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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연 Jul 23. 2024

5) 공동 창업팀 결성! 최종 프로젝트

창업부트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

세 명이 한 팀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체 기간 고작 3개월 동안,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 경험한 정말 진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공동 창업은 결혼과 비슷하다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훨씬 장기적인 관계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창업과 결혼을 비유한 거예요.

그런데 결혼 상대를 3개월 만에 만나고 결혼 결정까지 해야 한다니! 돌아보니 비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 셋이 정말 창업팀이 될 수 있을까?

전혀 알 수 없었죠.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이제 처음 일 해보는 것이었는걸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해보기 전에 알 수 없는 것들은 빨리 그리고 진지하게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두 명 모두 제게 대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 주셨고, 그렇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난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

우린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MVP를 만들고 시장에 테스트하고 결과를 내는 전체 과정을 한 달 동안 바쁘게 진행해야 했어요. 그동안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행하는 일은 익숙했지만, '프로젝트 오너'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표'라는 오너십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점은 무겁게 다가왔어요.


두 분 모두 절 믿어주고, 큰 권한과 권리를 기꺼이 주시고자 하셨기에 큰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내가 두 분께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공개적이면서도 명시적으로 약속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적어도 한 달 동안만이라도 말이죠.


제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을 책임진다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우리 성과와 팀원들의 성장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들을 약속해야 했어요. 또한 제가 만들고 싶은 회사의 조직문화의 근간에 가까운, 이후에도 계속해서 추구할 수 있는 것들을 약속하고 싶었어요.


결국 제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성과에 대한 것들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원칙이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았어요.


첫째, 우리의 일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겠다.

 모든 대화는 모두에게 공개된 방식으로 진행하고, 말의 의도를 해석할 필요 없이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를 약속했어요. 제가 사려 깊고 다정한 면은 부족하지만, 선한 의도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진실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약속할 수 있었어요.


둘째, 우리가 하는 시행착오는 모두 철저히 기록하고 회고해서, 매번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일하겠다.

 우리가 할 일들은 대부분 새로운 일들이라 계속 배우면서 시도할 것이고, 많이 실패할 예정이었죠. 이때의 경험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성장여부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기록을 굉장히 강조하게 됐어요.


셋째, 우리가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당연하게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신선한(혹은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어요. 이 또한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고, 성장과 혁신에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넷째, 위와 같은 성장 지향적인 일하는 방식을 모두가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요구하겠다.

  특정한 일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불편함을 무릅쓰고 꾸준히 원칙을 강조하고 팀원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다섯째,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원칙을 꾸준히 지키겠다.

 꾸준히 수행해 나가는 것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함을 약속했어요.


아마존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결과인 '아웃풋 지표'가 아닌 '인풋 지표'에 집중해서 일을 한다고 하죠. 규칙과 원칙을 세우고 장기적 안목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풋)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께 이렇게 약속하고, 프로젝트를 출발했어요.


 한 달간의 본 프로젝트 시작!

창업 부트캠프에서 창업을 위해 사용한 모델은 양면의 동전이었어요.

한 달 내에 프로젝트를 시작해 결과를 내야 하고 그리고 곧바로 IR을 해야 하는 과정은 모든 팀이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에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분명히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지만, 그만큼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으로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 찾기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어요.(당장에 급한 일이 있으니까.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일을 하는 거죠)


린 스타트업 모델은, 여러 가지 창업 모델 중에서 효과적인 모델이지만, 유일하게 우수한 방법은 아니에요.


한 달 동안 매주 두 번씩 만나고, 매일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아이디어를 내고 현실화하고 실제로 구현해 보고 테스트해 보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진짜 같은 가짜 상품을 만들었어요. 랜딩페이지도 만들었죠.


ChatGPT를 활용해 '귀여운 고양이가 진행하는 심리 상담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소소하게 광고도 진행했고 유입 => 등록 => 서비스 체험 => 재체험 => 피드백이라는 퍼널 구조도 만들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 바쁘긴 했지만 몹시 보람찼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종료 2주 전 한 명이 팀에서 이탈합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온전히 제 결정으로, 한 명의 팀원이 중도에 팀을 이탈하게 됐습니다.

앞서 적어 놓은, 제 약속 때문이었죠.


제가 제시한 일하기 원칙에 충실히 따라주지 못했고, 전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한, 원칙에 맞지 않을 때는, 시기적인 유불리를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하고 의사를 전달하고자 스스로 다짐했었기 때문에 IR이 고작 2주 정도 남은 상태에서 이별을 통보하게 됩니다.


제가 팀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유일하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1) 원칙을 세우고 2) 꾸준히 준수하고 요구하는 것이었죠. 이를 지킬 수 없다면 팀이 성공하는데 제가 기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다루게 됐어요.


회사였다면, 취미 모임이었다면 전혀 불편하지 않을 상황이었고 별일 아니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직원이었다면 더 기다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라고 생각하니 기대치가 무척 높아졌습니다.


또한 원칙에 예외를 적용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과감히 결정해야 했어요. 우유부단한 태도 자체가 원칙주의를 부정하는 일이고,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근간이 흔들리게 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이탈한 팀원은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적인, 재무적 압박을 겪고 있었어요. 따라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그에게도 좋다고도 생각했어요.


공동창업팀의 사업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은 그 팀원에게서 왔고, 그동안 많은 실질적 기여도 했습니다. 따라서 원한다면 함께 진행했던 사업 아이템도 가지고 가시라고 했어요. 저는 그 아이템으로 사업하지 않고요.


사업아이템을 지키는 것보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 백배 이상 더 중요했습니다.


프로젝트 마무리

짧은 기간 투닥투닥 같이 부대끼던 시간이 금방 지났습니다.

IR 행사는 대규모가 아니라, VC 몇 분 모시고 약식으로 진행됐어요


처음 100명이 넘는 인원이었는데, IR까지 남아 있던 참가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중도 이탈했고 많은 팀이 깨졌어요.

진짜 창업이 아니라, 창업 체험도 정말 만만치 않다!

회사 다니면서, 아이 보면서, 독서 챌린지도 하면서! 마무리까지 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께 감사했어요.


결과적으로 투자팀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습니다. 

IR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받은 피드백은, 체험만 일어나고 실제 매출을 내지 않아 사업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 부족했다는 점이었어요.

(프로젝트 막바지에서  몇 가지 서비스에 대한 우려사항이 발견됐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해 다음 상업화 단계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ㅠㅠ)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데 까지 했고, 정리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창업부트캠프를 통해, 공동창업자를 찾을 수 있었고 또한 좋은 사업 아이템도 찾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보다도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어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직장인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창업가로서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 가 더 잘 알게 됐어요.


1. 난 생각보다도 더 이상적이고, 꿈이 크다.

2. 나의 강점은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3. 원칙과, 도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세 가지가 창업가로서 제가 가진 유일한(?) 무기고, 이것들을 계속해서 갈고닦고, 성장해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업 부트 캠프 이후

9월 추석 즈음에 창업 부트캠프는 종료했고 팀원에게 다음 해 1월에 퇴사를 약속했어요.

하지만 약속한 시간에서도 추가로 4개월이나 더 지연돼서 5월 말 날짜로 퇴사하게 됩니다. 

이제 두 달이 지났네요.


지금은, 창업부트캠프 때 나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인, 자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부딪히면서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까? 설레고 두근두근합니다.

그동안 회사 다니면서 '훈수' 두는 것에 지쳤고, 이제 내가 직접 해보고 경험하고 느껴보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진짜 힘든 일들은 아직 겪어보지도 않았지만, 그 시련과 위기에 제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게 될지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로 바뀔 미래의 제 모습에 대해서도요.


PS) 같은 기수로 참여했던 참가자 분들 몇 분과는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생각보다 연락 안 되는 분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ㅠ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제 창업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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