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예측보다 틀을 잡자

by Bird

요즘 나는 자주 틀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틀리는 횟수는 예전과 다르지 않은데, 틀렸을 때의 모양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틀리면 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꺾였고, 지표가 나빠졌고, 그래서 시장이 내려왔다.

설명이 가능했다는 건, 위안이 되기도 했다.

예측이 빗나가도 세계는 여전히 인과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표는 무표정한데 가격은 요동친다.

경기는 멈춘 듯한데 시장은 전진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왜를 묻는 질문 자체가 조금 늦었다는 걸.


한때 우리는 미래를 맞히는 사람을 리더라 불렀다.

앞을 내다보는 눈,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

그러나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미래를 말하는 사람보다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해졌다.


요즘 내가 자주 떠올리는 단어는 예측이 아니라 구조다.

이 길이 맞는지를 묻기보다,

길이 무너질 때 어떻게 돌아설지를 먼저 생각한다.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오래가는 설계가 시작된다.


좋은 구조는 소리 없이 작동한다.

위기가 오면 드러나고, 평온할 때는 잊힌다.

그래서 구조를 만드는 사람은 늘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맞힌 말이 아니라 버텨낸 형태다.


이제 나는 내일을 예언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불확실성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도 견딜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품은 채,

조용히 구조를 다듬는다.


세상은 여전히 예측을 요구하지만,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된다.

오래 살아남는 것은, 언제나 예언자가 아니라 설계자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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