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뜬 날

by typed thoughts

비가 거세게 쏟아지다 하늘이 조금씩 밝아졌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지개 생기기 딱 좋은 날씨네.’


정말로 무지개가 떴다.

사무실에는 나 혼자였다.

옆의 두 회의실은 꽉 차 있었다.

무지개는 오래 머무를 것 같지 않았다.


친한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퇴근 안 했으면 창밖을 봐봐. 무지개 떴어!”

그는 답이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잘만 답장했는데.

그가 무지개를 놓칠까 싶어 애가 탔다.


사무실에 다른 동료가 들어왔다.

내가 “무지개!” 하고 소리쳤다.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겨 반가웠다.

그는 나와 함께 무지개를 바라보다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회의실 문 하나가 열리고 두 사람이 나왔다.

내가 또 외쳤다.

“무지개!”

그들은 창가로 향했다.

무지개 색깔이 아까보다 더 선명했다.


메시지를 보낸 동료에게 답이 왔다.

퇴근하는 길에 무지개를 봤다고 한다.


다른 회의실 안의 두 사람은 아직도 한창 이야기 중이다.

무지개가 사라지고도 한참 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나서야 그들의 회의가 끝났다.

무지개가 있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못 봤다는 것도 모르겠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타이밍 좋게 온 사람이 있었다.

뒤늦게 왔어도 가장 짙은 순간을 경험한 사람이 있었다.

다른 곳에서 같은 걸 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무지개는 같은 하늘에 뜨지만 모두 같은 순간에 보는 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우리가 알던 역할의 경계가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