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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pr 23. 2016

스무고개로 알아보는 나의 와인 취향과 추천 와인!

나는 어떤 타입의 사람이고 어떤 와인이 잘 맞을까?


마트나 와인샵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있죠?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데 점원분이 오셔서 '어떤 와인 찾으세요?' 라고 물어봅니다. '레드 와인 보세요? 화이트 와인 보세요?' '달콤한 와인 찾으세요? 드라이한 와인 찾으세요?' 친절하게 말을 건네시지만, 솔직히 '무슨 질문이신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싶은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준비한 '스무고개로 알아보는 나의 와인 취향과 추천 와인!'. 사실 스무 번까지 갈 것도 없이 너댓 번의 고개만 넘으면 나의 와인 취향과 함께 저렴한 추천 와인도 같이 알 수 있으니, 재밌게 끝까지 가보자고요. 그럼 시작!




#01번의 두 멘트 중 더 마음에 드는 내용을
선택해 지시된 번호로 이동해주세요. 




#01

쓴 맛이 일품인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을 수는 없지. 술도 단 건 별로야. 소주 맥주 다 원래가 좋아. (▶7번)

난 달콤한 주스가 좋아. 술도 소주보단 달콤한 자몽 소주, 맥주도 꿀 한 스푼 넣은 허니 비어가 좋아. (▶13번)



#02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A-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A-2 타입 와인으로!



#03

난 복잡 미묘하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게 좋아. 디저트를 먹어도 한 입 크기 케잌 여러 개에 커피를 곁들여 조금씩 돌아가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 (▶2번)

난 복잡한 건 머리 아파. 순수한 하나가 좋아. 디저트도, 커피면 최고 풍미를 가진 커피 한잔, 케잌이면 최고의 달콤함을 보여주는 케잌 한 조각이면 충분하지! (▶4번)



#04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B-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B-2 타입 와인으로!



#05

난 복잡 미묘하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게 좋아. 디저트를 먹어도 한 입 크기 케잌 여러 개에 커피를 곁들여 조금씩 돌아가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 (▶6번)

난 복잡한 건 머리 아파. 순수한 하나가 좋아. 디저트도, 커피면 최고 풍미를 가진 커피 한잔, 케잌이면 최고의 달콤함을 보여주는 케잌 한 조각이면 충분하지! (▶8번)



#06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C-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C-2 타입 와인으로!



#07

국물은 진한 진국이 좋아. 꼬리곰탕, 감자탕, 순댓국처럼. 진하게 입 안을 채우는 든든한 국물! (▶3번)

깔끔하고 맑은 국이 좋아. 소고기 무국, 오이냉국, 콩나물국. 맑지만 감칠맛 나는 시원한 국물! (▶5번)



#08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D-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D-2 타입 와인으로!



#09

난 복잡 미묘하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게 좋아. 디저트를 먹어도 한 입 크기 케잌 여러 개에 커피를 곁들여 조금씩 돌아가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 (▶ E 타입 와인으로!)

난 복잡한 건 머리 아파. 순수한 하나가 좋아. 디저트도, 커피면 최고 풍미를 가진 커피 한잔, 케잌이면 최고의 달콤함을 보여주는 케잌 한 조각이면 충분하지! (▶10번)



#10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F-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F-2 타입 와인으로!



#11

난 복잡 미묘하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게 좋아. 디저트를 먹어도 한 입 크기 케잌 여러 개에 커피를 곁들여 조금씩 돌아가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지! (▶ G 타입 와인으로!)

난 복잡한 건 머리 아파. 순수한 하나가 좋아. 디저트도, 커피면 최고 풍미를 가진 커피 한잔, 케잌이면 최고의 달콤함을 보여주는 케잌 한 조각이면 충분하지! (▶12번)



#12

과일은 자두나 복숭아처럼 입 안에 과일즙이 담뿍 퍼지며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는 묵직한 게 좋아. 

▶ H-1 타입 와인으로!

과일은 사과나 파인애플처럼 상큼하고 시원하게 다가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새콤달콤한 게 좋아.  

▶ H-2 타입 와인으로!



#13

국물은 진한 진국이 좋아. 꼬리곰탕, 감자탕, 순댓국처럼. 진하게 입 안을 채우는 든든한 국물! (▶9번)

깔끔하고 맑은 국이 좋아. 소고기 무국, 오이냉국, 콩나물국. 맑지만 감칠맛 나는 시원한 국물! (▶11번)








I  A-1 타입

풍부하고 진하면서 복잡한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당신

깊이와 기품, 능력을 모두 추구하는 당신은 진지하면서도 속 깊은 면이 돋보이는 신사 숙녀 시군요. 한 분야의 '대가'를 추구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요 근래에 인기가 많고 훌륭하다 평가되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릴 것 같군요. 묵직하고 풍부한 맛과 향, 여기에 복잡하고 다양함을 갖추면서도 이 맛들의 기막힌 밸런스 등을 갖춘 와인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조건을 갖춘 와인들 중에 저렴한 와인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답니다. 프랑스, 미국, 칠레 등지의 와인 중 상당한 급의 와인들이 이러한 면모를 보여준달까요. 아주 비싸지 않은 것 중에 그래도 이러한 감각을 줄 수 있는 와인을 고르자면, 프랑스 남부 지방 와인 '로스탈 까즈 에스티발 (L'ostal Cazes Estibal)'이나 이탈리아 와인 '까살레 베키오 (Casale vecchio)' 가 생각이 납니다. 더 저렴한 것 중에 하나 더 넣자면 칠레 와인 '몰리나 (Molina)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도 넣고 싶네요.


왼쪽부터 로스탈 까즈 에스티발, 까살레 베키오, 몰리나 입니다.


앞의 두 와인은 아주 저렴한 가격은 아니에요. 로스탈 까즈 에스티발이 3만 원 대 중반 정도 하고 (4만 원 대까지도 갑니다) 까살레 베키오는 4~5만 원 대까지 갑니다. 할인 행사를 하면 2만 원 대까지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할인을 노려보면 좋겠죠? 인기 때문인지 몇 년 전에 비해 가격이 좀 올랐습니다. 하지만 가격 이상으로 상당히 진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그 속에 복잡다단한 맛이 단계별로 숨겨져 있어 추천드릴 만 합니다. 묵직함 속에 숨겨진 여러 모습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몰리나 카베르네 쇼비뇽은 복잡한 맛이라고 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2만 원 대 혹은 세일하면 1만 원 대 후반까지도 가는 칠레 레드 와인 중에서, 부드럽고 도톰하면서 다양한 맛을 재미있게 느껴볼 수 있어 포함시켰습니다. 마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고요. 단, 앞의 두 와인은 마트에서 흔하게 보기는 좀 어렵고 백화점 와인 매장이나 와인 샵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스타일에 어울리게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까요. 혹시 이 와인을 발견했는데 가격이 적당하다면,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A-2 타입의 화이트 와인이나 B-1 혹은 C-1 타입의 레드 와인도 참고해 보세요.





I  A-2 타입

화려하고 복합적이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스타일의 당신

'골라먹는 재미'를 좋아하는, 화사하고 상큼한 당신은 진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가진 미국 샤도네(Chardonnay)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잘 맞겠네요. 하얀 꽃 향기 같은 화사함과 꿀 같은 달콤함, 과일을 씹어먹는 것 같은 풍부한 과실 맛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역시 넉넉한 맛의 미국 샤도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조금 더 가격대가 높으면, '리슬링(Riesling)'이라는 품종의 와인도 추천드릴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품종 자체에 복합적인 맛이 풍부한 샤도네 품종이 더 쉽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마트와 샵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아주 비싸지 않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기에 적합하고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와인은, 3~4만 원 대 선에서는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 (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 샤도네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Charnonnay)가 있겠고, 약간 복잡한 맛은 덜하지만 충분히 추천드릴 수 있는 2만 원 대에서는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스 샤도네 (Columbia Crest Two Vines Chardonnay)' 가 있겠습니다. 


왼쪽 부터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 샤도네,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스 샤도네


마트나 샵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와인들이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할인 행사를 하면 거의 반 가격까지도 떨어지니 할인을 노려보는 것도 강추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미국 샤도네 품종의 와인은 풋풋한 풀부터 화사한 꽃, 달콤한 꿀, 매끈한 오일의 느낌까지 복합적이면서 쉽게 느껴지는 친절한 맛이 특징입니다. 약간 시원하다 싶게 드시면, 잔 속에서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다양하고 풍부한 향과 맛이 소록소록 올라온답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면, 레드 와인 A-1 이나 C-1, 화이트 와인 B-2도 추천드릴만 하답니다.





I  B-1 타입

눅진하고 묵직하게 강력한 한 방을 원하는 당신

복잡하고 야리야리한 건 싫고 굵직한 한 방을 좋아하는 당신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유독 사랑받는 칠레 레드 와인이 어울립니다. 특히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이라는 품종의 와인이 잘 맞을 것 같네요. 유난히 한국에서 인기 있는 1865 라는 와인이나 몬테스 알파 (montes alpha) 라는 와인이 이러한 스타일입니다. 처음 따자마자부터 강력하게 주위를 휘감는 진한 와인 향과 불투명한 자줏빛의 와인 컬러, 넣자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두툼한 과실 맛이 직설적이고 강한 한 방을 원하는 당신에게 어울립니다. 1865는 4만 원 대 정도이고, 세일하면 3만 원 초중반 정도까지도 갑니다. 몬테스 알파도 마트에서 3~4만 원 대에 살 수 있는데 두 와인 모두 한-칠레 FTA 체결 후 전반적으로 가격이 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그냥 마시기엔 좀 비싸죠. 그래서 1만 원 후반에서 이런 감각을 제법 느껴볼 수 있는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왼쪽 부터 1865, 몬테스 알파, 에라주리즈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쇼비뇽


추천드리는 와인은 바로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까베르네 쇼비뇽 (Errazuriz Estate Cabernet Sauvignon)' 입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두께와 파워라니? 라고 놀랄 수 있는 강추 칠레 레드 와인이에요. 에라주리즈라는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유명 양조사입니다. 그 브랜드에서 나오는 가장 대중적인 라인의 와인인데 그 힘과 진한 느낌이 만만치 않답니다. 마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스타일의 분이시면, A-1 타입의 레드 와인이나 B-2 타입의 화이트 와인도 한 번 눈여겨 봐 주세요. 혹시 오늘은 좀 가볍게 와인이 당긴다 하면 H-1 타입의 레드 와인도 재미있겠습니다.





I  B-2 타입

사과를 껍질 채 아삭 씹어먹는 듯한 진하고 상큼한, 쿨한 당신 

직선적이고 쿨하면서도, 찐득하고 두터운 건 별로인 당신. 상큼하고 칼칼한 한 방이 어울리는 당신은 대중적인 리슬링(Riesling) 이나 샤도네(Chardonnay)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겠네요. 물론 비싸고 좋은 와인도 잘 어울리지만, 저의 '모두를 위한 와인 이야기' 컨셉에 맞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들로 제안을 드리자면, 홈플러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테스코(TESCO) 자체 제작 와인 '심플리 리슬링 (Simply Riesling)' 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한 병에 9,900원이면 살 수 있는 와인! 세계적인 유통 체인인 테스코에서 와인 양조사와 합작하여 만드는 심플리(Simply) 시리즈 와인 중 하나인데요, 대중적인 와인답게 누구에게나 적당히 잘 맞는 심지 있는 와인 맛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숨겨진 맛보다는 툭하고 혀에 와 닿는 쿨한 맛이 가격을 생각하면 놀랍죠. 미국 대중 와인 브랜드인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스 리슬링 (Columbia Crest Two Vines Riesling)' 도 나름대로 진하면서도 편하게 화이트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은 1만 원 대 후반에서 2만 원 대 중반 정도. 좋죠?


왼쪽 부터 심플리 리슬링, 콜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스 리슬링, 스택 와인 샤도네


기왕 다양한 와인을 소개해드리는 거 재미있는 와인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스택 와인 샤도네 (Stack Wine chardonnay)' 인데요, 이 와인은 위에서 보시는 대로 재미있게도 한 병이 네 개의 잔 형식으로 나누어져 쌓여 있습니다. 피크닉이나 파티에 최적화된 와인인데 와인 오프너나 잔 필요 없이 하나씩 떼어서 손으로 뚜껑을 벗겨 마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형태라고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생각보다 맛이 훌륭하고 모두의 입맛에 잘 맞는 쿨한 화이트 와인의 맛을 보여준답니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도 팔아요. 가격은 1만 원 대 후반에서 2만 원 정도.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A-2 나 D-2 타입의 화이트 와인에도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레드 와인이 궁금하다면, B-1을 참고해주세요.





I  C-1 타입

맑고 투명하지만 그 속의 깊고 풍부한 폭신함을 사랑하는 당신

겉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수함 속에 사실 속 깊고 풍부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티 나는 번잡함을 너머 과일이 숙성되어 맑은 술이 되듯, 정수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 말이죠. 그러면서도 냉정하고 차갑지 않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사람. 역시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와인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세계 와인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우리에게 '히딩크 와인'으로 알려진 '샤토 딸보(Chateau Talbot)' 를 비롯하여,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정상의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문제는 가장 싼 와인도 우리나라에서 3만 원 이하로는 보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2만 원 대의 보르도 와인이 있기는 하지만 복합적인 맛을 보여주기에는 약간 역부족인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스탠다드한 보르도의 맛을 보여주는 대형 브랜드의 괜찮은 와인이 있습니다. '칼베 리저브 보르도 레드 (Calvet, Reserve Bordeaux Red)' 인데요, 2만 원 대 중반에서 3만 원 정도며,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준의 복합적인 맛을 투명한 질감 속에서 보여줍니다. 


왼쪽 부터 칼베 리저브 보르도, 라 시부아즈, 몬테 안티코


다음으로 추천 드릴 와인은 프랑스 남부지방 와인인데요, 프랑스 남부에서 이름 있는 생산자가 만드는 저렴한 대중 와인인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M. Chapoutier, La Ciboise Red)' 입니다. 편의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 와인은 1만 원 대 후반에서 2만 원 대에서 살 수 있는 훌륭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남부 프랑스 와인이 대체로 좀 진하고 칼칼한 느낌이 있는 반면에, 이 와인은 매끄럽고 다소곳하면서도 은근히 장난기가 넘치는 달큼한 맛 등 복합적인 면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와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추천드리는 와인은 제가 나중에 이 와인만 따로 떼어 리뷰를 하려고 하는 강추 이탈리아 와인 '몬테 안티코 (Monte Antico)' 입니다. 가격이 2만 원 대 중후반 정도인데 마셔보고 정말 놀랐었죠. 겉으로 보기엔 그냥 맑은 레드 와인인데 그 속에 숨어있는 온갖 맛과 향이 봉숭아 씨가 톡톡 터지듯이 끊임없이 터져 올라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밸런스를 잃지 않는 단아한 자세가 참 놀라웠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이 와인은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는 없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억나는 바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 입구역 1번 2번 출구 사이에 있는 세계 주류 샵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혹시 근처에 가시게 되면 한 번 사서 드셔 보시는 걸 강추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더 진한 와인으로 A-1 타입의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이 궁금하시면 B-2 타입, D-2 타입 와인까지도 도전해보시면 좋겠네요.





I  C-2 와인

맑고 영롱하면서도 끝없는 깊이가 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당신

다이아몬드는 아주 작고 투명한 보석임에도 그 반짝임의 깊이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합니다. 화려한 색깔들의 향연 보다는 정갈하면서도 단아한 깊이를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화려한 맛을 곱게 숨겨놓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겠네요. 입에 넣는 순간 입 속에서 천천히 안개꽃이 피어나듯 숨겨놨던 맛과 향을 하나씩 내주는 와인 말이죠.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감을 잡은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와인들은 사실 아주 저렴한 가격에서는 찾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도 '모두를 위한 와인 이야기' 컨셉에 맞게 저렴한 것 중에 이러한 느낌을 보여주는 와인을 고르자면 먼저, '메짜코로나 피노 그리지오 (Mezzacorona, Pinot Grigio)' 가 있겠습니다. 물론 맛의 복잡함과 깊이가 아주 깊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1만 원 대 중반에서 2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과일 맛과 꽃 향기와 풀 냄새가 신선한 바람을 타고 오는 듯한 복합적이고 재미있는 와인입니다. 더 편하게 드시려면, 홈플러스에서만 파는 테스코(TESCO)의 기획 생산 와인인 '심플리 피노 그리지오 (Simply Pinot Grigio)' 도 마트 가신 김에 슬쩍 집어오셔도 후회 없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9,900원의 놀라운 가격인 데다, 약간 시원하게 해서 드시면 가격 대비 충분한 맛의 재미를 보여줍니다. 심플리 시리즈가 이름답게 좀 심플하긴 한데, 이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라는 품종 자체가 풀, 꽃, 과실 등의 복합적인 느낌을 애초에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복합성은 기대해 볼 수 있어요.


왼쪽부터 메짜코로나 피노 그리지오, 심플리 피노 그리지오, 칼베 리저브 보르도 화이트


프랑스 와인 중에 높은 가격으로 고르자면 샤블리(chablis)나, 뿌이휘세(Pouilly Fuisse) 종류의 와인 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을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깔베, 리저브 보르도 화이트 (Calvet, Reserve Bordeaux white)' 를 들 수 있겠습니다. 위의 와인들보다 조금 더 오일리(oily)한 느낌이 입 안을 매끈하게 감싸주면서도 과일과 작은 꽃들의 향연이 같이 펼쳐지는, 품위와 재미를 갖춘 와인입니다. 약간 시원하게 해서 드시면 그 밸런스가 더욱 좋아지니 약간 차다 싶게 시작해서 드시면서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향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네요. 1만 원 대 후반에서 2만 원 대에 살 수 있습니다. 좋죠. 이런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A-2 타입의 와인도 참고해주시고, 여기에 오늘은 달콤함을 더해보고 싶다하시면 G타입의 와인도 좋겠네요. 레드 와인으로 도전해보고 싶으시면, C-1 타입 와인을 강추합니다.





I  D-1 타입

자신의 감정과 능력을 숨지기 않는 솔직하고 단순 명료한 당신

복잡하고 아기자기한 건 별로. 겉과 속이 다른 건 가장 별로. 단순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쿨한 스타일인 당신에게는 마시자마자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미국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겠네요. 와인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아로마와 뉘앙스를 시간을 두고 탐구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 은 별로 재미없죠? '내가 왜 와인을 알아가야 돼? 와인이 나한테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서는, 친절하고 귀여우면서도 재치 있는 미국 피노누아 품종의 레드 와인이 생각납니다. 저렴하면서도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와인은 이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라수 피노누아 (Mirassou Pinot noir)' 가 있겠네요. 이마트에서 1만 원 대 중후반이면 살 수 있는 이 와인은 깨끗하고 투명한 루비 컬러에 앙큼한 과일맛과 장미향이 어우러져 누구나 쉽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이마트에서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피노누아 품종 와인' 이라며 광고를 했었죠. 같은 품종 중에서 더 강렬한 맛을 원하신다면, '캐슬락 피노누아 (Castle Rock Pinot noir)'도 추천할만합니다. 위의 와인보다 가격은 좀 더 있는 3만 원 대 정도지만 알 굵은 체리향과 달콤 쌉쌀한 초콜릿 같은 느낌이 투명하게 담겨 있는 흥미로운 와인이랍니다. 


왼쪽 부터 미라수 피노누아, 캐슬락 피노누아, 아포틱 레드


또, 다른 품종 와인 중에서는 '아포틱 레드 와인메이커스 블랜드 (Apothic Red Winemaker's Blend)' 가 어떨까 싶습니다. 역시 미국 와인이고 꽤 진한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쉬라(shyrah)가 메인인 와인이지만, 전반적으로 무겁지 않고 밝고 깨끗한 레드 컬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퐁퐁 터져나오는 진한 과실 맛과 향,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쌉쌀한 느낌이 복잡하지 않게 한 큐에 혀에 와 닿습니다. 가격은 3~4만 원 대라고 적혀있지만 전 이 와인을 제 값 주고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왜인지 1만 원 대 중후반으로 자주 할인을 하더라고요. 편의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가격에서 이 정도 맛이라면 추천드릴만 하죠. 이런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B-1 타입의 레드 와인도 어떨까 싶습니다. 갑자기 주스처럼 와인을 쉽게 마시고 싶은 날이라면 H-1 타입의 와인도 한 번 참고해 보세요. 화이트가 궁금하시면 D-2 타입도 추천드립니다.





I  D-2 타입

구구절절한 건 싫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깔끔하고 쿨한 당신

조금씩 여러 번 보다는 한 번 즐길 때 시원하게 즐기는 스타일이면서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 쿨하다는 말을 듣는 당신. 상큼하고 쌉쌀한 술을 원샷에 톡 털어 넣는 걸 좋아할지도 모르겠군요. 깊은 풍미나 두터운 맛의 향연 보다는 신선하고 개성 있는 맛을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와인도 일단 즐거워야 하겠죠. 그래서 스파클링(거품) 와인을 하나 추천합니다. '산테로, 피노 샤도네이 스푸만테 (Santero, Pinot Chardonnay Spumante)' 인데요, 2만 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상큼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단 맛은 많지 않으면서 신선한 과실과 풀 향이 물씬 나는 옅은 금빛 영롱한 와인이에요. 기다란 스파클링 와인 잔에 꼭 마시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쿨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와인은 따뜻한 봄날 낮의 피크닉 용으로 최고죠! 또 다른 추천 와인은 독일 화이트 와인인데요, '다인하드 그린 라벨 리슬링 (Deinhard Green Label Riesling)' 입니다. 알콜이 10도 정도로 일반적인 와인에 비해 약간 낮고 살짝 단 맛이 느껴져서 술술 넘어가는 즐거운 와인입니다. 누가 마셔도 '오~ 맛있구나' 라고 생각할 만한 맛을 보여줍니다. 


왼쪽 부터 산테로 피노 샤도네이, 다인하드 그린 라벨 리슬링, 버니니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와인을 하나 추천드리면, 혹시 '버니니 (Bernini)' 라고 아세요? 가끔 맥주로 오해받는 이 술은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에 가깝습니다. 파티나 바에 빠지지 않는 즐거운 술인데요, 도수가 5도 정도 되고 약간의 달콤한 맛과 적당한 쌉쌀함, 거기에 살짝 풍기는 흰 꽃 향기가,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한 병에 275ml로 일반적인 와인 한 병(750ml)의 절반이 좀 안 되는 양이고 한 병에 4천 원에서 싸게는 (코스트코에서 묶음으로 사면) 2천 원 초반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많이 사놓고 가볍게 즐기기도 좋은 와인입니다. 이런 와인을 좋아하시면, 더 달콤하게는 G 타입이나 H-2 타입의 화이트 와인도 추천드리고, 레드 와인이 궁금하시면 D-1 타입 와인도 참고해주세요. 





I  E 타입

깊고 복합적이면서도 스윗한, 아이러니한 매력을 가진 당신

보통 스윗하고 달콤하다 하면, 다소 가볍거나 장난기가 많기 쉬운데 진중함과 품위를 갖추면서도 스윗함을 잃지 않는 당신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매력을 갖춘 신사나 숙녀군요. 이런 분께는 달콤함이 얼마나 많은 베리에이션을 가질 수 있는지 놀라움의 끝을 보여주는 프랑스 소테른(Sauternes) 지역의 와인을 강추합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와인은 저렴한 가격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깊은 복잡함과 다채로운 달콤함을 모두 갖추기가 쉽지 않겠죠. 소테른 지방 와인은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포도를 발효해서 와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Botrytis cinerea)' 라는 일종의 곰팡이 균이 포도알의 수분을 쪽 뺏어가 당도가 극도로 높아진 포도알만 골라서 와인을 만드는 귀한 와인입니다. '귀'하게 '부'패한 와인이라 해서 '귀부 와인' 이라고도 불리죠. 마셔보면 세상에 이런 단 맛도 다 있구나 싶을 만큼 닷 맛의 총천연색을 보는 듯한 놀라움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평소에 마셔보셨을 수도 있는 모스카토라는 포도 품종의 달달함이 아니라, 다채로운 단 맛을 적당한 신 맛이 잡아주며 꿀, 꽃, 과일 등 우리가 맛봤었던 온갖 달콤함이 입 안에서 계속 굴러다닙니다. 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한 선에서 마실 수 있는 훌륭한 소테른 와인을 추천드리면 '샤토 깡테그릴 (chateau cantegril)' 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샤토 깡테그릴. 금처럼 빛나는 와인 병


전 달콤한 와인을 달지 않은 드라이 와인보다는 덜 마시지만, 이 와인을 마셔보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마셔봤던 스위트 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하고 묘한 단 맛과 느끼하지 않게 이 단 맛을 잡아주는 신 맛의 밸런스라니. 괜히 소테른이라는 지방이 유명한 게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대규모 생산 브랜드가 아니면 10만 원은 쉽게 넘어가는 소테른 지방 와인 중에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검색해보면 $29~35 정도이고, 저는 7만 원 선에서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지는 않고 서울숲와인아울렛 이라는 샵에서 파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서울 분당선 서울숲역 갤러리아 포레 지하 3층에 있는 샵인데 샵 규모와 저렴한 가격에 기분이 좋았었죠. 어차피 이 귀부 와인은 한 두 명이 한 병을 다 마시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한 잔씩 식전이나 파티 전에 마시는 술이라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행사에 야심 차게 한 병 준비해보는 컨셉도 좋겠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더 가볍게는 G 타입 와인이나 D-2 타입 와인도 좋아하실 수 있겠습니다. 레드 와인이 궁금하시면 F-1 타입 와인을 한 번 구경해 보세요.





I  F-1 타입

깊고 진한 달콤함과 쌉쌀한 맛을 동시에 가진 다크 초콜릿 같은 당신

깊고 복합적인 달콤함을 가졌으면서도 쌉쌀한 맛이 더해진 진득한 초콜릿 같은 당신에게서는, 진한 벨벳 재킷을 입고 베레모를 쓰고도 장난기와 위트를 겸비한 신사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와인 중에 이런 와인이 있을까요? 사실 달콤한 와인은 달지 않은 와인보다 그 종류나 다양성이 훨씬 적습니다. 그래서 당분이 직접 입에 와 닿지는 않아도 과숙된 자두 같은 과일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스타일의 와인을 추천드리려 합니다. 호주의 쉬라즈(shiraz) 품종 와인들이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가격에 비해 상당한 퀄리티를 갖추면서, 눅진하고 달큰한 느낌을 주는 와인 '옐로우 테일 쉬라즈 (Yellow Tail Shiraz)' 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1만 원 대 중후반이면 살 수 있고 마트나 와인 샵, 편의점 등에서 꽤나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으로도 유명한 캥거루 그림 라벨의 이 와인은 가격에 비해 언제나 만족할만한 달큼하고 진한 맛을 보여줍니다. 같은 계열로써, 가격은 좀 올라가지만 여전히 가격에 비해 대단한 맛을 보여주는 와인으로는 '파머스 립, 페더웨이 쉬라즈 (Farmer's Leap, Padthaway Shiraz)' 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와인 몇 년 전 3만 원 대 후반에서 4만 원 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5만 원 대 중후반까지도 가는 것 같습니다. 푹 익은 자두를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뭉큰하고 진하게 과즙이 쭉 퍼지는 느낌, 기억나시죠? 그런 깊은 단순함의 미덕을 훌륭하게 보여준답니다.


왼쪽 부터 옐로우 테일 쉬라즈, 파머스 립 패더웨이 쉬라즈, 테일러 셀렉트 리저브 포트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도전을 추천드리는 와인은, '포트 와인 (Port Wine)'입니다. 포트 와인은, 와인 발효 과정에서 높은 도수의 브랜디를 첨가하여 만드는 포르투갈의 달콤하고 진한 와인입니다. 다크 초콜릿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도수는 20도 안팎으로 꽤 높지만 상당히 달콤하기 때문에 디저트 용으로 좋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시려면 저렴하고 대중적인 포트 와인인, '테일러, 셀렉트 리져브 포트 (Taylor's, Select Reserve Port)' 부터 시작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네요. 3만 원 안팎으로 보시면 되는데 이 이하의 포트 와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달콤하고 특이한 레드 와인에 도전해보고 싶다 하시면 어떤 맛인가 한 번 구경해 보세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B-1 타입이나 A-1 타입의 레드 와인도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화이트 와인이라면 E 타입이나 F-2 타입이 어떨까 싶네요.





I  F-2 타입

그야말로 스윗스윗한 꿀처럼 달콤한 당신. 느끼함을 잡는 것이 중요하죠.

다른 건 미뤄두고, 찐하게 달콤한 꿀 같은 스타일의 당신. 자칫 느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당신의 매력이죠. 자꾸 '볼'수록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볼매' 캐릭터인 당신에게 적합한 와인이 있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면 금을 마시는 것이라고 해두죠. 너무 과장된 표현 아니냐고요? 실제로 이 달콤한 와인 안에는 금가루가 가득 들어 있답니다. '골든 웨이브 (Golden Wave)' 라는 호주 와인인데, 일반 와인의 절반 용량인 375ml 의 날씬한 병에 담겨 있는 특이한 와인입니다. 달콤한 맛이 진하기 때문에 보통 디저트 용으로 많이 선택합니다. 과일이나 케잌과 먹어도 밀리지 않은 꿀 같은 달콤함! 그리고 실제로 와인 안에 금가루가 잔뜩 들어있어 눈으로 한 번 반하고 맛으로 또 한 번 반하죠. 파티용이나 달달한 데이트용으로 적합한 와인이랄까요. 가격은 1만 원 대 중후반 정도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주스처럼 시원하게 해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만, 도수가 10도 정도 되니 훅 가지 않게 주의하세요. 


왼쪽이 골든 웨이브, 오른쪽이 산 페드로 레이트 하비스트. 왼쪽 와인 안에 금 가루가 보이시죠?


난 이보다 더 단 걸 원한다 하시는 분들께는 저렴한 와인 중에 '산 페드로, 레이트 하비스트 (San Pedro, Late Harvest)' 를 알려드립니다. 이건 정말 답니다. 물론 식사 중간에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 디저트 용입니다. 고급 꿀이나 시럽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훅있는 단 맛을 보여줍니다. 위 와인과 마찬가지로 일반 와인병의 절반인 375ml 이고, 1만 원 대 후반이나 2만 원 대 초반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달콤하면서도 도수가 12도는 되니 특이한 디저트를 한 번 준비해보고 싶다 하면 한 잔 씩 도전해 보세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G 타입의 와인이나 E 타입의 와인도 눈여겨 봐 주세요. 혹시 레드 와인이 궁금하시다면, F-1 타입이 어울리겠네요.





I  G 타입

투명한 달콤함 속에 다양함을 숨겨놓은 어린 귀부인 같은 당신

겉으로 보기에는 단아하고 순수해 보이면서도 기품과 교양, 위트를 숨겨놓은 당신은 어린 귀부인 같은 스타일이시군요. 말을 하지 않으면 당신의 매력을 절반밖에 모르죠.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당신의 교양과 재치에 사람들이 푹 빠지게 될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울리는 와인은 역시 달콤한 꿀과 화사한 꽃 향기가 가득한 모스카토(Moscato) 품종의 와인이겠죠. 특히 이탈리아 아스티(Asti) 지역의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와인을 추천합니다. 뭔지는 잘 몰라도 모스카토하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이름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빌라엠 모스카토가 크게 유행하면서 많이 알려졌죠. 오늘은 빌라엠 말고 더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달콤함을 선사하는 와인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바로, '카비앙카 모스카토 다스티 (Ca'Bianca Moscato d'Asti)' 랍니다. 1만 원 대 중반에서 2만 원 선이면 살 수 있는데요 이 가격이면서, 처음 따면 작고 화사한 흰 꽃 향기가 폴폴 피어오르고, 한 입 마시면 촉촉한 꿀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라 하면 믿어지실까요. 게다가 조근조근한 기포들이 자칫 단 맛의 느끼함을 상큼하게 잡아주고, 아주 약간의 신 맛이 마무리를 깔끔하게 지어줍니다. 알콜 함량도 5도 밖에 안 돼서 부담 없이 마시다가 냉장고에 보관하고 다시 마셔도 맛이 흐트러지지 않는, 싱글을 위한 와인이면서 아주 좋은 데이트용이기도 합니다. 


왼쪽이 카비앙카 모스카토 다스키, 오른쪽이 체레토 모스카토 다스티


이런 계열의 와인 중에 좀 더 고급스럽고 복합적인 와인을 원하신다면, '체레토, 모스카토 다스티 (Ceretto, Moscato d'Asti)' 를 추천드리겠습니다. 생산지와 포도 품종이 같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위의 와인과 스타일이 비슷하나 위 와인을 몇 배 농축해놓은 것 같은 화사함을 보여줍니다. 포도로 만든 술에서 어떻게 이렇게 꽃 향기가 나고, 말 그대로 '꿀 맛'이 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농밀하면서도 신선하고 달콤하면서도 상큼합니다. 위의 카비앙카 와인이 십 대 중반의 소녀 귀부인이라면 이 와인은 이십 대 중반이 된 성숙한 귀부인이랄까요. 용량은 일반 와인의 절반인 375ml 이고 가격은 2만 원 대 후반에서 3만 원 선에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더 고급 와인으로 E 타입의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단 맛이 별로 당기지 않는다 싶으시면 D-2 타입 와인도 좋겠네요. 레드 와인이라면 D-1 타입이 어떨까 싶습니다.





I  H-1 타입

어른이면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하고 장난기 넘치는 '어른이' 당신

어른인 척, 괜찮은 척하는 건 별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순수하고 즐겁게 지내는 당신은 '어른이-키덜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겉으로는 어른이지만 속에 장난기 넘치는 소년 한 명이 들어앉아 있는 귀여운 면모가 보이네요. 이런 분들께는 젠 체 하는 복잡다단한 와인보다는, 달콤하면서 과일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어 먹는 것 같은 편하고 심플한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마트에 가면 와인 코너에 항상 둥그렇고 두꺼운 유리병에 담겨있는 와인이 있을 겁니다. 바로 '칼로 로씨 레드 (Carlo Rossi red)' 입니다. 가격 대비로 치면 거의 우리나라 수입 와인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이 와인은 둥그런 병 하나가 일반적인 와인 두 병인 1,500ml 이면서 가격은 1만 원 대 초반입니다. 세일을 조금만 해도 만원 한 장이면 살 수 있는 와인이죠. 그렇다고 우습게 봐선 안됩니다. 갤로 패밀리 (Gallo Family) 라는 미국의 대형 와인 브랜드에서 만드는 와인이거든요. 음식으로 치면 맥도널드 같은 맛이랄까요. 고급은 아니지만 누구나 먹으면 '그래, 맛있네'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중적 맛의 최고봉. 딱 그런 맛입니다. 단 맛이 유독 튀는 건 아니지만 달콤한 과일맛이 적절히 나면서 꿀떡꿀떡 쉽게 넘어가는 와인입니다. 한 병 사놓고 한 잔씩 두 잔씩 마시기에 좋죠. 그래도 도수는 11~12도 정도 되니 홀짝홀짝하다가는 훅 갑니다. 


왼쪽 부터, 칼로 로씨 레드, 칼로 로씨 상그리아, 마리아 올레 상그리아. 일반적인 와인 병들이랑은 좀 다르죠?


나는 그거보다 딱 달콤한 와인이 좋은데 싶으시면, 상그리아(Sangria) 라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에서 만드는 와인 칵테일이랄까요, 와인에 사과, 배, 오렌지, 레몬 등의 과일과 설탕, 탄산수 등을 넣고 재워 시원하게 마시는 가벼운 와인입니다. 과일주에 과일과 당을 더했으니 어떤 맛일지 예상이 좀 되시죠? 상그리아 한 잔에 얼음 두어 개 넣어 마시면 여름에 시원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칼로 로씨 상그리아 (Carlo Rossi Sangria)' 가 같은 크기, 같은 가격이고, 다른 브랜드 중 쉽게 볼 수 있는 상그리아는 '마리아 올레 상그리아 (Maria Ole Sangria)' 로 이건 거의 주스 같은 느낌입니다. 역시 1.5리터에 만원 이하로 살 수 있고 보통 롯데 계열의 마트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맛은 거의 주스지만 도수는 8~10도 정도 되니 꿀꺽꿀꺽 마시다 보면 몽롱해진답니다. 우리 어른이들에게는 딱! 이죠.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면 H-2 타입이나 G 타입의 화이트 와인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레드 와인이라면 좀 더 어른스러운 D-1 와인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I  H-2 타입

시원하고 맑은 청량음료 같이 순수한 소년 소녀 같은 당신

방긋 웃으면 마치 소녀같이 맑은 얼굴을 보여주는 당신은 여전히 봄바람에 나부끼는 원피스 차림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남자라면 큰 박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아이처럼 뛰는 것을 꿈꾸는 분일 수도 있겠네요. 복잡하고 어려운 건 싫고 단순하면서도 청명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달콤하고 촉촉한 화이트 와인을 추천해드립니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루씨아 화이트 스위트 (Luxia White Sweet)' 라는 독일 와인인데요, 날씬하고 멋진 병에 담겨 있는 이 와인은 1만 원 대 초중반이면 살 수 있습니다. 행사 때는 9천 원 대로도 떨어지더군요. 복숭아 같은 달달함과 레몬 같은 새콤함이 잘 조화를 이루며 편안한 맛을 선사하는 이 와인은 약간 시원하게 해서 야외 피크닉이나 파티용으로도 딱입니다. 코르크 마개가 아니라 돌려따는 방식이라 혼자 사는 분도, 한 잔 마시고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 날 또 한두 잔 마시기에 좋습니다. 도수는 일반 와인보다 조금 낮은 8~9도 정도라 부담도 덜하고요. 


왼쪽이 루씨아 화이트 스위트, 오른쪽이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또 하나 소년 소녀 같은 여러분께 어울리는 재미있는 와인을 소개드립니다.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Beringer, White Zinfandel)' 인데요, 투명한 분홍빛 와인으로 일단 우리 어른이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가격은 1만 원 대 중반 정도로 와인 중에서는 참 부담 없는 가격인데, 코르크를 뽕 하고 따면 놀라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답니다. 바로 딸기와 수박 맛! 어째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딸기와 수박 향과 맛이 물씬 나는지 참 신기하다 생각하며 마셨었는데요, 특히 차게 해서 마시면 정말 신선한 과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원하고 맑은 청량음료 같은 스타일에 딱 맞는 와인이죠? 하지만 도수는 10~11도 되니 과일의 달콤함에 홀려 너무 과음하시면 안 됩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G 타입이나 D-2 타입의 화이트 와인도 흥미로우실 것 같고, 레드 와인이라면 D-1 타입의 와인도 추천합니다.








와인 전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 제가 그동안 마신 다양한 와인들과 공부를 바탕으로 긴 글을 달렸습니다. 마트에서 와인을 고르다 보면, 머뭇머뭇하면서 와인 코너로 들어와 수백 종의 와인 앞에서 '이를 어쩌나' 하는 표정을 짓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언젠가 꼭 모두를 위한 와인 고르기 글을 쓸 테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초석이 오늘이 되었네요. 가능하면 와인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고르실 수 있도록 1~2만 원 대의 와인 중 각각의 성격에 맞으면서 나름의 퀄리티가 확인된 (제가 마셔본) 것들로 고르고 작성해보았습니다. 보시면서 '오늘 와인 한 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셨으면 성공이겠죠? 물론 세상에는 이 보다 더 훌륭하고 재미있는 와인들이 많으니 이것을 시작으로 나만의 '인생 와인'을 찾기 위해 입 맛 도는 도전을 해보시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 이 글이 누군가를 위해 와인을 사거나 선물해야 할 때 그 사람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며 어울리는 와인을 떠올리는 방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는 실제로 와인을 선물할 때 그 사람의 성격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와인을 고르거든요. :) 다음에는 저의 인생 와인을 몇몇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하니 또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 맛의 '비밀'을 살짝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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