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보통의 존재』-《사생활》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럽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한가롭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 28p)
직장에 나가든
취업 준비를 하든
시험을 준비하든
학교 강의를 듣든
제각기 할 일 하느라 다들 바쁘다.
그래서 난 혼자이고, 또 한가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한다. 한가로움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한다. 대개 책이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청소를 한다. 그렇기에 더럽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어제도 방을 청소했다. 청소라고 해봤자 실은 어지럽게 널브러진 책들을 집어넣고 책장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 게 전부다. 내 방의 짐들은 대부분 책에 불과하니까.
책상에 흘린 커피 몇 방울을 닦아내다 이 사단이 났다. 책상을 닦다가 책장에 내려앉은 흰 눈이 거슬렸고, 그걸 훔치다가 두서없이 대충대충 꽂아 넣은 책들이 마음에 걸렸다. 나의 청소는 항상 이렇게 뜬금없이 찾아온다.
얼마 전 화장실 청소도 다 떨어진 샴푸통 교체하다가 타일틈새의 물때가 눈에 띄어 시작했고, 부엌 청소도 가스레인지 주변에 눌러 붙은 라면국물이 나로 하여금 걸레를 집어 들게 했다. 옷장도 겨울 옷 박스에서 꺼내고 여름 옷 집어넣다가 시작해버렸다.
관사에서 지낼 때, 청소를 하도 안 해서 보건지소 청소하러 오시는 할머니들이 몰래 내 방으로 들어가 치워주던 걸 생각하면 정말 요상한 일이다. 심심하니 안 하던 버릇까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