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호 Apr 30. 2024

한국통사 - 열강과의 수호통상


우리나라는 동방 해륙의 요충에 처하여 열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으로, 유럽의 발칸 반도와 같아서, 중국 · 일본 · 러시아 3국과의 관계가 더욱 컸다. 중국이 여기에서 세력을 상실하면 동삼의 울타리가 무너져서 장성 이내(중국 본토)가 하루도 편안하게 쉴 수 없게 될 것이고, 일본도 이곳에서 물러서게 되면 세 개 섬 속에 틀어박혀 대륙으로 발을 뻗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러시아 또한 이곳에 진출하지 못하면 동방 해로로 빠져나와 태평양에서의 권리를 취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리상 자연스러운 관계였다. 그러므로 이 세 나라가 세력균형을 이루어 서로 견제하면 우리나라도 유럽의 여러 약소국들처럼 독립할 수 있을 것이요, 어느 한 나라가 독점하고 우월하여 잠식하게 되면 위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영국 · 미국 · 독일 · 프랑스 등 또한 여기에서 세력을 넓혀 나가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정치와 상업상 모두 절대적인 이해관계가 없었으므로 반드시 인명과 나라 재물을 허비해 가면서 다투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그 조약 내용에도 비록 독립국으로 대우한다고는 하였으나 유지하겠다는 책임은 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국은 영·일 동맹을 맺을 때도 일본이 한국에서 가지는 우월한 권리를 허용하였으니, 한국이 병합되는 것도 이미 여기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미국과 우리는 ' 특별호혜조약(최혜국대우)을 맺었고, 또한 두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상호 원조한다고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그런 까닭에 우리 군신 상하가 은연 가운데 기대고 마음속 깊이 미국인에 대해 동정을 표했으며, 실로 다른 나라에 비해 중요하게 여겼다.


(중략)


미국 전 대통령 태프트와 루스벨트가 서로 의논하여 결국 일본 요구를 허락하였으며,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는 날에 와서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앞장서 이를 인정하고,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의 조건을 포기하였다. 저들 영국인과 미국인은 일본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였다. 독일 · 프랑스 또한 그들 상업에 방해가 없다고 하면서 일본의 행동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것은 저들 각국이 우리나라와 수호조약을 맺고, 미국 또한 원조하겠다고 언명하였지만, 우리 존망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도리어 강자에게 동의를 표한 것은 지리상 · 정치상 · 상업상 절대적인 이해관계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이것으로 본다면, 국제조약의 의무도 오로지 이해관계만 따져보고 그 효력 유무를 결정짓는 것이고, 이른바 약장(조약)도 모두 종이 위에 글자를 다듬은 것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가 자강·자립 실력이 없고, 허망하게 외국인의 달콤한 말만을 믿고 스스로 안심한 것이 더욱 망국을 재촉하였을 따름이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y&x_csa=%7B%22workType%22%3A%22book%22%2C%22fromUi%22%3A%22kb%22%7D&pkid=1&os=16956040&qvt=0&query=%EC%9C%A0%EC%A0%95%ED%98%B8%20%EC%9E%91%EA%B0%80%20%EB%8F%84%EC%84%9C

한반도가 갖는 지정학적 위치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위태로운 곳입니다. 지금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한반도를 둘러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거 15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그전보다 더욱 위험한 상황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은식 선생은 대한제국이 망한 원인으로 스스로 힘을 기르지 않은 채, 열강의 약속만 믿은 것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과거 대한제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국이 되었지만, 지정학적으로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예로 얼마 전 사드와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사대하지 않는 나라는 현재 미국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선진국이 되고 군사 강국이 되었어도, 주변국보다는 열세입니다. 그렇다고 불리한 상황만 탓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력은 상대적으로 주변국에 비해 약해 보일 뿐, 실질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쉽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심지어 미국마저도 쉽게 건들 수 없는 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대(事大)란 큰 나라의 사정을 살피어 안위를 보전하면서도, 그들의 불합리한 요구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즉 사대에는 자주적인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사대주의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이 제1순위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약속을 어기고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것이 국제 사회입니다. 과거 대한제국이 멸망하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지를 너무도 똑똑하게 알려줍니다.  맹목적으로 타국을 믿지 말고, 부당함에는 소리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입니다. 이제는 역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통사 서언과 흥선대원군 평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