 모두 해소되었다는 채무자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계약기간 조항   

  (가) 계약기간 제한의 필요성     

  이 사건 계약과 같은 종속형 전속계약에 의하면, 연예인은 근무시간 또는 휴식시간이 별도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예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준 일정대로 활동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다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연예기획사의 방송출연 등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 극단적으로는 연예인이 연예기획사가 정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휴식 등의 개인적인 시간도 거의 가지지 못한 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연예활동을 수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연예인은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익이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치 못하더라도 전속계약기간 동안은 연예기획사가 정한 일정을 준수해야 하는 관계로 다른 영리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다른 사정으로 인하여 보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연예활동을 수행하거나 또는 연예활동 자체에 회의를 가지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기를 원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라도 전속계약기간 동안은 연예기획사에게 일정 관리를 일임한 상태이고 연예활동의 일신전속적 성격상 제3자에게 임무를 위임하는 것도 불가능한 관계로 정해진 일정을 수동적으로 준수할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계속 연예활동을 강요받는 것은 당해 연예인의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연예인도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연예계에서 성공한 후 그 인기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부를 축적하고 싶어 하기 마련인 반면에, 연예산업의 속성상 다른 직업에 비하여 연예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 특히 높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권자들과 같이 청소년들을 주요 팬층으로 삼는 소위 ‘아이돌 스타(idol star)’가 동일한 활동영역에서 30대 이후에까지 기존의 인기를 이어가기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부당하게 장기간의 전속계약은 당해 연예인으로부터 그 특출한 재능 및 연예계에서 성공하기까지 부단히 기울인 노력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취득할 기회를 박탈하여 사실상 종신계약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여지도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과 같이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종속형 전속계약의 경우 당해 연예인이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 전속계약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인격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활동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전속계약기간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고용계약, 근로계약과의 비교    

  이 사건 계약이 민법상 도급계약, 위임계약의 성격과 아울러 민법상 고용계약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의 성격도 겸유하고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계약이 어느 특정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는 비전형계약인 만큼 노무자 또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련된 민법 또는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 조항이 어떠한 입법취지에서 노무자 또는 근로자를 보호하려 하는지 파악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법률관계에도 그와 유사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면 이 사건 계약의 불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민법 제655조는 고용계약을 “당사자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한” 계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 제659조 제1항은 “고용의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3자의 종신까지로 된 때에는 각 당사자는 3년을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무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고용계약의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면 자유가 박탈되어 신분적인 제약이 있는 것과 유사한 지위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의 기초가 된 제반사정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노무를 제공하여야 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다. 당사자가 자유의사에 의하여 고용기간을 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경과한 이후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해지권을 부여한 것은 과도하게 장기간의 고용계약은 위와 같이 공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근로계약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장기간의 근로계약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인신구속 내지 강제노동의 폐단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법원도 동일한 취지에서 위 조항의 입법취지는 “장기의 근로기간을 정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당하게 됨으로써 장기간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 부분의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에게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8. 29. 선고 95다5783 판결 참조).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에 의하여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채무자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 비록 이 사건 계약이 전형적인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에 종속된 상태에서 연예활동을 수행하게 되고, 특히 채권자들에게 계약상 보장된 휴식시간이 없는 등 그 종속성의 정도가 일반적인 사용자와 노무자(또는 근로자) 사이의 관계에서보다 훨씬 더 강한 점에 비추어 보면,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노무자 등의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강제노동 등의 폐단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최장기를 3년 또는 1년으로 제한한 위 법조항들의 입법취지는 이 사건 계약의 불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은 13년으로 위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의 최장기보다도 무려 10년 이상이나 길게 되어 있는데다가 채권자들이 중도에 개인적인 필요나 희망에 따라 계약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바, 이와 같이 전속계약기간이 극도로 장기인 이 사건 계약은 전속계약과 전형적인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 사이의 차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적인 정도를 초과하여 채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다) 투자위험을 이유로 한 장기계약의 허용 여부  

  채무자 회사는, 투자위험이 높은 연예산업의 특성상 신인을 발굴하여 거액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계약기간을 장기로 설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특히 채권자들과 같이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육성된 연예인의 경우 안정적인 해외활동을 위해 국내에서의 준비 검증 기간 및 해외 현지 연예기획사와의 장기계약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사건 계약이 정한 13년의 계약기간은 계약을 무효화시킬 정도로 불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연예기획사가 초기에 신인을 육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에도 그 중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연예인은 소수에 불과한 사실 및 이로 인하여 연예기획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사업자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성공한 소수의 연예인으로부터 실패한 연예인에게 투자한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수익을 얻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속계약의 일방당사자인 연예기획사의 위와 같은 필요성으로 인하여 상대방당사자인 연예인의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강제노동 등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할 필요성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에 대한 투자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연예기획사가 직접 부담하는 초기투자비를 감소시키고 투자의 효율성을 증신시키거나, 자사 소속 연예인은 이탈을 꺼리고 타사 출신 연예인은 합류를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당해 연예기획사 측의 능력 향상 및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연예인 개인의 자유 등을 희생시키는 등의 공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그 해결이 시도되어서는 아니된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해외진출을 기획하는 것도 결국에는 최대의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서 이 역시 연예인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채무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에도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한 장기계약을 인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표준전속계약서는 전체적인 계약구조가 이 사건 계약과 달라 그 내용을 이 사건에 원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에서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상당 기간 특정 업무에 종사하면서 그 분야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 경험을 축적한 노무자 등과의 계약관계를 지속시킬 필요성이 큰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에도 계약기간의 한도를 3년 또는 1년으로 제한하고 사용자 측의 주관적인 필요성을 이유로 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근로기준법 제16조는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1년을 초과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에서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은 그 사람이 유기적 사업의 성질을 갖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그 사업의 종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예산업의 투자위험이 높다거나 장래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연예기획사 측의 필요성을 근거로 소속 연예인으로 하여금 수인한도를 넘는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특정 연예기획사에 종속된 상태로 활동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투자위험 감소나 안정적인 해외진출 등의 명분으로 이 사건 계약처럼 극단적으로 장기간의 종속형 전속계약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채무자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나머지 조항  

  이 사건 계약은 단순히 그 계약기간이 13년이라는 점에서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에 철저히 종속된 상태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한 채 13년 동안 채무자 회사의 지시에 순응하여 연예활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 즉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 조항은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내용상 하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들의 채무자 회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키는 다른 여러 조항들과 결합하여 채권자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계약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종속성을 강화시키는 조항으로는 우선 채무자 회사가 채권자들의 연예활동 및 일정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고(제1조, 제3조 제1, 3항, 제6조 제2항 참조),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의 판단으로 결정된 일에 대하여 성실하게 임하여야 하며(제3조 제2항, 제6조 제3, 4항 참조), 계약기간 동안 임의로 활동(규정의 문언상 '연예활동'을 제외한 '활동'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할 수 없다는(제1조, 제3조 제2항 참조) 등 채무자 회사가 채권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하여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항을 들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계약은 채무자 회사의 계약위반에 따른 채권자들의 계약해지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면서 채권자들의 계약위반에 대하여는 총 투자액의 3배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라는 거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3조 제2항, 제11조 제2항 참조), 이러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도 채권자들이 13년의 계약기간 동안 채무자 회사와의 계약관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여 앞에서 본 여러 조항들로 인한 종속성을 더욱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채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  


   다. 일부 무효 여부      

  (1) 채무자 회사의 주장   

  가사 이 사건 계약이 정한 13년의 전속계약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인들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제정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가 원칙적으로 7년동안 전속계약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 조항도 적어도 7년의 범위 내에서는 그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이 사건 계약이 정한 계약기간 기산일(첫 번째 앨범 발매일인 2004. 1. 14.) 로부터 7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채무자 회사와 채권자들 사이의 전속계약 관계는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2) 판단     

  민법 제137조는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여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조항들을 제외하더라도, 계약당사자들에게 나머지 조항들만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가정적 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무효의 범위를 결정하여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이 정한 13년의 전속계약기간은 단순히 그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사유가 된다기보다는 채권자들의 채무자 회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하는 다른 여러 조항들과 결합하여 채권자들의 인격 및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무효사유를 구성한다. 따라서 전속계약기간 조항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다른 여러 조항들이 전체적으로 수정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여 당사자들의 가정적 의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사이에 체결되는 전속계약은 연예활동에 관한 의사결정권의 귀속 형태를 기준으로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고(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도 이 사건 계약과 그 유형을 달리 한다) 그 유형별로 다수의 계약조항들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기록상 위와 같이 13년의 종속형 전속계약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계약 체결 시점으로 돌아가는 경우 과연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 어떠한 내용의 전속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인지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계약의 종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약기간을 대폭 감축하였을 수도 있고, 계약의 종속성을 일부 완화하면서 계약기간을 일부 단축하였을 수도 있으며, 계약의 종속성을 대폭 완화하면서 계약기간의 감소폭을 최소화 하였을 수도 있다. 채무자 회사가 이 사건에서 일관되게 투자위험 및 안정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이 사건 계약과 같이 장기간의 전속계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였으며 실제로 채무자 회사는 채권자들 이외에도 모든 소속 연예인과 10년 이상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던 점 등에 비추어, 채무자 회사가 채권자들과 최초로 전속계약을 체결할 당시 장기간의 종속형 전속계약이 허용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다른 모든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전속계약기간만 대폭 단축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이 적어도 7년까지는 유효하다는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 표준전속계약서는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대리하여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급박한 사정이 없는 한 미리 연예인들에게 계약의 내용 및 일정 등을 사전에 설명하여야 하며, 연예인의 명시적인 의사표명에 반하는 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제5조 제2항) 등 연예인의 자율성을 상당한 정도로 보장하고 있어 그 전체적인 계약구조의 측면에서 이 사건 계약과 같은 ‘종속형 전속계약’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계약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채권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해왔다고 주장하나,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서면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을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계약의 불공정성 여부는 실무운용과 관계없이 당해 계약이 상정하고 있는 법률관계를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가사 채무자 회사가 업무처리 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입장을 다소 배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이 상정하고 있는 법률관계가 가지고 있는 불공정성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아가 위 표준전속계약서가 정한 계약기간의 타당성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위 표준전속계약서의 계약기간 조항이 이 사건 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채무자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가사 다른 조항은 그대로 둔 채 전속계약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계약을 축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이 정한 종속관계의 심각성 등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채권자들이 첫 번째 앨범 발매일(2004.1.14)로부터 채무자 회사를 위한 연예활동을 유지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일(2009.10.27) 까지의 기간(약 5년 9개월)은 이미 이 사건 계약의 합리적 존속기간을 초과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이 사건 계약은 그 계약기간 만료로 효력이 소멸되었다 할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채권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의 중지를 요구하고, 채권자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에 대한 방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 


4. 보전의 필요성 유무  


   가. 가처분결정의 인용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으로 채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만한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는 아래 나항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이유 중 ‘보전의 필요성에 의한 판단’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2항, 제203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신청인’을 ‘채권자’로, ‘피신청인’을 ‘채무자’로 각 수정한다).  


    나. 추가 판단(장기간 방임 여부)  

   (1) 채무자 회사의 주장  

  채권자들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 사건 신청을 제기하기 전까지 수 년 동안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채무자 회사를 위해 연예활동을 수행하면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달리 채권자들이 이 사건 계약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데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가처분으로 시급하게 채권자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허용할 필요성이 없다. 


    (2) 판단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 잠정적 처분으로서 보전처분에 의하여 제거되어야 할 상태가 가처분신청인에 의하여 오랫동안 방임되어 온 때에는 보전 처분을 구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대법원 2005.8.19. 자 2003마482 결정 참조).   

  기록상 채권자들이 수 년동안 구체적인 이의 제기 없이 이 사건 계약을 이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가처분신청이 오랫동안 보전처분에 의하여 제기되어야 할 상태를 ‘방임’ 하였는지 여부는 가처분 신청에 이르기까지 경과된 기간 뿐만 아니라 가처분신청인의 지위, 능력, 사건 당사자들의 관계, 가처분신청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처분신청인의 입장에서 조기에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채권자들이 모두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유명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서 이 사건 계약이 자신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하여 깊은 검토 없이 당시 연예계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던 채무자 회사가 미리 준비한 게약서 양식에 서명한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이 사회경험이 전혀 없던 채권자들에게 신속하게 이 사건 계약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물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채권자들의 법정대리인인 부모들이 동석하기는 하였으나 부모들 역시 연예산업 및 전속계약에 관하여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 사건 계약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록상 채권자들은 연예활동에 관한 대부분을 채무자 회사로부터 배웠고 어려서부터 계속하여 채무자 회사의 지휘감독에 순응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에도 사실상 자신들의 생활터전과도 같은 채무자 회사에 대항하여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란 용이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채무자 회사의 요구대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자신들도 초반에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였으나 이 사건 계약을 장기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계약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점차적으로 실감하게 됨에 따라 법적 대응을 강구하게 되었다는 채권자들의 주장에도 수긍이 간다(채무자 회사는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의 동의 없이 개인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제기하였다고 주장하는 바, 기록상 화장품 사업 투자에 관하여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 견해의 대립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이 채권자들이 이 사건 신청을 제기한 종국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소명자료는 부족하다).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조기에 이 사건 계약의 하자를 다투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 체결 시점과 이 사건 신청 제기 시점 사이에 수 년 동안의 간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채권자들이 보전처분에 의하여 제거되어야 할 상태를 오랫동안 ‘방임’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신청이 보전의 필요성을 결여하였다는 채무자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정당하므로 이를 인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2. 15. 재판장 판사  최성준

판사  유아람

판사  이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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