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미신의 과학
2002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충격적인 연구가 발표되었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정형외과 전문의 브루스 모슬리 박사 연구팀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관절경을 이용한 세척술을,
두 번째 그룹은 관절경을 이용한 연골 제거술을 받았다.
세 번째 그룹은?
그들은 '가짜 수술'을 받았다.
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고, 관절경을 넣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환자들에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말해주었다.
2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는 놀라웠다. 세 그룹 사이에 통증 감소나 기능 개선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진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만큼 좋아졌다.
믿음만으로 무릎이 나았단 말인가?
플라시보 효과는 더 이상 '기분 탓'으로 치부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와 PET 스캔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제 플라시보가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2004년, 컬럼비아대학교의 토어 웨이거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열 자극으로 통증을 유발하면서 두 종류의 크림을 발라주었다. 하나는 "효과 좋은 진통 크림"이라고 소개했고, 다른 하나는 "대조군 크림"이라고 했다. 실제로는 둘 다 아무 효과 없는 보습 크림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진통 크림"을 바른 쪽이 덜 아프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fMRI 영상이었다. 플라시보 크림을 바른 쪽에서는 실제로 통증 관련 뇌 영역(전측 대상피질, 섬엽)의 활성화가 감소했고, 통증 조절과 관련된 전전두엽 피질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주관적인 느낌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뇌의 물리적 활동 패턴이 바뀌었다.
더 나아가, 플라시보 효과는 도파민, 엔도르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실제 분비 증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플라시보 약을 투여하면 뇌의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믿음은 뇌의 화학적 상태를 바꾼다.
플라시보에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있다. 그것이 바로 노시보(Nocebo) 효과다.
부정적인 기대가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1942년, 생리학자 월터 캐넌은 「부두 죽음(Voodoo Death)」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아프리카, 남미, 호주 원주민 사회에서 보고된 기이한 죽음 사례들을 수집했다. 주술사에게 저주를 받은 사람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실제로 죽어가는 현상이었다.
캐넌의 설명은 이랬다. 극단적인 공포와 절망이 지속되면,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되고, 결국 심장이 멈출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또는 '타코츠보 심근병증'으로 부른다. 실제로 극심한 정서적 충격 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믿음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플라시보와 노시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기대 효과(Expectancy Effect)'의 강력함이다.
우리가 어떤 결과를 기대하면, 그 기대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의료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생님이 "이 학생은 곧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 실제로 그 학생의 성적이 오른다(피그말리온 효과).
면접관이 지원자에 대해 긍정적인 첫인상을 가지면, 면접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
"이 와인은 비싼 것"이라고 알려주면, 같은 와인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미신적 믿음도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라고 믿으면, 우리의 뇌는 그 기대에 맞춰 세상을 해석하기 시작한다. 좋은 신호에 더 주목하고, 나쁜 신호는 덜 신경 쓰게 된다. 자신감이 올라가고, 도전적인 행동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정말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핵심적인 통찰을 정리해보자.
오랫동안 우리는 '마음'과 '몸', '주관'과 '객관', '믿음'과 '현실'을 분리해서 생각해왔다. 하지만 신경과학은 이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흐릿함을 보여준다.
믿음은 뇌의 상태를 바꾼다. 뇌의 상태가 바뀌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바뀐다. 신경전달물질이 바뀌면 몸의 상태가 바뀐다. 몸의 상태가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결과가 바뀐다.
이 연쇄 반응에서 '믿음'과 '현실'의 경계는 어디인가?
미신이 "그냥 기분 탓"이라는 말은 이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분이 곧 뇌의 상태이고, 뇌의 상태가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면, 미신의 효과도 '실제'가 아닌가?
이번 화에서는 믿음이 실제 생리적·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일반적인' 플라시보 효과 이야기다.
다음 화에서는 더 직접적으로 미신과 연결된 연구를 살펴본다. 2010년, 독일 쾰른대학교의 리산 다미쉬 연구팀은 간단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골프 퍼팅을 시키면서, 절반에게는 "이 공은 행운의 공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결과가 어땠을 것 같은가?
행운의 공을 받은 사람들의 퍼팅 성공률이 35% 높았다.
단 한마디가 만들어낸 차이. 그 메커니즘을 다음 화에서 파헤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