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의 모든 것을 담을 업무 지침 에세이
평범한 직장인의 아침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감은 눈을 스쳐 열린 귀로 음악이 나의 귀 입구의 경비실을 무단으로 통과해서 귀 안으로 침투한다. 우아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부레>가 짜증나게 나의 귀를 자극하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음악처럼 우아하게 일어나 씻고 나가고 싶지만 일어나기 싫다.
5분 뒤에 다시 울리기 버튼을 누르고 5분 정도 더 자다가 다시 울리는 알람에 이제는 일어나야지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가방도 챙긴다.
'다녀오겠습니다'
지켜보고 계시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싶지만 나의 생명과 출퇴근하는데 에너지를 다 쓰고 회사 책상에 엎드려 있을 나를 위해 참는다. 어느덧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나의 환승 장시간의 출퇴근 거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치지 않는다. 출근하는 동안은 책을 읽는다. 눈에 보이는 무엇이든 잡고 읽고 있다. 앉아가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잠은 욕심낼 수 없는 사치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3분 정도 걸으면 담벼락을 타고 지긋한 회사의 입구가 보인다. 내가 도착할 땐 야간조가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시간이다. 출퇴근길에 항상 나와 크로스 하는 분이 한분 계신다. 어느 공정에서 일하시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내가 일하러 갈 땐 나오시고, 내가 마칠 때 출근하신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삶은 이렇게 뒤바껴 있다는게 뭔가 신기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쓰레기 봉투를 챙긴다. 3년을 다니고도 막내다. 군대 다닐 때는 1주 후임이 있었는데 회사 생활은 녹록치 않다. 행정직 여직원만 나의 밑이라고 볼 수 있고 내가 막내다. 막내같지 않은 막내 그게 나인걸, 정재욱이 생각난다.
최근에 구매한 삼베 자켓을 벗어 회사 옷걸이에 걸기위해 다른팀 의자 사이를 뚫고 임무를 완수한다. 팀 동료들의 쓰레기 통을 하나씩 비운다. 매일 자기 쓰레기를 나의 쓰레기 봉투에 넣어주는 선배는 고맙다.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참 착한 사람. 쓰레기를 지정 장소에 버려두고 나의 자리로 복귀한다.
무의식적 PC On
컴퓨터 전원을 켠다. SSD가 달린 나의 컴퓨터는 빠르게 켜진다. 보다 빠르게 더 많이 일하라고 달아준 것 같다. 이젠 다른 사람들도 그러라고 SSD를 장착한 컴퓨터로 바꾸고 있다. 이전 HDD를 달고 일했을 땐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RAM도 8G가 달려 있다. 지금은 소원해진 전산팀 막내가 나에게 달아준 보너스다. 그리고 내 PC는 회사에서 몇 대 없는 i5 프로세서를 달고 있다. 이젠 규정이 바뀌어서 컴퓨터를 바꾸게 되면 i3로 바뀔건데 눈물이 난다. (이걸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컴퓨터 좀 아는 분)
윈도우 단축키
컴퓨터를 켜고 제일 처음 하는 일은 단축키를 사용해서 아웃룩과 그룹웨어를 켜보는 일이다.
윈도우7은 작업표시줄에 고정해놓은 순서대로 단축키가 세팅된다는 사실 알고 계실지 모르겠다.
나의 자랑스러운 단축키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AS BELOW
WIN + 1 = OUTLOOK (오늘의 주인공)
WIN + 2 = IE
WIN + 3 = CHROME
WIN + 4 = EVERNOTE
WIN + 5 = WUNDERLIST
WIN + 6 = WORKFLOWY
WIN + 7 = ONENOTE
WIN + 8 = 계산기
이젠 익숙해져서 외울 정도인 단축키들, 집에서도 비슷하게 해두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섬뜩하면서도 뿌듯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회사에서 갖춰진 시스템은 나에게 나름대로 최적화 돼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프로그램들은 생산성 툴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 저것 사용하다가 요즘은 나름대로 정착한 편이다. 하지만 이 나름대로가 언제 바뀔진 모른다. 생명의 본질은 변화하는 것이니깐 말이다.
생명의 본질에서 다시 비생명인 규칙과 위임전결규정이 살아 숨쉬는 사무실로 돌아온다. 아웃룩을 확인한다.
아웃룩 소개
아웃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메일 및 작업관리, 일정관리, 연락처 관리까지 가능한 전천후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론 서버에 있는 메일을 아웃룩에 연결시켜 프로그램에서 메일을 보내고 받고 다양한 기능(일정 및 모임, 연락처 관리)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예전 MOS(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자격증)을 취득할 때 사용해본 프로그램이고, 다양한 생산성 구루 분들이 많이 사용하신 프로그램이라 이전부터 사용하고 싶었다. 처음 입사하고 나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데, 아웃룩을 켜고 클릭 몇번 만에 회사 메일 서버와 연결이 되서 아주 감동이었다. 네이버나 구글의 경우엔 연결하려면 pop3나 smtp서버 연결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아웃룩엔 회사 메일로 온 메일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그룹웨어 시스템의 공지사항이나 내가 결재선에 포함된 결재가 있으면 메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대부분의 알림은 아웃룩에서 확인하는 편이다. 아웃룩의 장점을 간단하게 말하면 네이트온의 web버전과 pc 클라이언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프로그램의 기능이 좀더 깔끔하고 조작도 간편하다.
아웃룩을 켜니 어제 퇴근하고 나서 온 메일이 하나 있다.
제목 : About something
외국 공급선에서 메일이 왔다. 내용은 이렇다.
Dear Mr. Lee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Best Regards,
LOL
아웃룩에서 답장 버튼을 눌러 바로 답장을 한다.
Dear Ms. Long
No thanks, I hate you.
Thank you & Best Regards,
요즘 콩두유가 맛있는데 너는 보내주질 못하니 PASS...
아웃룩의 강력한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강력한 백업 기능을 가진 아웃룩
메일서버와 연결돼 있으므로 메일서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웃룩의 가장 큰 장점은 백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의 공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백업이 가능하다. 받은 메일, 보낸 메일 모든 메일을 하나의 pst 파일에 담아둘 수 있다. 입사 때부터 나는 10기가 정도의 백업 파일을 갖고 있다.그 안에는 모든 메일의 내용과 첨부파일 이메일로 왔던 수많은 인사 발령과 의원 면직과 조직개편의 내용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정말 시간이 남을 때 한번씩 아웃룩을 돌아보면 나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햇병아리일 때부터 조금씩 짬이 차기 시작하면서 업무가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게 기분 좋다.
이런거 모아놓으면 어디 쓸 수 있냐고? 때는 바야흐로 세관심사를 받던 작년이었다.
팀장이 말한다. '자 다음달부터 세관심사입니다, 지난 3년 간의 수입자료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세관에서 보낸 파일이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모든 오프라인 서류를 챙겨서 확인해 놓으세요'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모든 서류를 오프라인으로 제출하래?, 세관은 조선시대에서 아직 살고 있나보다'
아니었다. 우리 팀장만 조선시대에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서류들은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보자고 하는 서류만 준비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샘플로 들어온 통관건들이었다. 특송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목록통관으로 약식 통관 되는 경우가 많았고, 송금 내역이 없는 경우 파일링을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증빙을 제출할 수 없는 건이 많았다.
아직 관아의 힘은 상놈들에겐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비합리적으로 고압적인 세관심사는 없지만 그래도 갑 오브 갑인 세관이다.
이런 증빙을 찾아야 할 순간에 '아웃룩'이 빛을 발휘한다.
나는 선화증권 번호나 SHIPPER 이름이나 특송사 이름을 보고 아웃룩 백업을 검색한다. 대부분의 샘플건은 잡다한 일이고 쭉 막내였던 내가 진행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COMMERCIAL INVOICE나 AIR WAY BILL이 내 아웃룩 안에 숨쉬고 있었다.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며 숨죽이고 있던 PST 파일 안의 메일들, 환희의 순간이 다가온다. 40-50건의 통관건들 중, 80% 정도는 나의 아웃룩에서 증빙 자료가 나왔다. 심지여 수입면장 자료도 특송사에서 받아놓은 것들이 많아서 대부분 제출할 수 있었다.
아웃룩이 쓸모 있냐며 별 관심 없던 선배는 나의 아웃룩에서 미친듯이 나오는 자료들의 휘황찬란한 광경을 보고 세관 심사 후 슬쩍 아웃룩을 설치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보길래 기본적인 백업과 간단한 기능들을 알려줬다. 또 이런 부분엔 착한 나니까. 그래서 나는 항상 팀원끼리나 회사사람들끼리도 자료 주고 받을 때 메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네이트온은 받은 파일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이력관리도 안된다. 요즘도 나에게 네이트온으로 주는 위의 선배에게 한소리 하고 싶지만 그냥 참는다. 하고 싶은 말을 안하고 참을 수 있는게 인간이고, 그 사람한텐 아직 그게 편하니까 그런가보다.
다음 세관심사는 더욱 기대된다. 한방에 선화증권 번호만 치면 검색되도록 아웃룩 제목을 세팅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내가 회사에 있을지는 나도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
이메일 예절, 이것만 지키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낼 땐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아무리 사무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지켜야 할 예절들이 몇가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친절하게 내가 알려준다.
1. 메일 내용의 핵심을 다루는 제목을 적는다.
한번씩 보면 그냥 본문만 채우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과장씩이나 달고 그런 메일을 보내는 것 보면 안타깝다.
한번은 우리팀 여직원이 다른팀에 자료 요청을 받아서 줄 때, 그냥 보내려고 하길래 가이드를 해줬다. 후배가 잘못하는건 선배 잘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목은 나중에 메일을 검색해볼 때도 중요한 단서가 되므로 키워드를 포함하는 제목을 잘 설정해서 메일을 보내도록 하자. 깔끔한 제목은 그 사람의 업무 능력과 태도를 보여준다. 나는 주로 아이템명과 문제되는 사안을 핵심단어로 요약해서 보낸다.
2. 서명을 포함한다.
자신의 연락처와 직급 회사가 담긴 서명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직급이 조금 되시는 분들은 안쓰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낮은 사람들도 서명을 안쓰는 경우를 봤다.
나는 두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내 연락처는 알고 있을테니 굳이 안달아도 될 것이다.
두번째는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이다. 그냥 이메일로 업무처리하자는 암시를 담고 있다.
둘다 완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어쨌든 연락하는 사람은 그 사람 연락처를 찾기 위해 명함첩이나 연락처 파일을 뒤지는 수고를 해야 한다. 서명 하나 있으면 그런거 안찾아 보고 연락해도 되는데 말이다.
예전엔 서명을 포함하고 있다가 요즘엔 포함안하는 사람도 몇 보인다 ^^ 아웃룩에 치면 예전에 찍힌 서명이 나온다. '어지간히 일하기 싫구나 너'하면서 전화를 한다 ^^
3. 자신에게 급한건이면 메일만 달랑 보내지 않는다.
이건 나만 느끼는건지는 모르겠다. 메일 달랑하나 보내놓고 아무런 업무 협의 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나도 한번씩 그 중에 하나일 때도 있는데, 메일로 업무를 보는 스타일로 쌍방이 무언의 합의가 이뤄진 경우엔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이 필요해서 하는 일이고 협조를 구해야 할 때는 메일만 보내고 끝내면 안된다. 전화 한번을 줘서 메일로만 전할 수 없는 늬앙스와 정보를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메일 보내고 바로 전화하고 이런 식은 상대방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 정말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을 상대할 땐 그나마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메일이라고 생각은 한다. 나에게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어 같게 해준다. 굳이 그런 인간 목소리 들어서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나를 부정적 자극으로부터 지키도록 하자.
4. 회신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일단 답장은 한다.
검토하는데 며칠이 걸릴 수 있는 사안을 요청하는 메일도 한번씩 온다. 다른 부서와 업무 협의가 필요하거나, 일 자체가 기다려야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상대방이 마냥 기다리게 하면 불안하고 짜증나고 분노하게 되므로 간단하게 검토하고 알려주겠다고 메일을 보내도록 하자. 외국의 경우, I will discuss with our team and reply. Please kindly wait. 정도로 쓰면 된다. 나는 일주일 정도 메일 답장을 미루다가 팀장님한테 쿠사리 먹은 적이 있다. 정말 답변하기 싫은 내용은 일단 보고하자. 팀장님이 어떻게든 업무를 시킬 것이다. 그게 더 귀찮아질 수 있으므로 답장은 24시간 이내에 하도록 하자.
5. 한 문장을 너무 길게 적지 않는다.
이메일도 하나의 창작활동이고 소비자가 있는 컨텐츠다. 너무 길게 적지 않도록 하고 알아보기 쉽게 적는다. 난해하고 장황한 문장을 즐겨쓰는 사람은 메일을 주고 받기가 싫어지고 그로 인해서 업무가 지연되게 된다. 메일은 깔끔하고 명료하게 핵심만 담되, 필요한 사항은 모두 담겨 있어야 한다. 문장보다 깔끔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보내는 것도 상대방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구 사항이 많을 땐 1,2,3과 같이 숫자로로 나눠서 정리해서 요청한다.
생각나는 이메일 예절은 이게 전부인 것 같다. 서로가 연락하는 것은 업무 진행을 위해서이다. 서로가 기분좋고 깔끔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깔끔하고 알아보기 쉽고, 친절한 이메일을 적도록 하자. 그리고 나의 이메일도 상대방의 아웃룩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을지 모른다. 회사의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화내지 말고, 비즈니스 매너는 지키도는게 많이 화내고 상대방을 압박해보면서 느낀 나의 깨달음이다.
마치며
아침시간이 많은 이메일에 관련된 상념과 함께 지나간다. 나는 이런 단상을 메모한다. 아웃룩 inbox에 담긴 메일수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지만 쌓여있는 처리완료 폴더를 보면서 뿌듯해한다. 내가 살아온 흔적이 이렇게 남아있다니, 아름답도다. 그리고 달랑 1GB의 메일 계정을 가진 회사 메일이 꽉 차서 아웃룩에서 백업을 시작한다. 보관하면 기존 회사 메일에서 넘어가서 나의 아웃룩 보관소로 이동한다. 3-4개월마다 한번씩은 정리를 해줘야 한다. 서버는 사서 메일 용량 늘이는덴 안쓰고 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웃룩에서 지저분하면서도 폭발간지를 뽐내는 몰스킨 노트로 시선을 옮긴다.
(메모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