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공화국 선언》 1장은 실리콘밸리가 정부와 협력하며 국가 안보와 공공의 과제에 기여했던 전통에서 멀어져 광고와 소셜미디어 같은 소비자 시장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이 변화가 단순한 산업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혁신 역량 약화와 서구 민주주의의 정당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AI 시대에는 기술 산업이 다시 국가적 목적과 공공의 과제 속에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챕터를 읽고 나는 공감과 반감이 섞인 감정을 느꼈다. ‘이 정도 인재와 자본을 갖고도 우리가 만드는 게 고작 이것뿐인가’라는 문제의식과 정부와 기술 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동의한다. EU의 디지털 시장법이 윈도우 팀에 영향을 미쳤을 때 이전까지 문제없던 제품과 구조가 규제 대상이 되자 ‘왜 우리를 괴롭히나’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동료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좋은 일 아니냐’고 했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시장이 스스로 만들기 어려운 질서를 정부가 개입해 보완하는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체감했다.
이 챕터가 불편한 이유는 공공의 번영을 말하면서도 그 결론이 너무 빠르게 미국의 우위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 큰일이 군사적 우위 확보로 노골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나는 공공의 목적과 윤리의 질문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는 아직 1장을 읽은 시점에서의 감상일 뿐이고, 이후 장들에서 저자들이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더 읽어보려 한다.
첫 챕터는 내게 여러 질문을 남겼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그다음 단계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공공의 번영’이라는 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