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down & circuit breaker
최소한 한 달에 두 번은 글을 쓰자 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이곳에서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삶의 지쳐서 쉽지 않은 타지 생활에 지쳐 3월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3월을 내게 정말 무지하게 힘든 달이었다. 솔직히 싱가포르는 조금 순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꽤 잘 적응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습기간이 지나는 시점인 3월에 보스가 수습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길래, 직접 가서 내가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지금 나의 포지션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연봉 재협상, 커미션에 대해 얘기로 하려고 영어로 문장으로 준비했었다. 그렇게 단단히 준비를 마치고 보스에게 미팅을 신청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면 시간.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 않을지 몰라도 내게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포지션에 대해 잘 모르겠다. 우리가 2020년 workflow에 대해 미팅을 했을 때는 1순위를 고객과 의사소통이 제일 먼저와 보스에게 그 일을 전달하는 것이고, 제2순위는 드로잉, 디자인이라고 말했었다. 근데 현재는 너무 다른 것 같다. 나는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드로잉을 주는 디렉터는 그것을 먼저 요구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불쑥불쑥 고객과의 갑작스러운 전화 미팅으로 온전히 나는 모든 것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객과 전화미팅과 채팅, 메일 업무를 끝내고 나면 6시가 되고 나는 그때서야 디렉터가 준 드로링을 시작할 수 있다. 근데 터무니없이 시간이 모자를 때가 많다. 물론 디렉터와 같은 사무실을 쓰지 않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내게 일을 주는 거 겠지만. 나는 이일들을 소화하려면 매일같이 야근을 해야 한다. 저번 주도 그렇게 계속 해왔다. 이젯까지 너희는 한국 클라이언트와 영어로 소통을 잘해왔는데 갑자기 한국인이 들어왔다고 한국 모든 고객과 한국말을 소통하는 것 내가 일을 두 번 해야 한다. 번역가도 아니고 한국말을 답장을 받으면 너희에게 영어로 번역해서 주고 영어로 너희에게 받으면 한국으로 답장을 보내는 정말 일을 두 번 하는 수고스러운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내 프로젝트면 말을 안 했는지 모든 회사 사람들이 한국 클라이언트와 소통을 하려고 나한테 그것을 전달하고 또 내가 그 프로젝트를 파악한 다음에 그들에게 알린다. 나는 이게 너무 불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꼭 내가 안 거쳐도 각자 맞은 일에서 직접 고객과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건데. 그렇다고 내가 모든 한국 프로젝트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했다.
말을 끝마치고 보스가 이런 말은 했다.
" 너의 입장을 잘 이해가 된다. 하지만 디렉터가 원하시는 시간에 달라고 하면 무조건 줘야 하고, 그녀는 매우 스트릭 하게 때문에 그녀에게 맞춰야 해. 지금 회사 시스템이 바꿔서 더 이상 너는 나의 직속 상사가 아니다 너의 모든 일정과 일을 디렉터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니 너는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은 시간을 그녀가 요구하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응 무슨 소리지? 나는 지금 나의 포지션에 대해서 어떻게 잡아야 할지 의논하자고 한 건데. 갑자기 일절 말없이 이렇게 다의 직속 상사가 갑자기 바꿨다고.? 그럼 진작에 말을 해주고 상황이 이렇게 됐다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 더 이상 내가 직속 상사였던 보스 어시스트를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고객과의 소통도 이젠 내업무가 아니다. 드로잉과 디자인이 먼저지. 계속해서 자기 일을 시키고 있다. 비딩에 관한 제안서를 만드는 일 고객과 소통에 등등 내가 이젠 관여할게 아닌데 왜 내게 주는 거지?
그리고 그가 덧붙인 말은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너를 관리하지 않아. 그리고 너의 수습기간은 1달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디렉터가 네가 좀 느린 것 같아서 한 달 더 지켜보자고 해. 나는 네가 다 괜찮고 좋은데 지금 상사는 디렉터이니깐 거기에 따라야 할 것 같아"
응? 이건 또..? 이럼 이젯까지 보스에게 보인 퍼포먼스는 일절 무시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거야 뭐야? 일에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고 안된 게 없는 게 이게 무슨 소리야.
나중에 보스 와이프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그녀는 디렉터를 싫어해서 평소에서 그녀의 험담을 자주 하곤 하는데. 그녀가 말하기를
" 디렉터가 네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데, 다른 디자이너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데 너는 제때 퇴근하는 것 같다며 "
당연히 그녀는 내가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늦게까지 계속 야근하고 뭐 때문에 드로잉에 조금씩 밀리는지 설명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테니.. 당연히 그녀와 일을 밀접하게 안 했기 때문에... 그녀는 나를 신뢰를 하지 못한다. 자기 눈에 안 보이는 얘가 일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결국 네가 신뢰가 안 간다는 것이다. 내가 그 회사에 조인하기 전에 주니어급 디자이너가 들어왔는데 그녀는 꼬박 3개월을 하는 일이 있던 없든 간에 그녀가 퇴근하고서야 퇴근했다고 한다. 10시가 넘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서는 confirmation를 줬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는 해외에 많이 노출된 나라이기도하고 워낙 외국인들이 많아서 눈치 보는 문화, 야근문화가 아니라 생각했다. 서양문화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한국 회사를 연상케 했다.
그이 후부 터는 한 달을, 지금도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가 뭐라도 시키면 어떤 일이 있어 제때 주지 않으면 또 그녀가 이미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데 더 그렇게 생각할까 봐. 정정 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해오고 있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게 참,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특히 이문제는 고용의 문제를 직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한층 더했다. 한국처럼 "뭐야 이딴 회사가 다 있어" 사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습기간에서 넘어가야지 정식 고용이 되는 건데. 이게 그녀의 손에 달려있으니. 중간 매니저가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아무래도 디렉터 있는 사무실 와서 일하는 게 그녀에게 네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것은 동의했다. 일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데 믿을 수야 없지. 그녀의 마음도 이해 간다. 그래서 나는 당연 디렉터로 있는 사무실로 옮겨지는 듯 생각되었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중간에서 보스가 내가 디렉터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을 거절했다는 것... 왜?? 이유를 중간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우리 회사의 반의 매출을 한국 대기업 화장품 클라이언트에서 나오는데 중간에 놓친 부분이나 한국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될 때 다이렉으로 나한테 확인받고 싶다는 거다... 아니 지금 내고용 문제가 걸렸는데. 지가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나를 끼고 있을까... 지금도 종종 보스에서 일을 받아서 한다.
괜히 " 너 시간 있을 때 이것 좀 해줄래? 별건 아니고 내일까지 하면 돼"
?? 이게 뭔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보스가 어시스트 디자이너가 아닌데..
이렇게 내 머릿속에 스트레스와 싸우며 3월이 지나갔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힘들게 보낸 달인 것 같다.
3월 한 달은 끝나지는 않는 드로잉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모든 메일들을 다 일일이 소화하느라 번아웃이 됐다... 3월 내내 야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동시에 혹시라는 마음에 링크드인에 구직도 알아보았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일들이 없어 좋은 소식을 아직까지 듣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지나고 4월.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무사히 이 수습 간을 지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쯤 코로나 사태로 자택 근무로 돌입됐다... 그러면서 재 인터뷰를 그녀와 갖지 못했다. 싱가포르에 circuit breaker 명령으로 5월 4일까지는 꼼짝없이 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어떻게 될는지...
4월을 일이 많다 없다 한다, 싱가포르 공항 t3가 임시휴업에 돌입해서 우리가 들어가려는 회사 화장품 집기도 모두 잠시 보류된 상태이다.. 요즘 뉴스를 봐서는 5월 4일까지 lock down이 더 오래 갈듯도 하다..
4월에는 자택 근무를 하면서 느낀 건데. 세상 소중함을 깨닫는듯하다.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일. 지하철을 타는 일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떠는 행위들 다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지금 하지 못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