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은 월요일, 하드웨어 부문을 거쳐 올라온 친화적 성품의 기계공학 엔지니어 존 터너스(John Ternus)를 팀 쿡(Tim Cook)의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한다.
터너스는 현재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을 맡고 있다. 선임은 9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하며, 쿡은 오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해온 아트 레빈슨(Art Levinson)의 뒤를 이어 이사회 집행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자리를 옮긴다.
50세의 터너스는 미국 재계의 두 거물이 남긴 자리를 승계하는 셈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소비자 제품의 탄생을 진두지휘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 그리고 아이폰에서 막대한 이익을 짜내 애플을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으로 끌어올린 팀 쿡이 그 주인공이다.
쿡은 막대한 가치 창출자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의 재임 기간 중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7조 달러 증가했으며, 이는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을 제외하면 어떤 미국 CEO가 창출한 기업가치보다도 큰 규모다.
거대 조직 내부의 정치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터너스는 애플에서만 25년을 근무해왔으며, 쿡의 유력한 후계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되어 왔다. 그는 하드웨어 부문 고위 임원으로서 아이패드, 이어 맥(Mac)과 에어팟(AirPods) 개발을 거쳐, 이후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의 전 제품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터너스와 함께 일한 전직 애플 인사 담당자 크리스 디버(Chris Deaver)는 "존은 깊이 있는 협업형 리더다. 지금 시점에 뛰어난 제품 리더를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애플의 미래에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평가한다.
터너스 앞에 놓인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쿡 체제에서 다소 퇴색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의 혁신 DNA를 재점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폰 이후 가장 성공한 제품은 에어팟과 애플워치(Apple Watch)로, 각각 독립 사업으로도 큰 규모이나 아이폰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외 시도들은 성과가 부진했다. 비전 프로(Vision Pro) 헤드셋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결국 중단된 바 있다.
터너스의 주요 업적 가운데 하나는 애플 자체 실리콘 팀과 협력해 맥 컴퓨터에 탑재되던 인텔(Intel) 칩을 애플이 직접 설계한 칩으로 대체한 작업이다. 해당 칩은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2020년 전환 이후 맥 판매량은 급증한다.
터너스는 애플 내부에서 인품과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잡스를 비롯해 그의 사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던 일부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날카로운 관리 스타일을 보였다. 쿡은 보다 온화한 접근법으로 그러한 전통에서 벗어났으며, 터너스의 스타일 역시 쿡과 유사하다.
쿡은 영향력 있는 CEO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관리의 대가로서 아이폰의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을 이끄는 동안 수도자 같은 헌신으로 일관했으며, 새벽 4시 이전에 기상해 글로벌 판매 데이터를 검토하는 습관을 유지했다. 금요일이면 운영·재무 부문 고위 임원진과 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져 일부에서는 "팀과의 데이트 나이트(date night with Tim)"로 불렸다.
재임 기간 중 그는 국내외 수많은 정치적 논란 속에서 애플을 이끌었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트럼프(Trump)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주석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상들과 개인적 CEO 외교(CEO diplomacy) 스타일을 확립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 정치가 극심한 양극화로 규정되는 가운데에서도 쿡은 주요 이슈에 대한 참여의 가치를 강조해왔으며, 의견이 대립할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쿡은 애플의 가치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으며, 앨라배마(Alabama)에서 성장하며 목격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2014년에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공익을 위해" 커밍아웃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다.
쿡은 잡스가 생전에 남긴 조언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잡스는 쿡에게 "내가 무엇을 했을지 묻지 말고, 그저 '옳은 일(what's right)'을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쿡은 취임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긴 시간의 호흡에서 보면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만, 우리는 언제나 싸워왔다. 우리의 북극성(North Star)은 항상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1월 애플 전사 회의(all-hands meeting)에서 한 직원이 연이은 임원진 인사 이동에 대해 질문한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은퇴했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법무총괄은 본인들의 은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축소된 역할을 맡았으며, 12월 한 주 만에 AI,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환경 이니셔티브 부문 수장들이 잇달아 사임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대규모 이탈의 일부는 애플이 겪고 있는 AI 분야의 부진과 관련이 있으나, 4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이기도 하다. 애플 주식이 최고경영진 대부분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 탓에, 이들 중 상당수는 차세대 아이폰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하는 인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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