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떠나

도쿄 그리고 일본어

by 유연

시바 공원에서 피크닉을 마친 우리는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로 가는 길에 우버를 불렀다.



도쿄 타워를 보며 즐기는 피크닉



“여기로 부탁드립니다.” 투박한 일본어와 함께 운전석 쪽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택시 기사는 휴대폰 화면을 살펴보더니 일본어로 말해도 되겠냐고 되묻는다. 나는 조금 가능하다고 짧게 답했다. 다정한 말투로 보아 에어컨 온도가 괜찮은지 묻는 것 같아 괜찮다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택시 안은 정말 쾌적했다. 빈약한 몇 마디에 옆에 앉은 친구가 감탄을 보낸다. 민망함에 순간 살짝 더워졌다.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를 지키는 실물 크기의 건담



사실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어문학부였던 나는 2학년 때 일본어과로 가게 되었는데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복수전공으로 인해 주전공에는 에너지를 쏟지 못했으나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취득한 JLPT(일본어능력시험) 1급이 자랑이라면 자랑. 그마저도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 어림잡아 10여 년 만이다. 일본어를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지 말이다.



작년 연말 즈음, 15년 지기 친구들과의 여행지가 일본으로 정해졌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들과의 여행이, 일본으로의 여행이(마침 가보고 싶었던 도쿄라니) 그리고 일본어로 말하는 일이 아주 오랜만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더 잘하는 친구가 함께 간다는 점은 나를 안심시켰는데, 언어에 있어서 나는 적당히 보조만 맞추면 될 일이었다.



어느새 나는 도쿄의 한 택시 안이었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일본의 택시 요금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해 탈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우리는 체력 이슈로 하루 만에 보기 좋게 항복했다. 친구들의 칭찬에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창문 너머의 풍경마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시원했다. 그렇다. 이런저런 생각은 버려두고 그냥 떠나면 되는 것이 여행이다. 스윗소로우의 노래처럼.






https://youtu.be/DbeG55eJ_-U?si=vhO1g8mL9U96EvbN



매거진의 이전글단순한 성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