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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뽕 하는 법

화투 그림 한 장 없이 오로지 글로만 설명, 도전!

by 타이킴

제가 예전에 올린 나이롱 뽕 관련된 글(https://brunch.co.kr/@tystory/35)을 읽은 독자분께서 저한테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가족 분들끼리 나이롱 뽕을 예전에 했었는데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게임하는 법을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날도 다가오고, 저도 오랜만에 추억을 소환하는 의미에서 나이롱 뽕 게임을 하는 방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게 사실 구글 검색을 해도 어느 정도 나오긴 하는데요, 검색해서 자료 하나 더 나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


연락을 해오신 분은 카드로 게임을 했다고 하셨는데, 원래는 화투로 하는 게임입니다. 카드로 해도 되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화투와 마찬가지로 1 ~ 12까지 각 숫자당 4개의 무늬가 있으니 총 48장을 만드시면 됩니다. 조커랑 킹을 빼면 되겠죠. 다만, 나이롱 뽕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재미가 바로 “뽕”을 외치면서 상대방이 낸 카드와 같은 숫자의 카드 두장을 버리는 것인데, 이게 화투로 하면, 바닥에 상대방이 버린 숫자 위에, 내가 갖고 있던 같은 숫자 2장을 엎어서 버리면서 찰싹 때려주는 맛이 그만이거든요. 트럼프 카드로 할 경우 그 찰싹 때리는 맛이 없어서 상당히 아쉽습니다만, 그걸 제외하면 게임을 하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화투에 옆에 숫자가 적혀 나오는 것들이 있으니 (예:용쟁화투 클래식) 화투의 숫자에 익숙하지 않으시면 그런 것으로 하셔도 좋겠습니다.


[게임 전]


게임을 하는 사람의 숫자는 대충 3명에서 5명 정도까지 해 봤습니다. 2명도 할 수는 있겠지만 좀 싱거울 것 같네요. 6명이나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은데, 바닥 패(바닥에 모아놓고 가져오는 카드 더미)가 금방 떨어질 것 같습니다.

화투로 할 경우 보너스 카드를 제외한 원래의 화투 48장만 사용합니다.

카드로 할 경우 조커와 킹을 뺀 1 ~ 10 + J(11) + Q(12)까지 48장만 사용합니다.

여러 판을 해서 점수를 합산하는 게임으로 한 세트의 판을 정하는데, 저희는 보통 11판 정도 하면 30분 이내에 끝납니다. 이 정도 해야 처음에 좀 헤매어도 역전의 묘미가 있고, 잘 나가는 사람도 발목 잡히고 이런 재미가 있더군요. 판의 숫자를 줄이면 전체 게임 시간이 짧아지고 약간 단기 승부의 게임이 됩니다.

빈 종이를 하나 준비해서 게임 참가자들의 이름을 가로로 위에 쓰고, 판의 숫자를 왼쪽에 쓴 다음에 한 판마다 점수를 적을 수 있도록 줄을 미리 그려놓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내가 먹는 점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한 판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작은 점수는 -100점인데 그건 확률이 매우 낮고, 남을 뽕 바가지를 씌우면서 0점으로 끝나거나, 빨리 점수를 줄여서 5점 이하로 스톱을 외치면서 게임이 끝나면, 나머지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는 카드의 합계가 자기 점수가 되는 겁니다.


[게임의 진행]


선(그 판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를 시작하는 사람)을 정합니다. 이건 첫 번째 판만 그렇고, 한판이 끝나고 나면 그 판에서 이긴 사람이 선을 합니다.

패(=카드)를 잘 섞은 다음에 사람들에게 5장씩 나눠주고, 선은 6장을 갖고, 나머지는 가지런히 잘 모아서 숫자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서 바닥에 놓습니다. 이를 바닥 패라고 부르겠습니다.

5장의 패를 받은 사람들은 그 패를 자기만 보이도록 손에 잘 감추어 들고 있어야 합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한 장을 먼저 바닥 패에서 가져와서 자기 손에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들고 있는 패와 합친 다음에, 가장 필요 없는 패를 바닥에 숫자가 보이도록 버리는 것입니다. 그때 다른 사람이 어떤 패가 버려진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도록 숫자를 소리 내서 불러줍니다.

그런데 선은 어차피 자기가 게임을 시작하므로 나누어줄 때 아예 6장을 받아와서 시간을 절약하는 거죠.

원래 나누어준 5장에 한 장을 바닥 패에서 가져와서 6장을 손에 들고 있을 텐데, 이때 어떤 패를 버릴지 결정하는 것이 이 나이롱 뽕의 가장 핵심적인 결정입니다.

게임의 목적이 내가 손에 들고 있는 패의 숫자의 합을 줄이는 것이므로 보통은 높은 숫자(풍:10, 똥:11, 비:12)를 먼저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의 전략에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선이 처음 받은 6장에서 한 장을 버리면서 게임이 시작되는데, 화투로 하는 게임이므로 고스톱 방향, 즉 앉은자리에서 오른쪽 사람이 다음 차례가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 사람이 바닥 패에서 한 장을 갖고 와서 자기가 처음 받은 5장과 합친 다음에 그중에서 가장 필요 없는 패를 바닥에 숫자가 보이게 버리면서 그 숫자를 소리 내어 불러줍니다. 그러면 그 오늘 쪽에 앉은 사람이 다시 바닥 패에서 패를 하나 갖고 오고, 또 필요 없는 패를 버리고, 이렇게 계속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나이롱 뽕이라는 이 게임의 이름이자 가장 중요한 룰 가운데 하나인 “뽕”이 나오게 되면 순서가 바뀝니다. 뽕이라는 것은, 다른 플레이어가 버린 패와 같은 숫자를 내가 두장 들고 있으면, 내 순서가 아니지만 바로 “뽕!”이라고 힘차게 외치면서 그 두장을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5장으로 시작했는데, 뽕이 되는 같은 숫자의 패 2장을 버렸으니 3장이 남고, 거기서 필요 없는 한 장을 더 버립니다. 즉, “뽕”을 외치면서 총 3장을 버리게 되는데 이때, 예를 들어서 “9 뽕에 5!” 이렇게 외칩니다. 어떤 플레이어가 국진(9) 한 장을 바닥에 버렸는데, 내가 마침 같은 카드를 두장을 들고 있었다면, 상대방이 패를 버리자마자 바로 뽕을 외치면서 국진(9) 두장을 버리고, 추가로 난초(5)를 한 장 더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초보자들은, 9 한 장을 먼저 버리고 다시 주섬 주섬 두 번째 9 한 장을 찾아서 버리고, 그다음에 5를 버리는데, 이러면 나이롱 뽕 특유의 맛이 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내 뽕 감이 되는 패를 버렸을 때,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9 두장을 힘차가 바닥에 내려치고, "9 뽕에~"를 외친 후에 5를 버리면서 "5!"이렇게 해야 1년간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특효가 있습니다. 정말 준비된 고수들은 아예 9 두장과 5 한 장을 한 번에 버리면서 한 호흡으로 "9 뽕에 5!"이렇게 외치는데, 이것은 이쯤이면 9가 나올 것이라는 정확한 판세 예측, 그리고 그 상황이 벌어지면 내가 5를 버리겠다는 전략 분석과 동시에 과감한 실행이 따라줘야 해서, 대단히 오랜 수련과 감각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뽕의 이런 특징 때문에, 내가 필요 없는 패를 바닥에 한 장 버릴 때 꼭 숫자를 불러줘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주의를 기울여서 다른 사람이 버리는 패의 숫자가 내가 뽕을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골프에서도 슬로 플레이어는 다름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듯이, 나이롱 뽕을 할 때도 평소에 본인 패와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 상황에 따른 전략을 잘 생각하고, 내 차례가 됐을 때 바닥 패에서 갖고 온 패와 비교해서 신속, 정확하게 결정을 내린 다음에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나이롱 뽕의 매너입니다.

반면에, 한 사람이 바닥 패에서 패를 한 장 가져오고, 짧은 고민 끝에 필요 없는 카드를 한 장 버리면서 숫자를 불러준 다음에 살짝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그다음 순서의 플레이어가 바로 바닥 패에서 패를 하나 들고 오면, 다른 사람들이 뽕을 외칠 시간이 너무 없어집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5장밖에 안되니 다 기억하고 있고, 다른 사람이 버릴 때 바로 반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이건 해 보시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따라서 게임 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한 선수가 바닥에 패를 버리는 것과, 그다음 선수가 바닥 패에서 새로운 패를 하나 가져오는 것 사이에 아주 살짝 시간 간격을 두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합니다.

뽕이 나온 다음에는 그 뽕을 한 사람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부터 다시 플레이가 시작됩니다. 물론, 뽕을 외치면서 버린 다른 패 한 장에서 또 뽕이 나올 수가 있는데 그 경우에 마지막 뽕을 외친 사람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부터 다시 플레이를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뽕을 외쳤는데 (예: "똥(11) 뽕에 장(10)!") 다른 사람이 그걸 받아서 또 뽕을 하는 것을 (예 "장(10) 뽕에 팔(8)!") 연속 뽕이라고 해서 나이롱 뽕의 꽃이면서 재미라고 하겠습니다. 혹시 굿거리장단("덩기덕 쿵 더러러~")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그 정도의 리듬으로 연속 뽕을 하시면 상당히 운치가 있고 좋습니다.


[게임의 족보]


뽕에서 게임이 끝나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패의 숫자의 합이 5 이하가 되면 자기 차례까지 기다렸다가 스톱을 외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1,2,5,9,9 이렇게 다섯 장의 패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누가 9를 버려주는 덕분에 힘차게 “9 뽕에 5!”이렇게 9 두장과 5 한 장을 버리면 1과 2가 내 손에 남죠. 그리고 나면, 다음번에 내 차례가 돌아왔을 때 스톱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 있게 스톱을 외쳤는데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나와 같거나 나보다 낮은 숫자를 갖고 있었다면 스톱 바가지를 쓰게 됩니다. 이 스톱 바가지는, 저희는 벌점 30점을 줬는데, 어떤 사람들은 50점을 주기도 합니다. 이건 정해서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수로 정하시면 됩니다. 뽕 바가지와 구별하기 위해서 50점으로 하셔도 되고, 그냥 통일해서 30점으로 하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2,2 이렇게 두장을 손에 들고 있다가 스톱을 했는데, 어떤 사람이 1,3 이렇게 두장으로 같은 4점이라면 스톱 바가지를 쓰면서 그 판이 끝나는데, 이 경우 나는 원래 점수 4점에 벌점 30점(혹은 50점)을 더한 점수가 그 판의 내 점수가 되고, 스톱 바가지를 씌운 사람은, 뭐 큰 차이는 아니지만 공로를 인정해서 0점으로 적어줍니다.

뽕 바가지를 쓰면서 그 판이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한번 뽕을 해서 2장을 들고 있는데 마침 그 2장이 같은 숫자이거나, 혹은 자연 뽕(같은 숫자의 패가 3장인 경우 뽕을 외치지 않고 시치미 뚝 떼고 손에 들고 있어도 뽕을 한 것과 같이, 그 3장은 손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쳐 주는 규칙) 3장에, 나머지 2장이 같은 숫자인데, 누군가 그 숫자를 바닥에 버리면 내가 “뽕!”을 힘차게 외치면서 나는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다 털면서 그 판이 끝납니다.

보통 판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서 손에 2장의 패만 가진 선수들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뽕 바가지를 조심하기 시작하고, 그때까지도 바닥에 버려지지 않은 숫자들에 신경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판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고, 뽕을 한 사람도 아직 없어서 다들 5장씩 들고 있는 상황에서 뽕 바가지를 맞을 수가 있는데, 바로 이 자연 뽕이라는 규칙 때문이고, 이 경우 상당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일이 많습니다.

뽕 바가지를 씌운 사람의 점수는 0점, 뽕 바가지를 쓴 사람은 자기가 이미 들고 있는 패의 숫자를 더한 다음에 벌점으로 30점을 더한 점수가 그 판의 점수가 됩니다.

나이롱 뽕에서 인정하는 족보가 만들어지면 그 판이 끝나게 되는데, 이 족보는 반드시 6장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즉, 내가 5장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바닥 패에서 한 장을 더 가져와서 6장을 손에 들고 있는데 그 6장의 조합의 다음과 같은 족보의 하나라면 거기서 그 판이 종료됩니다:

(또이 또이): 같은 숫자 2장, 2장, 2장, 혹은 같은 숫자 3장, 3장, 혹은 같은 숫자 4장 2장의 조합이면 0점으로 쳐 주면서 판이 끝납니다. 마지막의 4장 2장 조합은 잘 안 나오는데, 이게 사실 확률적으로 자연 뽕(3장+2장) 조합보다 어려운 것이라서, 저희는 손에 같은 패가 4장이 되면 나머지 2장이 같은 숫자가 아니라도 그냥 0점으로 인정해주면서 판을 끝냈습니다. 저는 이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게임 진행에도 약간 도움이 되고요.

(스트레이트): 이건 연속된 숫자 6장의 조합이 만들어지면 그 점수만큼 마이너스로 쳐 주는데, 이 나이롱 뽕의 전략이라는 면에서 상당한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낮은 숫자로 조합을 하다가 내가 마이너스를 완성하기 전에 게임이 끝나면 좀 아쉬운 정도지만, 높은 숫자로 마이너스를 시도하다가 판이 일찍 끝나면 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1,2,3,4,5,6 이렇게 6개를 모으면 마이너스 21점이 되고, 혹시 내가 숫자를 다 맞추기 전에 판이 끝나도 대략 30점대 이내에서 점수가 나오죠. 그런데 12, 11, 10, 9, 8, 7 이렇게 높은 동네에서 열심히 숫자를 맞추고 있는데 중간에 판이 끝나면 망하는 겁니다. 판이 끝나는 순간에 내가 손에 들고 있는 패의 점수를 다 합하면 50점도 가뿐하게 넘을 거니까요. 물론 성공했을 때 마이너스 57점이라는 굉장한 보상을 받습니다. 모 아니면 도인데, 이게 또 역전의 한방이 있는 것이고,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이 대단합니다.

(10 부족 혹은 66 이상): 이건 손에 들고 있는 6장의 숫자의 합이 10 이하이거나 66 이상이 되면 마이너스 100점을 쳐 주는 것인데, 확률적으로 상당히 낮아서 저희끼리 플레이할 때도 거의 잘 안 나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이 조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게임을 끝낼 기회가 자주 생겨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손에 2,2,2,1,1 이렇게 들고 있다면 합이 8이니까 그다음에 2 이하가 들어오면 “10 부족”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그전에 스톱을 해서 게임을 끝내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죠. “66 이상”도 그렇습니다. 이것을 노려보려면 우선 비(12) 세장에 똥(11) 두장 정도는 들고 시작해야 합니다. 즉 12,12,12,11,11 이러면 58이 되니까 다음에 8 이상이 들어오면 66이 넘잖아요. 그런데 일단 12가 세장이니 자연 뽕인 상황에서, 11 같은 숫자는 워낙 높은 패라서 판의 초반에 웬만하면 바닥에 떨어지거든요. 그 뽕 바가지 상황에서 뽕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물론 12,12,12,11,10 이런 조합이라면 57점이 되고, 다음에 9 이상의 패가 들어오면 뭔가 해 볼 수도 있지만, 이미 12가 세장으로 자연 뽕이니, 게임 초반에 바닥 패에서 갖고 온 다음 패가 웬만큼 낮은 숫자라면, 11이나 10을 버리고 그 패로 갈아타는 것이 일반적인 게임 운영인 거죠. 물론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마이너스 100점 아니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면 모험을 해 볼만 하기는 합니다.

(시간 제한): 마지막으로는, 아무런 족보도 안 나오고 5점 이하를 만들어낸 사람이 없더라도 바닥 패가 두 번 돌면 게임을 끝냅니다. 즉, 바닥 패에서 돌아가면서 한 장씩 패를 가져오고 버리면서 게임이 진행되다가, 바닥 패에 남은 패가 없어지면, 버려진 패를 다 모아서 잘 섞어서 새로운 바닥 패 더미를 만들어서 그 판이 이어지는데, 이 두 번째 바닥 패가 다 소진되고 나서도 뭔가를 만들어낸 사람이 없으면, 거기서 끝냅니다. 게임의 진행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이 바닥 패를 한번 섞어서 재활용하는 룰이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를 비롯한 족보를 맞추는 사람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패를 바닥에 버릴 때, 어떤 패가 버려지는지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버려진 패를 재활용하기 전에 판이 끝날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뭔가 한칼을 노리면서 지지부진하고 있다면 지금 버려진 패가, 나중에 섞여서 새로운 바닥 패로 재활용되면서 나한테 들어올 수도 있거든요.


[게임 후]


나이롱 뽕에서 한판 한판은 매우 빨리 끝날 수도 있고 꽤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가장 빨리 끝나는 경우는 선이 패를 6장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족보가 되는 때입니다. 이러면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끝나게 되죠.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바닥 패가 다 소진되고, 바닥에 버려진 패들을 다시 모아서 새로운 바닥 패를 만들어서 그것도 다 소진되어야 그 판이 끝나는 경우입니다.

첫 판이 끝나면 그 판의 점수를 종이에 각자의 이름 밑에 기록을 합니다.

두 번째 판부터는, 그 줄에 점수 두 개를 적는데, 우선 그 판의 점수를 먼저 적고, 그 옆에 사선을 긋고 그 전판까지의 점수를 합한 누적 점수를 옆에 적어줍니다. 예를 들어서 전판까지의 누적 점수가 60점이었고, 이번 판에 뽕 바가지를 맞아서 38점이라면, 그 사람의 점수를 38 / 98 이렇게 적어줍니다. 이 사람이 다음 판에 3점으로 스톱을 했다면, 그 사람의 점수는 3 / 101 이렇게 적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판수를 다 마치고, 최종 점수가 가장 적은 사람이 승자가 됩니다.

이렇게 매 판의 누적 점수를 아는 것이, 본인의 현재 등수와 다른 사람들의 점수, 그리고 그 차이와 앞으로 남은 판수를 고려해서 다음 판의 전략을 수립하는데 참고하기 때문에 빼먹지 말고, 한판 한판이 끝날 때마다 점수를 정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옆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적어주면 제일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선수들 중에서 가장 숫자에 강하고 암산 잘하는 사람이 적는 것이 빠른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됩니다. IT 전문가가 있다면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보면 이런 용도로 쓸만한 앱이 몇 개 있습니다. 저는 구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Score Counter (by Martin Vana)라는 것을 썼는데, 이거 말고도 비슷한 앱이 여러 개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역시 나이롱 뽕은 종이에 사람들 이름 적고, 가로 세로줄 그리고 한판 한판 점수를 적어가는 아날로그의 맛이 또 있는 게 좋습니다.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요, 분식 회계나 실수에 의한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이벤트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판의 숫자가 다 끝나면 합산을 해서 등수가 나오는데요, 미리 정해진 상금을 등수에 따라서 나눠가져도 되고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게임에 집중하는 임전무퇴의 정신을 기르고자 하시면, 점수에 따라서 상금 금액을 정해도 됩니다. 저희는 1점에 100원씩 했었는데, 이런 경우에 게임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선수들 간에 점수 차이가 벌어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혹시라도 늦장 플레이를 하거나 룰을 어기게 되면 가족 간에 의가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이 정도면 다 적은 것 같은데 혹시 빠뜨린 것이 있으면 추가 수정을 통해서 정리하겠습니다. 이 내용 제안해주신 분 덕분에 저도 옛날 생각에 젖어서 글 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간단한 룰과 스피디한 게임 진행, 피아 식별이 어려운 치열한 전투와 미래를 내다보는 치밀한 게임 운영, 그리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운7기3(운이 70%, 기술이 30%)의 확률에,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의 진취적인 기상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나이롱 뽕이라는 게임의 세계에 푹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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