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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un 25. 2024

6·25 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6·25 전쟁은 안타깝게도 민간인의 희생이 많았어요. 그중에는 북한군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와 국군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분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도 있어요. 우선 보도연맹으로 희생된 민간인이 있어요. 1948년 12월 ‘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을 전향시켜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명목으로 국민보도연맹이라는 반공단체가 만들어져요. 1949년 말에는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이 30만 명에 달했어요. 이것은 남한 지역에 공산주의자가 많아서가 아니었어요. 지역마다 국민보도연맹에 가입시켜야 하는 할당제가 있어서 공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강제 또는 약간의 쌀을 받고 가입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6·25 전쟁 초기 후퇴하던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들은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이 북한군과 협력하여 폭동이나 테러를 획책할 가능성이 있다며 마구 잡아들여 즉결 처형했어요. 이 과정에서 재판도 없이 희생당한 민간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어요. 이 역사적 사건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의 여자친구가 국민보도연맹이었다는 이유로 처형당하는 장면으로 나오기도 해요.  



또 다른 민간인 피해로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이 있어요.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미군은 충청북도 영동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에 영동읍 주곡리, 임계리 주민 500여 명을 모이게 해요. 미군이 안전하게 피난시켜 준다는 말을 믿고 철로에 나온 사람들은 피난하던 도중 하늘에서 날아오는 전투기를 보게 돼요. 그리고 얼마 후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요.     


이것은 피난민 속에 북한군이 있다고 오인한 미군이 벌인 민간인 학살이었어요. 이때 폭탄을 피해 일부 사람들은 철교에서 뛰어내려 굴다리로 숨어요. 하지만 미군은 굴다리 앞 야산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7월 29일까지 굴다리를 빠져나오는 민간인을 쏘아 죽여요. 그로 인해 죽은 민간인의 수가 226명인데, 대부분이 노약자와 어린이였습니다.     


민간인 학살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한강 인도교 폭파에요. 6·25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도망쳤던 이승만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로 북한군에게서 서울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북진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요. 대통령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피난하지 않다가, 북한군이 서울에 들어오자 서울 시민은 서둘러 한강 인도교를 통해 피난길에 올라요.     


다리 위에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피난민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북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라는 명령이 내려와요. 당시 육군참모장 채병덕 소장의 지시 아래 공병감 최창식 대령이 1950년 6월 27일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요. 이 과정에서 500~800여 명의 시민이 희생됩니다. 이승만 정부는 국민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최창식 대령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총살형을 집행해요.     

마지막으로 1951년 2월 벌어진 거창 양민 학살사건도 있어요. 1950년 12월 중국군의 개입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후퇴하자, 산으로 도망쳤던 북한군과 남로당이 유격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이들을 공비라고 부릅니다. 특히 지리산 일대는 공비가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어서 낮에는 국군이 마을을 통제하고, 밤에는 인민군이 지배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어요. 그런 가운데 공비를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가 거창군 신원면 주민 800~1,000여 명을 신원국민학교로 모이게 해요.     


그리고는 노약자와 아녀자 그리고 어린아이를 제외한 600여 명을 박산 골짜기에서 기관총으로 집단 학살하고 시신을 불태워버려요. 그리고는 무장 공비 187명을 처형했다고 허위 보고합니다. 국회가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조사단을 보내자 국군은 무장공비로 위장한 부대를 보내 내쫓아버려요. 이 사건으로 국방장관 신성모는 해임되지만, 정작 민간인을 학살한 군인들은 1년 안에 모두 석방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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