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섹 마사지
약 10분 정도 달렸을까? 아리랑 식당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우리의 헤매기는 시작된다. 오다가 발이 표시된 마사지 가게를 몇 개 봤다. 근데 간판이랑 전화번호를 블로그와 대조해보니 달랐다. 마사지 가게가 보여서 거기 갔다가 아니라서 골목으로 들어가고 왼쪽으로 가보는데 안가 본 아리랑 식당 왼쪽인가 싶어서 그쪽으로 가봤고 블로그의 메뉴와 정말 똑같이 생긴 마사지 가게가 보였다. 번호는 조금 달랐는데 맞겠지 싶어서 들어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내부는 매우 더웠고 딱봐도 동네 마사지 가게처럼 보이는 분위기였다. 손님 응대도 개판이었다. 일단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나왔는데 분위기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가자고 했다. '쏘리, 넥스트 타임' 하면서 바로 나왔다. 발 담글 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중국어로 머라고 외치는 걸 뒤로 하고 나왔다. 금액도 적지 않은데 유사업체에서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리랑 식당에서 조금 더 가면 있다는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아리랑 식당 오른쪽으로 가보니 수섹 마사지가 보였다. 조금 전 들어간 집은 소심 마사지였나 그랬다. 한자를 잘 읽을줄 몰라서 뭔진 알 수 없다. 수섹 (su sek)가 정확하게 새겨진 집을 찾았다. 방금 간 집과 메뉴판이 완전 똑같았다. 내부로 들어가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엄청 많은 사람이 어둑한 의자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고, 마사지사들도 대략 10명 정도나 있었다. 45분짜리와 65분짜리가 있었는데 우리의 발과 다리는 오늘 정말 고생했기 때문에 65분짜리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바지가 타이트해서 반바지를 달라고 했고 세탁기가 있는 방에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니 뜨거운 물을 갖고 온다. 발을 담그고 의자에 푹 기댔다. 정말 편했다. 장장 3~4시간을 돌아다니다 의자에 앉으니 살 것 같았다. 따뜻한 물에 담긴 발이 피로를 모두 담고 있었는데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깨 마사지를 한다고 반대쪽 발 올리는 소파에 앉으라고 한다. 앉으니 시원한 어깨 마사지가 시작된다. 정말 시원했다. 팔꿈치를 쓰면서 어깨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손으로 어깨와 등, 팔에 관련된 모든 근육을 풀어줬다. 지금까지 받아본 마사지 중에 최고였다. 마사지를 하다보면 몸이 움츠러든다. 아무래도 근육에 직접 자극이 가니 움츠러 들 수밖에 없다. 황홀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어깨 마사지였다.
그리고 이젠 반대편 의자에 다시 앉아서 발 마사지를 받는다. 발 마사지 받을 때는 거의 잠들어서 기억이 없다. 매우 시원했다. 한국에서도 태국에서도 마사지를 받아봤지만, 이 정도로 시원한 적은 없었다. 기분 좋은 자극에 슬르르 잠이 왔고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거의 끝날 때가 돼서 깨보니 한국인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무리로 다리 알 부분을 풀고 물기를 닦아낸다. 속삭이면서 뭐라고 하는데 팁을 달라는 것 같다. 친구와 의논 후에 70홍딸을 줬다. 생각보다 많이 준 거 같다. 그리고 마사지 비용도 198이었는데 세금이 붙어서인지 516 정도 나왔다. 0.5% 뭔가가 붙어있었는데 그냥 그런가 싶었다. 마사지 비용으로 거금을 냈지만 너무 시원해서 아깝지가 않았다.
나와서 택시가 바로 오길래 육포를 사기 위해 세나도 광장으로 가려고 했다. 택시를 탔는데 친구가 화들짝 놀라며 내리자고 한다. 핸드폰 충전을 맡기고 놔두고 온 것이다. 택시 기사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내렸다. 1~2분 정도 지나니 핸드폰을 들고나오는 친구, 오늘 기아 요새에서 떨어뜨려서 액정에 금이 간 핸드폰이었는데 바꿀 때가 됐나 보다.
세나단? 세나도?
다시 택시를 기다리는데 3~4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조금 더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했다. 젊은 택시 기사였고 세나도 광장이라고 말하니 잘 모른다고 한다. 지도를 보여주고 여기라고 했다. 근데 조금 이상한게 세나도라고 하는데 '세나단?' 이렇게 하는 것이다. 지도에서 중국어로 된 부분을 보여주니 세나단? 이러길래 그냥 오케이 했다. 홍콩에서 페리 터미널 갈 때 택시 기사와 경찰을 부를 뻔한 적까지 있어서 구글 맵으로 네비게이션을 틀었다.
We have gps
그런데 이 택시기사가 다리를 타고 타이파에서 마카오 외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쪽으로 가도 다리를 탈 수 있는 게 보여서 그냥 말 안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도 다른 쪽으로 간다. 소리쳤다. Hey, Where are you going? 하니까 자기는 세나단인지 알았다고 하는 변명을 한다. 거기가 아니라 여기라고 다시 지도를 보여줬다. 그러니 알았다고 한다. 나는 미터기를 가리켰고 그는 미안하다면서 미터기를 다시 세팅했다. 이미 조금 반대쪽으로 왔지만 바로잡았으니 그냥 가기로 했다. 친구는 나에게 노련하다면서 칭찬을 했고, 나는 한국인의 저력을 한 번 더 보여줬다고 했다.
세나도 광장이 거의 다 와 가는데 이 택시 기사가 리스보아 호텔 근처에 다 와서 여기서 내리면 안 되냐고 했다. 보니깐 영어를 잘 하는 듯싶었다. 저기로 가면 설 곳이 없는데 서면 경찰에 걸린다는 내용으로 알아들었고 계속 가라고 하려다가 불쌍해 보여서 세나도 광장 가기 2블록 정도 전에 내렸다. 세나도 광장으로 가보니 어제와 비슷한 정도의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는 이미 관광을 끝냈기 때문에 스피디하게 어제 육포를 산 집으로 향했다.
다시 세나도 광장
오른쪽 왼쪽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감각에 귀를 기울이며 길을 찾았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는 서양 미녀가 보였다. 악기의 음색은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일단 우리는 육포를 사야 했기 때문에 어제 산 곳으로 향했다. 도착했는데 어제 촐싹거리면서 뛰어나온 알바가 문을 닫고 있었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칠 시간 됐으니 손님이 와도 문을 닫는 대인배 마인드에 놀라며 다른 육포집으로 향했다.
조금 깔끔해 보이는 육포 집에 갔고 언제나 그러듯이 비싼 육포를 맛보게 해준다. 나는 제일 싼 거로 시식하겠다고 하고 그것도 거의 맛이 비슷했다. 한 개를 사려고 했는데 두 개를 사면 12% 할인을 해준다길래 많이 고민하지 않고 2개를 사기로 했다. 아침에 카지노에서 돈을 따기도 했고 점심도 저렴한 걸 먹었고 마카오 타워 찾아서 걸어 다닌다고 거의 돈을 쓰지도 않았다. 엄청 크게 잘라주길래 커트 플리즈 하면서 잘라 달라는 액션을 취하니 점원들이 찢어먹으라는 모션을 보였고 나는 다시 커트 플리즈 했다. 조금 더 작게 잘라줬다. 그렇게 육포를 계산하러 들어가는 도중에도 이것저것 사라고 권하는 점원을 뒤로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나오는 도중에 에그 타르트와 밀크티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2개 20홍딸 이라는 미스테리한 가격 구조를 보이는 가게였다. 1개는 안 판다. 에그 타르트를 4개 샀고 밀크티도 각자 하나 구입했다. 밀크티는 대만에서 먹은 것보단 맛이 없었다. 티에선 깊은 맛이 나지 않았고 타피오카는 식감이 그렇게 쫄깃하지 않았다. 오는 도중에 다 마셨고 세븐 일레븐에서 맥주를 사 가서 먹자고 했다. 현지 맥주로 보이는 저렴한 맥주를 샀다. 어디서나 제일 국가적인 맥주는 가장 낮은 가격의 맥주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카스나 하이트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올해엔 클라우드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긴 하다.
맥주를 사서 숙소 안으로 들어왔고 엄청나게 걸었던 우리는 땀으로 쉰내가 나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샤워를 하고 맥주 테이블을 세팅했다. 숙소는 청소가 돼 있었다. 침대 이불이 새로운 숨을 갖고 정갈하게 덮여 있었고, 욕실에도 새로운 수건들이 세팅돼 있었다. 매일 누군가 이렇게 세팅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깔끔한 침실에 기분이 좋았다.
맥주 테이블은 다림질 테이블을 사용해서 침대 사이에 넣어두고 그 위에 맥주와 육포,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에그 타르트를 올려놨다. 첫날 세븐일레븐에서 사놓은 과자도 놔뒀다. 과자는 벌집 피자 맛이었다. 육포는 어제 먹던 거라 그 맛 그대로였다. 맥주는 기린 맥주에서 만든 거였다. 그러고 보니 맛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캔 하나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팝도 듣다가 가요도 듣다가 했다.
그러다가 친구가 하나의 노래 이야기를 한다.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였는데 이전에 초등학교 동창이 듣는 걸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심경이 담겨있는 노래라며 친구는 틀었고, 나는 모든 활동을 멈추고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했다. 그런데 계속 카톡이 울려서 음악 감상을 방해했다. 노래 가사가 아주 시적이었다. '오래된 테잎 속의 내가 부러워서, 그리워서'라는 가사는 그 당시의 연인을 만나던 자신이 그립고 부럽단 말이다. 그리고 당시엔 노래만 만들어 주고 가사가 없었는데 후에 김동률이 노래에 가사를 입힌 것 같았다. 이렇게 완성된 노래로라도 그녀에게 닿고 싶은 김동률의 자기 투영적 노래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미련한 남자들이 들으면 아주 푹 빠져들 노래였고 나는 노래에 빠져들었다.
여행을 오래 하니 둘은 점점 말이 없어진다. 처음에 막 떠들던 상태에서 이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인 듯 싶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오래 붙어있으면 어느 정도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일상이 그러하고 직장 동료가 그러하고 가족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커튼을 드리워낸 순간은 산문적 순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그것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일상이고 현실이다. 맥주를 마시고 조금 쉬다가 우리는 다시 크게 한탕 노리기 위해서 카지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