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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 Jul 12. 2021

빈 배

모두 내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만약 빈 배가 와서 그의 작은 배와 부딪친다면

그가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도

그는 성내지 않을 것이다


 배안에 사람이 있으면 소리쳐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이다.


한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칠 것이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반드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앞에서는 성을 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는 것은

그 배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노닌다면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이가 완전한 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 ― 장자의 ‘빈 배’


위의 구절들이 마음에 와닿다가도

현실과 큰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 내 배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내 배가 빈 배라면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 미 그 배는 내 배가 아닌 것이다

셋째 날 비운다고 한 들 난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난 해칠 이유도 없고 해칠 가치도 없는 그런 내가 되어

나를 잃어갈 것이다


무소유라는 것은 내가 지킬 것이 없을 때 이뤄진다

지킬 것이 없다는 것은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세우고 나를 지킨다 해도

나를 잃어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내가 원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모두의 관계 속에서 살아지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없다는 건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난 나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를 버리면 나는 없다는 것이고

내가 없다는 건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는 것인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누구도 강요해서도 안된다

오롯이 본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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