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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Hun Jan 10. 2021

모든 곳이 더러워요, 씻고 싶어...

강박장애


치료자; 안녕하세요~ 오늘 어떻게 오셨나요? 


지훈; 안녕하세요~ 선생님...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하하 


치료자;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훈; 제가 요즘 들어서 손을 많이 씻어요. 과거에도 좀 깨끗하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손을 씻는 것을 도저히 조절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손에서는 습진도 생기고 심지어는 손에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치료자; ㅜㅜ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이러한 손 씻기 행동을 하루에 몇 번 정도 하시나요? 


지훈; 셀 수도 없어요. 하루 종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제 몸에 묻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씻지 않으면 꼭 제가 코로나에 걸릴 것 같은 생각들이 들어서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손을 씻고 또 씻고 합니다. 손을 한 10번 정도 씻고 나서 깨끗해졌다고 생각이 들면 멈추기도 합니다. 

공공 장소의 더러운 곳을 만지면

치료자; 손을 계속 씻는 것에 대해 마음은 뭐라고 이야기를 하나요? 


지훈;... 제가 손을 씻지 않으면  '코로나에 걸릴 것이다. 그러면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아플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해서 죄책감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치료자; 이러한 생각들이 들 때면 마음은 어떠세요? 


지훈; 강박적인 생각은 제가 조절하기 힘들어요. 계속해서 제 머릿속에서 맴돌고 떠나지를 않아요.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들면 짜증 나서 미치겠어요. 일을 하다가도 '코로나' 생각이 들면 빨리 손을 씻으러 가야 하고 손을 한 번 씻기 시작하면 기본은 30분이 넘어가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저를 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요. 회사 업무에서도 다른 동료나 후배에 비해서 진급이 느리기도 하고요...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손 씻기를 그만둘 수 없어요. 저한테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것이 너무나 공포스럽거든요. 

하루 종일 손을 씻고...

치료자; 지훈 님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오염을 통제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들을 소비하시는 거죠? 그렇다 보니 직업 활동에서 지장이 있고,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고요.... 


지훈; 네... 맞아요. 선생님... 


치료자; 지훈 님의 마음에서 이야기하는 코로나에 대한 오염, 그로 인한 불안감, 신체 감각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 손 씻기를 끊임없이 하시는 거죠? 손을 씻고 나서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과 생각들이 좋아지는 느낌은 어떠세요? 


지훈; 당장에는 좋아지죠. 불안감이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래서 안도감을 가지기는 해요. 그런데 몇 분 지나면 다시 이러한 생각이 저를 괴롭히고 다시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치료자; 그러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훈 님이 통제 전략들이 다소 효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지난 고통을 경험하신 몇 개월 동안과 지금의 삶에서 질의 개선이 있던가요? 아니면 이러한 양상으로 인해 계속해서 고충을 경험하고 계시나요? 


지훈; 아.... 그러고 보니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해요. 선생님 저... 어떡하죠?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치료자; 얼마나 지훈 님의 마음에 고충이 있었는지 공감이 됩니다. 지훈 님의 마음이 저에게도 전달이 되네요.

 

지훈;...... 

깨끗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다시 비누칠을 합니다. 

치료자; 한번 손을 씻으면 얼마나 걸리시나요?


지훈; 대략 1시간 정도 걸려요. 회사에서는 그나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30분 정도로 하고 다시 일을 봅니다.


치료자; 만약 코로나가 사라지고 지훈 님께서 코로나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이 없어진다면 지훈 님께서는 지금과 달리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시작하고 무엇을 멈출 수 있나요?


지훈; 아.... 질문이 어렵네요. 저는 당장에 손을 씻는데 드는 많은 에너지들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요. 아마... 제가 과거부터 좋아했던 취미 생활을 하겠죠. 손 씻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고 싶고, 그리고 씻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니까 제 마음이 얼마나 즐겁겠어요.


치료자; 지훈 님의 삶이라는 바다에서 지훈 님의 배가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서 조력하겠습니다.


지훈; 선생님... 감사합니다.


치료자; 지훈 님... 손을 씻는 것이 힘이 들어 더러운 곳을 피하거나 그래서 공공장소를 피하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지훈; 네... 저는 혹시나 저에게 더러운 것이 묻을까 봐 언제나 불안해요. 심할 때는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너무 아파요. 특히, 공중 화장실을 갔다 오면 그날은 하루 종일 불안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씻겨 나갈 때까지 씻고 또 씻어요. 선생님... 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이전 다른 지역에서는 약물로만 조절했던 것 같은데,,,,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약을 계속 먹는 것들도 부담이 되고요. 상담으로도 제 강박증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공중 화장실을 가기가 너무 두렵습니다.

치료자;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도 큰 인연인 것 같네요~ ^^ 우리는 상담을 통해서 지훈 님의 강박의 빈도, 강도, 발생 간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의 최소화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려고 할 거예요. 단지, 일정 기간 동안 지훈 님께서 강박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강박적 사고가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봅시다. 저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훈; 선생님...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곳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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