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끝마다 “thanks!”라고 하는 팀원이 있다. 별것 아닌 것에도 매번 고맙다고 하니 영혼 없는, 형식적인 인사처럼 느껴졌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은 말로 내 채팅창의 여백을 채우고 불필요한 알림이 오게 하는 것이 거슬리기까지 했다.
어젯밤, 회사에서 문제가 터졌다. 개발자 두 명이 열심히 수습했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 팀원이 두 사람을 콕 집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메시지에는 하트 반응이 달렸다. 형식적인 인사에 형식적인 반응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걸 보며 나는 언젠가부터 고맙단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 나의 소통 방식을 돌아봤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걸 바로 묻고, 답을 받으면 내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내가 ChatGPT, Claude, Copilot과 같은 AI 툴을 쓰는 방식이랑 닮았다.
처음 AI를 쓸 때는 격식을 차려 말을 걸고, 부탁하고, 답이 마음에 들면 ‘잘했다’고 칭찬까지 했다. 사람을 대하듯 말했고, 사람처럼 반응했다. 그러다 모델 입장에서는 고맙다는 말이 필요 없고 결과에도 영향을 주지 않으며, 수억 명이 매번 “제발”과 “고마워”를 말하면 수백억 원의 운영비가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AI를 사람 대하듯 문장을 다듬어 말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점점 AI와의 대화에서 정서적인 신호를 생략하게 됐다. 속도와 정확성이 기준이 되었다.
이 방식이 어느새 사람에게도 적용되고 있었나 보다. 어젯밤 나는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해결된 게 맞는지만 보고 있었다. 개발자들의 수고를 향한 말을 할 생각조차 못했다. 공감이나 감사 없이 질문과 답변만 오가는 대화. 이런 내 소통 방식이 불편하거나 서운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고맙다는 말과 하트 이모티콘으로 남긴 반응. 이런 짧은 신호들이 관계에서는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 없는 예의라고 생각했던 “thanks!”는 필요한 예의였을지도.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나는 어느새 AI를 사람처럼 대하던 단계에서 사람을 AI처럼 대하는 단계로 넘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