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22. 다시 홍콩으로

by 생산적생산자

마카오 권

내려가서 오전에 내가 터뜨린 게임기 옆에서 했다. 100달러를 10분도 안 돼서 다 잃었다. 둘이서 200홍딸씩 하자고 했는데 나는 금방 200달러를 다 잃었다. 친구와 자리를 옮겨서 했는데 친구 자리가 노다지였다. 어떤 수정이 3개 모이면 8개의 프리 게임을 주는데 거기서 수많은 포인트를 땄다. 100홍딸에서 시작해서 700홍딸까지 땄다. 나는 200홍딸을 다 잃고 옆에서 구경했는데 구경도 참 재밌었다. 계속해서 친구는 프리게임에 걸렸고 포인트를 따갔다. 700홍딸에서 정산을 했다. 우리는 400달러를 투자했고 700달러를 땄다. 그리고 나는 100홍딸을 더 썼다. 그것도 다 잃었다. 친구는 계속 그 기계에서 게임을 했다. 100홍딸을 해서 200까지 갔다가 다시 70까지 왔다갔다 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다 잃을 것 같아서 그만 하자고 했다. 도박의 무서움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친구는 계속 게임을 하고 싶어 했으나 지금까지 보여준 추세를 볼 때 해봤자 이 기계에서 돈이 더 나오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내 마음 속에서도 이성과 대립하는 감정은 게임을 더 하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이 승리했다. 계속하려는 친구를 설득해서 게임을 그만했고 우리는 카지노를 나왔다. 왜 강원랜드에 일년 동안 100일 이상 체류하는 사람들의 수가 2,000명을 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곤 올라와서 바로 잤다.


마지막 날

마지막 날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호텔에 왔으니 조식은 꼭 먹어줘야 한다. 8시 반쯤 일어났을까? 나는 일어났다가 잤다가 하다가 9시 조금 지나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오늘은 페리를 타고 셩완으로 나가서 거기서 쉬다가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는 계획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라서 하루의 시간이 풀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행 기간이 길어서 이제 좀 지치기도 했고 많이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 식당에 가서 조식을 먹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먹을 음식은 별로 없었으나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먹었다. 어제와 비슷한 음식들을 펐고, 어제와 비슷한 느낌으로 밥을 먹었다. 호텔 뷔페는 든든한 공간이라 생각된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이제 앞으로 언제 밥을 먹을지 모르기에 든든하게 먹어놔야 한다.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연착된다든지 여행을 갔는데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서 식사가 늦어지는 건 다반사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놔야 한다. 그래서 먹을 게 없어도 먹는 게 좋다.




짐싸기

그렇게 밥을 먹고 이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야 할 시간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 짐을 싸는 것 만큼이나 번거로운 과정이다. 그리고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서 우리의 가방 상태는 들어올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부피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내 가방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제니 쿠키 큰 통을 넣어서 다닐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방이 한국에서 떠날 때보다 조금은 커져 있었다. 어제 산 육포도 넣었기 때문에 가방이 꽉 찼다. 친구의 가방은 완전한 사각형의 형태를 띠었고 우리는 스스로를 보부상이라고 불렀다. 이것저것 사서 한국에 들어가는 장사치에 비유한 것인데 재밌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씻고 나와서 마무리까지 하니 체크아웃 시간인 11시 10분 전이었다. 잽싸게 내려가서 체크아웃한다. 미니바나 기타 사용한 내역이 있는지 확인하고 보증금을 다시 받았다. 5분 정도 걸려서 체크아웃했고 문을 나오자마자 셔틀버스가 어디 갈 거냐길래 페리 터미널로 간다고 했다. 1분 내외로 올거라고 벨보이가 알려준다. 여행하다가 생긴 마카오 잔돈을 다 써야 했기에 세븐일레븐에 간다고 했다. '퀵퀵 오케이'라길래 뛰어서 세븐일레븐에 갔다. 그리고 어디서 구했는진 모르지만, 왠지 전 여자친구가 준 것 같은 립밤이 보였다. 회사에서 엄청 잘 쓰고 있는데 그게 보여서 하나 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 여자친구가 준 립밤은 노란색이었고 한국에서 산 것 같기도 하다. 한국보다는 여기가 싸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는 립밤의 역사에 대해서 알 길이 없으니 상관이 없다. 그걸 사서 다시 돌아오고 몇 분이 지나니 셔틀버스가 왔다. 페리 터미널로 가는 것인지 최종 확인하고 탄다. 10분 정도 이동하니 페리 터미널이 나온다.


구룡(침사추이)으로 갈까, 셩완으로 갈까 하다가 셩완으로 가기로 한다. 셩완이 공항에서 가깝고 푯값도 더 싸다. 제니 쿠키가 셩완에서도 판다고 해서 굳이 침사추이로 갈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렇게 터보젯 표를 샀고 페리 시간은 11시 45분으로 30분 정도 남았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선착장으로 향했다. 바로 표 확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하고 13번 게이트 대기장에서 기다렸다. 시간이 남아서 의자에 앉아 바다에 떠 있는 페리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어제 산 에그타르트 2개를 먹었다. 가방 안의 짐을 최대한 줄이려는 조치였다. 콜라도 한잔 마시고, 배 시간 5분 정도 전에 바로 페리에 올라탔다.


마카오로 들어올 때 탄 페리보다 더 큰 느낌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았고 그 옆은 친구가 앉았다. 3자리가 있었는데 2자리만 차고 나머지 한 자리는 비어 있었다. 주말이 아닌지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배는 즉시 출발했고 나는 역시 아이패드를 꺼내서 여행에 대한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열심히 기록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글도 틈날 때마다 열심히 적었다. 친구는 하므로 배에 타자마자 바로 잠들었고 나는 아이패드로 들어올 때보다는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선반에 아이패드를 올리고 글을 적었다.


중국으로 태풍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 때문인지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가 많이 쳤다. 기내 방송에서도 바다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좌석 벨트를 잘 하고, 잠시 뜨거운 음료나 커피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영어 방송이 흘러나왔다. 페리는 잘 타고 나왔는데 비행기가 결항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 태풍 때문에 파도가 많이 쳤고 배는 넘실거렸다. 내가 정말 멀미에 강한 체질이긴 한가 보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아이패드로 글을 적으면서도 머리가 살짝 띵한 거 말고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뒷자리에서는 '웩'하며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2~3번 정도 하고 나서 진정 됐는데 도착할 때쯤 우리가 제니 쿠키를 꺼내먹고 있을 때 다시 곡성의 일광처럼 체내의 뭔가를 뿜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페리는 이제 셩완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는 재빠르게 배에서 빠져나왔고 다시 홍콩 입국심사를 기다렸다. 어디 줄을 서면 되는지 이번엔 물어보고 자리를 잡았다.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니쿠키

빠져 나와서 무엇을 할지 의논하는데 제니 쿠키를 파는 곳이 가깝다는 걸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됐다. 10분 내외로 걸리는 거기에 있었고 길도 간단했기에 바로 가서 사기로 했다. 그 이후의 일정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다. 육교를 건너서 Wing O St 를 찾았다. 같은 이름의 길은 왼쪽에도 있고 건너편에도 있는 듯 보였고 건너편에 제니 베이커리가 있었다. 가는 길에 쿠키 통을 들고나오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한국 사람도 봤다. 도착해서 얼마나 살지 고민하다가 4가지 맛이 있는 70홍딸짜리를 3개씩 사기로 했다. 금액을 지불하고 담아갈 가방도 1홍딸씩 주고 샀다. 모아놓은 동전으로 결제를 했다.


4가지 종류별로 들어있는 70달러짜리 쿠키를 3개씩 총 6개 사기로 했다. 너무 많이 사도 부담스러웠고 3개가 딱 적당했다. 우리의 예산도 이제 별로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 안에서 사용해야 했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지 못했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으면 돈이 모자랐을 게 분명하다. 나름 아끼면서 쓴 여행이었는데도 일상에서도 그러하듯이 돈은 언제나 부족하다. 돈이 부족하다는 말은 쓸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심리적 상태의 반영이 크지 않을까 싶다. 카드로도 살 수 있고 뭐로도 살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더 쓰고 싶은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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