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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 Dec 07. 2023

어느 날 광부가 되다

펜대로 돈을 굴리던 내가

펜으로 기획을 하고

사업화를 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들어 온

업체들을 다루고

프로젝트를 이끌던 내가

아무 이유도 모른 채 광부가 되었다


무얼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곳에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옛 성언들의 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낮은 곳으로 임하라

나는 새벽 출근도 불사하고

모르는 업무지만 메뉴얼을 만들어 자동화하고

어느 덧 그 일이 손에 익게 되었다.


탄 묻은 옷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본부부서의 핏덩이 신입사원이 정장을 툭툭털며

못 배우니 이런 곳에서 일하는거지 란 말을 뱉었다


그 신입사원의 그 말에

난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분노 느

그래서 내 직통라인으로 그 신입사원을

퇴사조치 시켰다


아무도 그가 왜 퇴사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다

그 누구도 쉽게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단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엔 어떤 감정도 없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일을 잘해내는 자만이

언젠가 선택을 받는다


20년의 직장생활 속에서

내가 뼈에 각인 시킨 건 바로 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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