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누구인가?

by 투영인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누구인가?

정답은 헤지펀드도, 퀀트 운용사도, 공매도 세력도 아니다

금융의 핵심 원리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차익거래가 자산 가격을 본질 가치에 맞춰 조정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본질에서 벗어나더라도, 숙련된 투자자들이 개입해 이를 교정한다는 논리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시장은 종종 투자심리에 휩쓸려 가격이 본질 가치와 괴리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왜곡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존재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왔다. 예컨대,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자금 흐름미리 예측 가능하고 기업 실적과 무관함에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주식이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가격은 상승하고, 배당 재투자도 주가를 끌어올린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누가 이런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월가에서 이에 대해 묻는다면 보통의 답은 정해져 있다. 헤지펀드나 퀀트 운용사, 혹은 공매도 세력, 리테일 투자자들이 언급된다. 특히 헤지펀드 산업은 지난 10년간 운용 자산 규모가 1.4조 달러에서 4.5조 달러로 확대되며, 시장의 비효율을 잡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주체로 간주된다.

그러나 거의 언급되지 않는 또 하나의 강력한 후보가 있다.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시장의 수동적 참가자인가? 아니면 가장 뛰어난 차익거래자인가?

기업은 보통 자본을 조달하는 수동적 존재로 인식되며, 시장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주체도,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기업은 자산가격의 왜곡을 인식하더라도, 대부분은 ‘알파(초과수익)’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사 사업 확장에 집중한다. CEO는 운용 전문가라기보다는 사업가이고, 자본시장보다는 설비투자에 익숙하다. CFO가 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이는 세금 회피, 신용등급 유지, 레버리지 조절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결정된 결과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기업이 시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차익거래자(arbitrageur)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 하버드대 말콤 베이커와 예일대 제프리 우글러는 기업의 순자본 발행(net equity issuance)과 향후 주식시장 수익률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자본을 활발히 발행한 해에는 그 이후 주식시장 수익률이 저조했으며, 특히 소비심리 등 투자 과열의 징후가 클 때 기업은 자본을 발행했다.

기업이 시장을 타이밍에 맞춰 활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전문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더 주목할 만하다. 2022년 조지타운대 데이비드 맥클린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나 주식 발행이 은행,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자산관리사보다 향후 수익률을 더 잘 예측했다.

무엇이 기업을 이렇게 우수한 투자자로 만드는가?

가장 큰 요인은 내부 정보 접근성이다. 기업 내부자는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을 누구보다 잘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이는 중요한 시그널이 된다.

그러나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의 발행 행위가 왜 전체 주식시장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지는 설명이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발행이나 매입 정보는 공시되므로, 단지 정보만이 원인이라면 모방 투자자들이 그 수익을 빠르게 가져갔을 것이다. 기업은 단지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대평가된 주식에 대한 공매도 대응: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통해 과대평가된 종목에 베팅하지만, 이는 차입 비용과 옵션 프리미엄 등 비용이 크며, 주가 상승 시 마진콜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반면 기업은 단순히 주식을 더 발행하면 된다. 2021년 게임스탑 사태 당시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우려해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게임스탑은 신주 발행을 통해 대응했다.


자본구조 전환의 유연성: 대부분의 기업은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사용한다. 어느 쪽이 더 비싸면 다른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시카고대 유에란 마(Yueran Ma)는 기업들이 항상 더 저렴한 시장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펀드 규정과 벤치마크에 묶여 있어 이런 유연성이 부족하다.


유동성 제공자 역할: 패시브 투자 확대와 함께 주요 지수 편입 종목의 수요도 늘었고, 이 수요에 맞춰 기업이 신주를 발행하며 공급을 맞춘다. 하버드대 마르코 새먼과 노트르담대 존 심은 이런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주체가 기업임을 보여준다.

결론: 시장의 숨은 ‘숨결’은 기업이다

패시브 운용이 확대되고, 펀드의 투자 제한이 강해질수록 시장 내 자율적인 가격 조정 기능은 약화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가장 유연하게, 가장 정보에 근거해, 그리고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주변 CFO에게 감사하라. 그들이야말로 시장의 진정한 조정자다.”

<출처:The Economist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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