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사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점점 마음을 전하는데 서툴러지고 있다. 인간관계가 SNS에 녹아 들 수록 텍스트화 된 마음은 그 무게가 가벼워진다. 이모티콘을 통해 더 풍부한 감정표현을 하고는 있지만 개성 넘치는 그림에 가려져 진심의 깊이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특히 감사하는 마음은 더욱 그렇다.
사랑이나 분노, 어색함이나 즐거움 같은 것들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그걸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건 어찌 보면 단순한 정보의 전달과 같다.
"나는 지금 이런 기분이야."
상대방 입장에선 새로운 상황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말하지 않았다면 변화될 것 없는 것들.
하지만 고마움은 다르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마음과 같이 바깥의 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감정이다.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답과 같다.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않는 건 다른 감정 전달과는 다르다.
상대방은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분노와 같은 더 큰 감정까지도 불러들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이 감사를 받으려 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전한다면 더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감사에는 진실이 포함되어야 한다. 껍데기뿐인 감사는 상대방도 느낀다. 말 그대로 인사치레다. 교과서 속 "안녕 영희야.", "안녕 민수야."처럼 입력과 출력일 뿐이다.
상대방에게 가장 선명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건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다.
아무리 취향이 같고 말이 잘 통해도 그건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편안함과 만족을 느끼는 건 내 안에서 내가 해답을 내고 내가 만족을 생성하는 행위다. 나의, 나를 위한, 나에 의한 감정.
오직 감사만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행위다.
진실된 감사는 나를 훤히 드러내는 것이다. "고마워."라는 말은 시작도 전에 간지르르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치 사랑고백을 하는 것 같다. 꽁꽁 숨겨야만 하는 것이 발가벗겨지는 것 같아 사람들은 고마운 순간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곤 한다. 마치 '내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만족할 거라는 듯이.
하지만 뭐든지 말해야 아는 법이다.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과 확실하게 말을 듣는 건 엄청난 차이다.
그러니 말해라.
당연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로는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어색하고 낯부끄러운 이 고백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직접 말해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