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의 시작

청각장애 중증, 그리고 나

by 수움 Sooum

오늘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저 마음속에 고여 있던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흘려보내려 한다.

나를 소개하려고 펜을 드니 청각장애 중증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나온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로 세상과 주파수를 맞추며 살아가는 삶. 내 소개에 장애가 먼저 등장하는 걸 보니, 좋든 싫든 이것이 내 인생에서 참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보다.

학창 시절과 9년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다.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라’ 던 교수님의 말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던 어머니의 간절한 당부. 그 말들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정말인지 죽도록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부딪힐 때면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어온 9년의 직장생활을 마침표 찍은 지금,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이제 나는 장애를 최소화하거나 극복해야 할 적군으로 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것을 오롯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장애라는 거대한 장벽 너머에 있는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회사를 그만둔 지금,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조직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 SF 소설 작법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시각 디자인 공부에 발을 담가보기도 한다. 방황 같아 보이는 이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믿는다.

난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반짝일 수 있을까?

이곳에서 써 내려갈 글들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주길 바란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나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