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의 대가: 관리 중심 조직의 몰락
전문계약직 부서장의 한계와 몰락
조직에서 전문계약직 부서장을 처음 맞이했을 때, 기대감은 컸다. 새로 영입된 인물이 풍부한 경험과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는 무색해졌다. 그가 중점적으로 한 일은 혁신이 아닌 ‘관리’였다. 관리라기보다는 통제에 가까웠다. 숫자와 보고서, 그리고 회의 속에서 조직은 조금씩 경직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맡은 자리의 본질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조직은 불황을 마주하며 책임을 나누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전가할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부서장은 바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서의 역할을.
그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운영했다. 관리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혁신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자리와 권력이었지, 조직의 미래는 아니었다. 새롭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들은 묵살당하거나 스스로 회의를 느끼고 회사를 떠났다. 퇴사 러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나 역시 회사를 떠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떠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은 발전을 원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발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변화는 위험했고, 그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안정을 택한 것이었다. 그 안정의 끝에는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음을 부서장은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외면한 걸까?
매일 출근하며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흘러가는 조직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결국, 안정적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금은 서서히 조직 전체를 삼켜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