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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형준 Oct 07. 2018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유럽, 한 달의 기록

일을 그만두고,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10대부터 줄곧 유럽 배낭여행은 나의 로망이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난 이후였다. 뭐 투어 버스가 아닌 기차와 두 발로 유럽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모습이 어린 시절 내 눈에는 꽤나 인상적으로 비쳤다.


최근 여행 트렌드가 최대한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에서 한 지역을 오래 머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 가고 싶었던 스페인에서 한 달을 살아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한 달 동안 돌아다니는 로망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1. 여행,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여행 한 달 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가고 싶었을 뿐이었던지라, 여행을 어떻게 가야겠다고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영국으로 출국해 프랑스로 귀국하는 29일짜리 티켓 하나 달랑 구매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주변에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이 꽤 있어, 블로그 대신 카톡으로 정보를 모았다.



모은 정보는 많았지만 와 닿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직접 가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설명을 열심히 해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풀어놓는 설명을 열심히 듣는 것으로 성의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주 전, 나는 모든 것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까지 밀어 넣고 나서야 열차와 버스 숙소 등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조금 실수도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예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짐을 싸서 떠났다. 블로그의 조언도, 친구들의 조언도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전혀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멋대로 할 생각이었다.


2. 남들과는 다르게 보고, 걷고, 먹고 싶다는 마음으로


친구들하고 여행을 가면 항상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늘 고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혼자 가게 된 것이 정말 좋았다. SNS를 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의 반응을 아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굳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딱 3가지로 잡았다.

-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나?

- 건축과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

- 취미활동과 관심사


위 주제 이외에는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유럽에 가는 것이라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도 중요한 명승지는 여행 코스로 포함시켰다.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기껏 열과 성을 다해 추천해준 친구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일정은 빡빡하게 짜지 않았다. 조금 넉넉하게 둘러보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시간에 쫓겨서 뭘 봤는지도 기억 안나는 여행보다는 잠시 벤치에 앉아서 그 날 공기가 어땠는지 주변에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8박 29일의 여행 코스는 이러했다.

영국(런던-리버풀-런던) - 독일(베를린-드레스덴) - 체코(프라하-체스키 크룸로프) - 오스트리아(빈-잘츠부르크) - 스위스(바젤-몽트뢰-인터라켄) - 이탈리아(밀라노-피렌체-베니스) - 스페인(바르셀로나-발렌시아) - 프랑스(파리)


서유럽에서 동유럽, 다시 서유럽으로 가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이다. 루트 자체는 터무니없을지 모르지만, '런던에서는 2층 버스를 타야 한다' '베를린에서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봐야 한다' 등등 나름의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다.


3. 우여곡절 많고 짠내 나는 유럽 여행 시작


출국 일주일 전, 나는 큰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내 비행기 시간이 오후 한 시가 아니라 새벽 한 시라는 것, 그래서 조금 당황했으나, 전날 출발하는 것으로 급하게 일정을 수정했다.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외환과 유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전날 8시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미리 알아서 다행이었다.


출국 전날까지도 여행을 위한 예약은 분주하게 이뤄졌다. 출국 8시간 전까지 모든 예약을 마친 나는 비로소 여행 준비를 마치고 짐을 쌌다. 여행이 모두 끝난 뒤에 후회하는 것은 한국음식을 많이 챙기지 못한 것이다. 아무거나 잘 먹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밥을 직접 해 먹으면서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우리나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맛있다고 다음에 놀러 오면 해주겠다는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여차저차 여행 준비를 완료하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떠오르는 비행기만큼 몸도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2번의 환승을 거쳐 지칠 대로 지친 몸은 결국 영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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