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정리하기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온 지 10년이 넘었다. 신축 아파트에 넓은 평수라지만 이사라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10년 전 대학생이었던 나는 여기서 학교까지 가는 길에 버스를 세 번이나 타야 했다. 신도시라 버스 노선 등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었다. 학교 가는 길을 알아보다 불쑥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던 날을 기억한다. 나는 생각했다. ‘대체 이런 데로 이사는 왜 온 거야?’
우리 집은 이사를 꽤 자주 다녔다. 이렇다 할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사는 언제나 큰일이었다. 여러 해 동안 불어난 네 식구의 살림은 버려도 버려도 상당했다. 낯선 동네와 학교 그리고 어색한 친구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무척이나 긴장했는데 어린 마음에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은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또 언제 그러했냐는 듯 지내는 나를 보며 인간의 적응력을 체감하기도 했다.
10년 만에 우리 집은 새로운 챕터를 맞이했다. 낡고 헌 가구들을 버리고 집안 곳곳에 새 가구를 들인 것이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던 책장을 거실로 옮기는 대신 큼지막한 옷장을 설치한 내 방에는 만족스러운 변화가 찾아왔다. 삐거덕거리던 침대도 새것으로 바꾸어주었다. 뒤엉켜있던 옷가지들이 칸칸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편안하고 뿌듯했다. 정돈된 일상이 주는 아주 단순한 성취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의욕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휴대폰 화면이 매일 아침 인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손가락으로 튕겨내었던 말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무른 것은 분명 방을 정리하고나서부터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이 단순한 것을 해내지 못하는 나를 줄곧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름의 모양대로 다져가고 있는 나의 오늘에 고개 한번 끄덕이는 일에 왜 이리도 소홀했던가. 나를 잘 모르는 타인보다 스스로 건네는 인정이 더 값지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나는 미루어왔던 일을 마침내 해냈고 잘 살고 있다.
https://youtu.be/N5xMlDeGFBU?si=L98bowblXkK4nl0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