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CHOOL Day③ Session 3 - 최치영 디자이너
부제: 글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번 연사님은 윤디자인그룹의 엉뚱상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신 최치영 님이다. 처음에는 이름이 "엉뚱상상"이라니..?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ㅇ"받침이 다 들어가는 발음이 귀엽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센스 있는 네이밍인 것 같다. 치영님은 스튜디오 이름에 걸맞게 정말 엉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못해 넘치시는 분이셨고 덕분에 굉장히 재밌는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한글 폰트의 헬벳티카로 불리는 윤고딕, 윤명조, 윤굴림 등을 제작한 왠지 모르게 약간 "한컴" 같은 클래식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윤디자인그룹이 이렇게 트렌디하고 재밌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이번 글은 엉뚱상상 스튜디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엉뚱상상의 재밌는 작업 물들을 모아봤다.
윤디자인그룹은 1989년부터 정말 많은 서체들을 만들어왔다.
이 외에도 1989년에 시작한 윤디자인그룹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한 다양한 서체들을 제작했다. 201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윤디자인그룹은 과거의 의미를 곱씹는 대신 앞으로의 윤디자인이라는 고유의 브랜드와 함께 엉뚱상상이라는 또 다른 트랙을 만들어 이원화해서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9년 8월, 윤디자인은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이란 시간은 윤고딕, 폰트, 서체 등 더 이상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많은 브랜드는 고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래된 브랜드는 고유의 이미지로 인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데, 한계점으로 인한 많은 고민을 가진다. 윤디자인그룹은 30주년을 기점으로 과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아닌, 30년+1일의 이정표를 만들어가는 기점으로 정의했으며, 폰트라는 매체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미디어 퍼포먼스 <꼴값 쇼>를 통해, 엉뚱상상 스튜디오의 데뷔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윤디자인그룹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위의 설명 중 "윤디자인그룹은 30주년을 기점으로 과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아닌, 30년+1일의 이정표를 만들어가는 기점으로 정의" 했다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다.
치영님은 엉뚱상상의 모티브가 글자들이 입을 떼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이라고 하며 엉뚱상상 스튜디오는 서체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하셨다. 폰트는 빈 박스고 그 안에 글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그 상자 안에 다양한 그래픽들을 변주하여 엉뚱상상만의 폰트, 타입 세팅(Type setting)을 만들고 있다. 서체를 디자인하고 폰트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폰트를 입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지면이나 디지털 화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와 사용자들이 폰트를 바르게 써야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한 것이 2019년에 진행된 30주년 기념 미디어 전시 <꼴값 쇼>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yoondesign.com/work/34 참조)
치영님은 일하면서 다양한 회사와 협업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셨지만 대부분의 디자인 과정에서 폰트는 디자인의 특급 조연 역할을 맡았다. 많은 사람들은 폰트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은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안 한다. 그래서 치영님은 폰트도 주연이 되어보자 라는 접근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글자를 벗어난 엉뚱한 폰트 - 저 세상 폰트 #1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지만 워라밸은 개나 줘버린 많은 디자이너들은 여과 없이 출근한다.
불쌍한 디자이너들에게 주 52시간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디자이너님들 더 이상 아이콘 그리다가 야근하지 마세요."
그들의 워라밸 보장을 위해 아이콘으로 구성된 폰트를 만들었다. 바로 휴일의 아이콘.
디자이너의 워라밸, 폰트로 시작하세요.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냉담한 시장 반응을 맛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저세상 폰트 #2
이 프로젝트는 게임 회사 클라이언트 의뢰 작품이었다.
치영님은 폰트 자체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폰트만 쳤는데 디자인 끝났다."
"게임의 희로애락을 폰트에 넣었다."
그리고 이미지로는 없지만 콘서트나 공연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떼창체"도 보여주셨다.
"노래방 가사는 당신의 소울을 따라오지 못한다."라는 모티프로 제작된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정말 신박한 폰트였다.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 출시해놓겠다고 하셨다. 콘서트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무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가 떼창체로 화면에 나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his is not FONT, This is CONT
엉뚱상상 스튜디오는 콘트라는 재밌는 이름의 모바일 안에서 원하는 메시지를 골라 카톡으로 보낼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영업사원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언택트 시대에 맞춰 티켓 자체를 가지고 언택트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시대의 팬심 인증 타이포그래피도 보여주셨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영님은 타이포그래피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 외 재밌는 작업들은 엉뚱상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 -> https://letters-branding.com/
치영님의 목표는 폰트를 대중문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다. 1989년에 디지털 타이포그래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후 30년 동안 정말 다양한 디지털 서체들이 세상에 나왔다. 엉뚱상상 스튜디오는 2019년부터 앞으로 30년의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어보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으이그 꼴좋다!
지구 상의 모든 꼴값을 다 떨면서 다음 시대의 타이포그래피를 먼저 만들어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치영님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마치셨다. 엉뚱상상의 다양한 작업 물들을 보며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고 폰트를 단순 서체 그 이상으로 바라보며 하나의 독창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낸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런 지독한 엉뚱 상상 폰트 덕후들.. 앞으로 폰트를 통해 또 어떤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정말 기대가 된다.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엉뚱 상상만의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폰트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