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소주 한잔
소주 한잔 먹은 듯이 회사에서의 시간은 만취한 듯 정신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소주 한잔 먹은 듯한 느낌에서 일하지만 지켜야 할 것이 많다. 바로 그 중의 하나가 전화 예절이다. 옆에서 일하는 같은 부서 사람이 아니라면 전화에서의 당신 모습이 당신의 인격이 된다. 전화에서도 당신은 페르소나를 가질 것이다. 당신은 이 페르소나가 아니라 일상을 포함하는 전체적 인간이라고 해도 타인에게는 전화에서의 당신의 모습이 인격이 된다. 아니면 메일이나 품의에서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회사에서의 전화 예절에 대해 하나씩 파헤치도록 하겠다.
시작이 반이다 : 이름이 뭐요?
전화를 받는다. 누군지 모를 인간이 다짜고짜 업무 얘기를 한다. 신입 사원 시절, 넘치는 패기를 주체 못하고 나의 소속을 밝히지도 않고 업무 얘기를 한 적이 종종 있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 사람이면 모를까, 이건 정말 아니다. 이렇게 시작된 업무는 꼭 처음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그래서 누구시냐고요' 누군지 알아야 당신과 관련된 업무가 뭔지 알고 응대를 해주지, 이 사람아. 경기도 지사였던 그가 소방관의 이름이 그렇게 궁금했던건 비즈니스 매너를 너무 사랑해서였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전화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품의 적는 줄 알았네)
1. 누구인지 먼저 밝히자 : 회사 - 부서 - 이름 - 직급' 순으로 말한다
2. 왜 전화 했는지 밝히자 : 어떤 건에 대한 세부 견적 내역을 알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3. 1번과 2번 사이에 들어가면 좋을 :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 특히 휴대폰에 전화할 때 상대방이 운전중이거나 회의중일 수 있기 때문에 물어보는게 좋다. 어차피 못받을 상황이면 상대방이 있다가 전화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4. 상냥하고 맑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말하자 : 내 귀중한 업무 시간을 내고 다이얼까지 직접 누르셔서 전화했는데 죽을 목소리를 내면 나도 일하기 싫은데 죽고 싶다. 월요병 좀비가 넘쳐나는 월요일엔 상호 이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면 다시 물어봐야 하고 짜증난다. 상대방과 나의 반복 기능을 발현하지 않기 위해선 제대로 발음하자.
5. 메모하라 : 이건 어디서나 내가 적을 프로세스이다. 전화가 오면 이름을 적는다 (해당 회사의 한 사람과 거의 연락하면 회사명을 적어도 된다. 그리고 오간 전화 내용의 키워드를 적어둔다.
예를 들면 : XX교역, 샘플 50kg, 특송, 금주내 발송 예정
전화하기 전에는 내가 할 말을 키워드로 적고 통화한다. 전화했는데 무슨 말 하는지 모르면 그만큼 바보 같은게 없다. 귀찮은 1분의 정리가 5분의 대화를 찰지게 만들어준다.
이상적인 전화 프로세스를 말했으니 조금 더 말하도록 하겠다. 이 말을 하면서도 내가 잘 안지켜지는 부분도 많다는 걸 밝히고 싶다. 이 모든걸 다 지키면서 전화했으면 나는 회사에서 천사일 것이다.
용건은 간단히
전화만 하면 5분을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전화는 받고 싶지가 않다. 5분 넘어갈거면 그냥 메일로 정리해서 적는게 낫다. 상대가 설명충 스타일이면 되도록 전화를 피하자.
전화는 나와 상대방의 시간이 더블로 날아간다. 당신의 전화 습관을 한번 파악해보라. 두서없는 대화나 쓸데없는 말로 인해서 소중한 업무 시간이 날아가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당신이 야근을 한다면 혹시 전화하는 시간에서 많은 로스가 생기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자.
전화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다?
전화는 감정적 터치가 필요하거나 물어볼 사항이 많고 복합적일 때 하는게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구매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견적을 열심히 보내준 업체에게 다른 업체로 발주가 나가게 됐다고 양해를 구할 때 전화를 하는 편이다. 이메일은 아무래도 문장이다보니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안하느니만 못한 전화가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그런 동물들끼리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확인할게 많고 내가 정말 집요해져야 할 타이밍엔 전화가 필요하다. 전화보다 좋은건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인데 그건 내가 좀 별로 안좋아하는 업무 스타일이라 차라리 전화가 나은 것 같다. 상대방의 이동 시간과 얼굴을 봐야하는 부담스러움은 나 같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고역이다. 전화는 이런 디테일을 잡아낼 때 필요하다.
팀을 위한 전화매너
우리팀은 각자의 전화를 받자는 합의가 이뤄져 있으나 관리자급 이상의 전화는 받아줘야 한다.
그럴 때 나의 응대가 우리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상을 바꿔 놓기도 한다.
<시나리오>
(당겨받기 버튼) 반갑습니다 XX팀 이대립니다.
XX 차장님은 잠시 ~ 때문에 (회의, 출장, 외출, 급똥 등) 자리 비우셨습니다.
(회의일 경우 언제까지라는 걸 알고 있으면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시간도 알려준다.)
그리고 자주 전화오는 사람일 경우는 핸드폰으로 해보라고 하고 알려준다.
정말 막 나가던 2-3년차엔 과장님 전화에 착신전환을 걸어서 핸드폰으로 돌려놨었다.
그 당시 나의 패기가 그립고 그립다.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면 '어디서 전화주시는 건가요?'
'메모 남겨 드릴까요?'라는 식으로 응대를 해준다.
메모를 남길 때 회사에 메신저가 있다면 그냥 그걸로 남기면 된다. 쓸 데 없이 공손하게 포스트잇에 적고 자리까지 걸어가서 붙여놓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인사를 하며 마무리를 해준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필요한 단어를 적었는데 집에서도 회사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는 회사에서 필요한 단어가 많다. 업무 노하우나 스킬을 많이 다뤘지만 앞으로는 가져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우리는 모두 힘들게 일하며 살아간다. 남의 돈을 받고 일하는 건 기본적으로 힘들다는 게 요즘 내가 노동에 대해 느끼는 어느 정도의 결론이다. 모두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매너는 상대방을 조금 덜 힘들게 해주는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부터 반성하면서 조금이라도 매너를 지키도록 해야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단어로 찾아뵙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