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기록
첫 시험관 시술의 실패 결과를 받고,
나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근처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산미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시험관 1차 실패', '시험관 유산'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다음에 결국 성공하는 글을 수없이 읽었다.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나만의 회복 과정인 것 같다. 타인의 경험을 읽으며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괜한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싶고 너무 깊은 우울에 빠지고 싶지 않은 방어본능 같은 게 아닐까.
친한 친구 몇몇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만날 약속을 차례차례 잡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성공하면 만나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뤘는데
자유의 시간을 더 얻게 되었으니 사람들도 만나야겠다. 싶었다. 남편만 바라볼 수는 없으니..
그리고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되나 고민이 되었다.
눈물이 안 났는데, 엄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흘렀다.
휴직 때문에 시험관 중이라는 걸 말했을 때 엄마 아빠는 무척 속상해하셨다. 화까지 났다고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아기를 가지려고 하니? 혹시 00(우리 남편)이가 그러자고 해?'
아니라고 이건 나의 결정이다라고.. 한편으로는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아빠에게 서운하고 불편했다.
철없는 딸의 마음이었다.
카페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또 유산이래..'
이 말을 하자마자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말을 이어나갔지만 아마 나의 울먹거림을 엄마는 눈치챘을 것이다.
무척 속상해하는 엄마..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유산이라니 엄마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셨을 터이다.
엄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니.
집에 와서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난임휴직'이라는 1년여간의 시간에 대해 나는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다. 벌써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고
올해 안에는 되겠지라고 했던 생각이 실패로 끝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유산으로 다시 두세 달의 휴식과 내년을 넘어야 다음 2차 시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이
그리고 또 실패하면 어쩌지? 나는 영원히 아이를 못 가지는 몸인가?
라는 좌절감으로 지난 며칠간 울면서 무기력하게 지냈다.
나와 비슷한 사례의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조금씩 위로받고 힘을 내기로 했다.
언젠간 되겠지.. 그리고 나는 지금 가장 젊은 시기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휴직을 내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되뇌었다.
아마 휴직을 내지 않고 지금 직장에서 이 고통을 겪고 있었을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고, 괜히 실패를 직장 탓으로 돌리며 원망을 그리고 괜히 주변인들에게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며, 나의 멘털을 갉아먹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임신 소식을 마음껏 축복하지 못하고,
나는 왜? 나만 왜? 라며..나의 현 상황을 괴로워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내가 휴직할 즈음, 휴직 한지 얼마 안 돼 2명이나 임신했다.)
밤늦게 남편과 늦은 저녁과 술 한잔을 집에서 했다.
'우리 내일이 결혼한 지 2,000일이네!'
슬프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주려는 남편.
대화를 하면서 나는 또 눈물바다가 되었다. 묵묵히 들어주고 가만히 지켜봐 주는 남편.
실컷 울라며, 같이 주말에 어디 놀러 가자고 제안도 하고 맛있는 거 먹자며 다정하게 의연하게 말했다.
나는 펑펑 우는데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남편을 보며
괜스레 여보는 슬프지 않아? 왜 울지도 않아? 한 번도 안 울잖아..!라고 투정을 부리니 돌아온 대답은
나도 슬퍼, 하지만 나는 00 이를 지켜야 하잖아!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남편.
늘 어리게만 보였던 남편이 그 순간만큼은 굉장히 든든하게 느껴졌다.
낮에 중학교시절부터 친했던 나의 친구에게 소식을 전할 때 친구가 위로해 주며, 너희 남편 엄청 다정하잖아.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래서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이 사람과 결혼한 일이라고 엄마에게 결혼 초기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문득 '행복총량의 법칙'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행복하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지만 이런 우리에게도 아이가 잘 안 생기는 이런 아픔이 있다는 것.
'내일은 뭐 하지?'
'아무것도 하지 마! 그냥 쉬어!'
'그래도 될까?'
'당연하지!'
'쉼'에 대한 이름 모를 불안함과 죄책감이 늘 있던 나는
'계획' 즉 '할 일'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멈춰가는 이 시간에 마음을 쉬면서 '시험관 준비'가 아닌
이제는 다시는 오지 않을 '나 혼자만의 시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좀 더 집중하고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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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10. 29.(수), 오늘 내가 한 일 + 할 일 등 -
: 눈 뜨자마자 유산균 1알, 샤워하기
: 커피 내리기
: 창문 열고 환기
: 쓰레기 정리
: 침대 여름 쿨 매트 벗기고, 겨울 커버로 바꾸고 겨울 이불 꺼내기
: 여름 이불 빨래 돌리기, 건조기 돌리기
: 로봇청소기 물걸레 정리
: 신문 보기
: 브런치에 나의 마음 기록하기
: 병원에 전화해 피검사 결과 묻기
: 책 읽기(요새 1Q84에 꽂혀 읽기 시작했다)
: 빨래 개기
: 집 근처 도서관 가기
: 남편과 저녁에 디트로이트 피자집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