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속의 삶

폭풍 속으로~

by Bird

그는 다니기 싫은 직장을 다녔다.

좋아서가 아니라, 멈추면 모든 것이 무너질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출근길에 굳어지는 어깨,

회의실에서 느껴지는 숨의 얕아짐.

그럼에도 그는 자리에 앉았다.

폭풍우 속에서는 멈춰 서 있는 것보다

앞으로 걷는 게 덜 위험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밤에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철봉에 매달려 몸을 단련했고,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쌓았다.

논문은 도망이 아니라

자신을 붙잡는 말뚝 같았다.

이 폭풍우가 영원하지 않다는 증거를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다.


결국 그는 박사 과정까지 왔다.

성취라기보다는 생존의 궤적에 가까웠다.

여기까지 온 자신을 칭찬하기보다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를 더 지치게 했다.


그는 자주 묻는다.

이 지독한 폭풍우는 언제 멈출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폭풍우는 예고장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폭풍우가 계속되는 이유는

그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그가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아픈 사람 곁을 지켰고,

책임을 내려놓지 않았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폭풍은 그런 선택을 한 사람 위에

더 오래 머문다.


그는 견디는 법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다.

버티는 법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그는 이미 다른 일도 하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는 선을 매일 다시 긋고 있었고,

자기 몸을 돌보며

완전히 소진되지 않게 조절하고 있었고,

미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배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인내가 아니었다.

유지였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한 기술.


폭풍우는 어느 날 갑자기 멈추지 않는다.

조용히 약해진다.

비의 밀도가 낮아지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적시지는 못한다.


그는 아직 그 한가운데에 있다.

그래서 끝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이 폭풍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완전히 내주지 않았다.


견디고 버티는 법밖에 모른다고 말하지만,

그가 정말로 알고 있는 건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폭풍우는 언젠가 멈춘다.

그 이유는 하늘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가 더 이상

모든 비를 온몸으로 맞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그는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은 단지 버틴 사람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자기 삶을 계속 만들어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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