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필요한 단어 : 점심 시간

어느 회사원의 점심 수기

by 생산적생산자



들어가며 : 점심은 점심 먹는 시간인가?


1980년대 같은 스타일의 회사 사무실, 12시가 되면 종이 울린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 사내 식당으로 향한다. 먹느냐 마느냐의 선택보다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선택하는 게 일상이다. 그나마 2가지 있는 메뉴의 밸런스가 초반에 무너졌다면 선택권은 없어진다. 밥을 먹는다. 대화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배를 채워야 오후 업무도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매일 점심시간이 있다. 보통의 점심시간은 12시~1시까지이다. 시간부터 밥 먹는 장소까지 다양하다. 점심시간이 유동적인 경우도 있고, 은행과 같은 창구 업무 형태는 교대로 점심을 먹기도 한다. 우리에겐 모두 점심시간이 있다. 사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계약된 일반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회사 구내 식당을 이용하는 빌붙기 찬스를 쓸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점심의 시간과 먹는 장소는 그 양상만큼이나 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여러분에게 점심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점심을 먹는,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시간인가? 배가 고프기 때문에 오후 업무를 위해서 연료를 넣어주는 시간일 수도 있다. '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점심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긴 하다. 아니면 쉬는 시간인가? 점심 대신 잠을 선택하는 이들도 다수는 아니지만 몇몇 보인다. 일하는 자신의 자리에서 뭔가 혼이 나간듯이 입을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자는 이들을 보면 여긴 회사가 아니라 부두교의 주술을 연마하는 곳이 아닐까 싶을 떄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점심의 양상에 대해서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나의 점심 시간


우선 나는 제조업 사무직이고 점심 시간은 12시 부터 1시까지다.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생산직이 12시부터 점심을 먹고 사무직은 20분에 먹으러 간다. 이게 입사 떄부터 바뀌지 않고 있다. 20분의 시간은 다양하게 보낸다. 독서모임을 위해서 독서를 할 때도 있고, 트위터를 살피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블로그 체험단 신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번씩 이 시간에 상사가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며칠간 지속되면 휴게실에 피신해 있다가 밥 먹으러 가는 경우도 있다. 웬만하면 이 시간에 업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점심시간은 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엔 좀 부르지 말자.



20분에 보통 팀장님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거나 신호가 없으면 우리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점심 먹는 시간은 이동하는 시간 2-3분을 포함해서 15분이 조금 넘는다. 요즘은 다른 팀이랑 밥을 먹는데 그래서인지 더 얘기를 안하게 된다. 이게 하락하는 회사 실적이랑 연관이 있는건지 임원이랑 같이 밥을 먹어서 그런건지 다른팀이 같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관계는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되는 게 아니라 하락하거나 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랫동안 봐왔으니 더 이상 궁금할 것도 없고, 특별하게 나눌 얘기가 없으면 그냥 입을 닫고 밥 먹는 경우가 많다. 조용한 식사를 하면서 나는 다양한 생각을 한다. 오늘은 마치면 뭘할지, 과연 퇴근은 정시에 할 수 있을지, 퇴근에 영향을 미칠 악재를 미리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일상 블로그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편이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해소가 되기에 회사에선 업무 외에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살만하다.




출구는 이쪽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나는 회사 정문을 나선다. 퇴근하는 게 아님에도 항상 나간다. 3년 정도 지켜오고 있는 나의 루틴인데 점심 먹고 나면 항상 산책을 나간다. 회사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에 어떻게 나가게 됐는진 모르겠는데 회사를 벗어난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한 가지 생각나는 이유는 당시에 배에 가스가 정말 많이 차서 오후 시간을 부글거리는 몸과 함께 보냈는데 괴로웠다. 방심하면 가스가 배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많이 있었다. 산책을 시작하고 나서 파워워킹과 함께 가스를 배출하다보니 용암처럼 부글거리던 나의 장이 많이 평화로워졌다. 그런 건강적인 측면과 회사를 벗어난다는 약간의 일탈이 만족스러웠다. 퇴근하는 기분도 드는데, 다시 돌아서 회사로 들어갈 때면 하루에 2번 출근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창 유튜브에 미쳤을 땐 20분 동안 걸어다니면서 유튜브 음성 녹음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스마트폰 어플로 녹음하다가 나중엔 전용 핀마이크까지 사서 걸어다니며 말했다. 획기적인 유튜브 제작 방식이었다.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고 와서 들어오면 전화하거나 보고할 때 말이 잘 나왔다. 평소 단어 나열 수준의 옹알이를 벗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연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걸어다니면서 말하자니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들어가고 지나다니는 차 소리가 들어가서 구독자들의 귀 건강을 위해 중단하게 됐다.






꼭 먹어야 하는가?


다른 측면에서 얘기해보면 점심 시간은 점심을 먹기 위한 시간이지만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정해놓은 하나의 분기점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점심을 안 먹고 자는 사람도 있고, 휴게실에서 쉬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한번씩 속이 별로면 점심을 거를 때도 있다. 동물들은 장에 탈이 나면 며칠이고 곡기를 끊어버린다. 그런데 인간은 습관적으로 배가 고프지 않고 속이 안 좋은데도 뭔가를 계속 집어 넣고, 그게 배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피엔스>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언제든 배고프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황야를 돌아다니며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옛날의 식습관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번씩 점심을 안 먹는 경우도 있다. 그 시간엔 산책을 더 하거나 그냥 자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자신의 점심 시간을 만들자


매일 1시간씩 찾아오는 점심시간,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나의 점심 시간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점심에서 아쉬운 부분은 뭔지 생각해봤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점심은 삶을 보여주는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바꿀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1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이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1시간의 변화가 당신 삶의 변화로 이어질지, 생각지 못한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말이다. 내일부터 자신만의 점심 시간을 한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저자의 한마디>

걷기 시작한지 3년 후 산책 인구가 몇 명 생겼다.

걷다 보면 한번씩 눈에 보이는데 절대 같이 걷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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