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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May 10. 2024

어버이날을 놓치다니

2024년 5월 9일 목요일 - 87일 차

☀ 밖은 25도라는데 안은 전기담요를 덮어야 할 정도로 썰렁했다.


 6월 중순에 한국에 가는 걸로 한 달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한국 계좌에 있는 돈은 20만 원 정도. 3주 넘는 시간 동안 맘 편히 놀기에는 부족한 돈이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모아둔 돈을 보내야 했다. 이참에 엄마 아빠 용돈도 좀 보태서 한꺼번에 보내고 싶었다. 얼마 안 있으면 어버이날이라 서프라이즈 선물로 좋을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돈을 보내는 데에는 신경 쓸 게 많았다.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져서 어떤 게 제일 유리한지 알아봐야 했다. 엄마가 증여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세금 공부도 했다. 재벌에게만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이외였다. 환율을 계속 들여다보며 ‘아, 아까 보낼 걸’ 하는 후회와 ‘조금만 더 오르면 보내자’ 하는 기다림을 반복했다. 혼자 알아보고 있으려니 갑갑해서 엄마랑 상의하기로 했다.

 엄마한테 서프라이즈 계획을 털어놨다. 엄마는 지금 당장 급하게 필요한 돈은 없다고 하셨다. 필요할 때 대놓고 부탁하겠다고. 이래저래 지금은 용돈을 안 드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났다. 한 달 동안 혼자서만 끙끙대던 게 이렇게 깔끔하게 결론이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오늘, 어버이날이 지났다는 걸 알았다. 부모님께 전화도 안 하고 카톡 메시지도 안 남긴 채로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많이 썼는데 그 어느 해보다도 무심한 어버이날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는 Mother’s Day와 Father’s Day가 아직이니 올해는 조금 다르게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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