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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Aug 12. 2024

환자를 해하지 말지어다

Paracelsus의 이야기

수술은 소꿉놀이 같은 겁니다.
다만 실수 하나조차 하면 안되는 매우 현실적인 놀이죠



Paracelsus는 20대 후반 여성 의예과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심리치료 및 진단과정에서 꽤나 거부적인 반응(어떤 근거로 자신을 판단하는지, 왜 그걸 물어보는지)을 보였는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기 싫은 부정적인 역전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보다는 그녀가 가진 원초적인 이해받지 못한 마음에 대한 심리내적 역동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그녀는 꽤나 심각한 의료사고에 연루되었으며, 재판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할만한 근거를 받기위해(Paracelsus의 변호사가 강력히 받아오라 시켰다고 한다) 치료를 진행했다고 한다.


Paracelsus는 외과수술 집도 중 오른쪽 빗장뼈에 자신만이 알수있는 룬 문자를 새겼다. 이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녀가 이전부터 수술을 집도하며 뼈에 문자를 새기는 행위를 했던 것이 아니냐는 검찰측의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녀의 괴랄한 범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꽤나 독특한데, 환자의 생명에 지장이 가지않도록 수술을 하였다는 점. 특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문자를 위험을 무릎쓰고 새겼다는 점. 그리고 룬 문자를 새겼다는 꽤나 의식적인(Ceremonial)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가로막을 득이 없고 실만 많은 범죄행위를 하였는가?


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첫 째, 그녀는 자신이 도맡은 환자의 수술에 관여하면서 '해당 환자의 생명을 살렸다는 점'을 통해 자기자신의 통제감 및 전능감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둘 째, 그녀가 속한 신앙적인 집단 또는 종교집단에서 행하는 특정 의식이 있을 것이다.

세 번째, 그녀가 사회적인 생활에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병리적 망상 또는 정신병적 망상이 있을 것이다.


그녀가 대학생활을 하며 수준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보였다는 점과 언어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표현을 잘하고 있다는 점에서 Paracelsus가 신경증적으로 반사회적인 인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합리적인지를 따져보며 Paracelsus의 도덕적 수준 및 사회적인 도덕성취능력이 결여되었는지를 파악하는게 최우선일 것이다.




Paracelsus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종교가 있느냐 물었을 때, 그녀는 확실한 어투로 "내게는 과학이 종교고, 이 서적(그녀가 들고있던 것은 외과수술에 대한 서적이었다)이 성경이다"라며 확언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모국어를 알려주는 부모가 없어, 자신이 책을 읽으며 어린시절을 보내었다고 회고했다.

어릴적 그녀가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것은 아니지만 Paracelsus의 부모는 그녀를 알아서 자라도록 방치했다고 한다. 집에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놀만한 인형이나 놀이도구가 아닌, Paracelsus의 부모님의 책들 뿐이었다.


Paracelsus는 책을 읽고 나가서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사전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녀의 지식을 빼곡하게 모으며 쌓는 것이 마치 내면안의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넣는 것만 같아서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러한 광적인 수집욕은 멈추지 않았으며, 그녀가 심각한 폐렴에 걸려 고열이 났을 때에도 Paracelsus는 독서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때의 자신의 모습을 '마치 삼킬 수 없는 먹이를 억지로 먹어 삼키려는 펠리컨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 시간을 강렬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쏟은 그녀는 Paracelsus의 부모님조차 예상못한 기대 이상의 좋은 학업성취를 드러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적성과 취미가 과학분야 중 의료 및 의학분야에 있음을 깨닫고 여성으로서 쉽게 진학을 선택하지 않는 분야를 찾다가 외과의 과정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그렇게도 과학, 특히 의학에 그렇게도 목매달며 매달렸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과학은 모두에게 공평하기 때문'이다.


Paracelsus는 이를 설명하며 덧붙였다.


"생각해보세요. 기독교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현대인 중 절반가량이 됩니다. 과거에는 더 많았겠지요. 하지만 성경에서 선택받고, 신의 부름을 받아 행동하는 이는 몇 명 안됩니다. 사도 바울을 보세요, 과연 그보다 믿음이 신실하고 굳센사람이 없었을까요? 왜 그여야 했을까요?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노력한만큼 보상받고 인정받는 걸 원하는군요."


"당연하죠! 그걸 넘어서 공평해야 합니다. 인생이 계산기처럼 딱딱 노력한만큼 떨어지는 숫자놀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했으면 한만큼의 양이 눈앞에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신을 믿는자들은 궤변을 들어놓으며 자기만족과정을 통해 일평생을 불공평하게 살아가겠지마는, 저는 그런 머저리같은 장님은 아닙니다. 과학을 보세요. 당신에게도 물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이고, 기압이 일정하다는 전제조건하에 100도씨에서 끓지요. 누구에게나요. 모두에게요!"


Paracelsus는 이러한 설명에 매료된 듯 더 빠르게 설명을 하며 이야기를 했다.


"이런 공평한 세상의 진리들이 적힌 이 서적을 보세요. 당신에게도 사실이고, 나에게도 사실입니다. 이건 불공평하지 않아요. 이게...(고민한다)이런 부분에서 제가 매료가 된 것 같네요."


"그렇다면 불공평하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죠?"


"(길게 침묵한다) 어릴 때 저는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남들과 같은... 공평하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라진 못했습니다. 그 곁에서 저를 지켜주고 보살펴준건 부모님이 아니라 책과 과학이였죠."


"과학은 당신에게 있어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군요."


Paracelsus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가 룬 문자를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뼈에 새겼는지, 그리고 룬 문자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일절 발설하지 않았다.


Paracelsus의 이야기 중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감정적으로 느끼기 보다 "~라고 생각한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과 감정적인 부분을 해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를 과하게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특히 신경증적으로 강박적인 환자에게서 나타는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시도로 주지화를 사용한다.




Paracelsus가 스스로 강박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과 주지화를 반복적으로 책을 읽음으로써 하고 있다는 점은 그녀의 치료양상이 매우 좋지못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녀가 범죄에 현재 연루되어 어째서 수술과정에서 룬 문자를 새겼는지는 의도한 것처럼 일절 발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의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장기적이고, 치료적 관계가 더욱이 형성되어 사건사고보다는 그녀의 과거력을 더욱 파악하며 감정선을 따라가려는 시도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진단명: F60.5 강박성 성격장애;특히 강박사고(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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