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23. 유유자적

by 생산적생산자

마지막 날 점심

제니 쿠키를 사고 나선 바람이 불고 비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밖으로 다니기엔 조금 힘들어 보였고 몽콕 야시장을 가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배가 조금 고파올 점심시간이었기에 우리는 아까 지나친 빌딩의 안에 있는 음식점에 가보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식당이라 괜찮아 보여서 갔다. 막상 가보니 브런치 스타일의 식당이었고 옆에서 서양인이 계속 호객행위를 한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온다고,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쿠알라룸푸르에도 있고 세계 여러 곳에 있는 체인점이었다. 그래서 안 가기로 하고 친구가 찾은 옆 가게에 들어갔다.


그 가게는 꽉 차 있었고 밥 위에 각종 요리 재료가 있는 덮밥 스타일의 음식이 많았다. 나는 치킨 다리 2개가 들어있고, 소시지가 있는 덮밥을 시켰고 친구는 돈가스 스타일의 고기가 덮인 덮밥을 먹었다. 덮밥을 보니 고등학교 때 처음 부산대학교 근처에 가서 덮밥 1번지에서 덮밥을 먹은 게 기억난다. 그 당시에 덮밥은 혁명적인 음식이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먹은 덮밥은 개인적으론 별로였다. 밥맛도 나에게 맞지 않았고 닭은 한국 스타일과는 다른 양념이 별로 맛없는 닭이었다. 나머지 소시지도 그냥 텁텁하고 드라이했다. 꾸역꾸역먹다가 남기고 조금 쉬다가 이 건물 안에 어디로 가자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Pacific Coffee

건물 안의 카페로 갔다. 친구가 파스쿠치라고 해서 갔는데 퍼시픽 커피였다. 얼핏 봤을 때 앞 글자가 'PAC'라고 적힌걸 봤는데 스펠링이 달라졌나 싶었다.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패스했다. 우리는 편안한 소파 자리에 앉으려고 했으나 자리가 차 있어서 옆 좌석에 앉아 있다가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자리가 났고 우리는 소파에 앉을 수 있었다. 앉아 있는 동안 친구가 호랑이 연고 파는 곳을 알아본다고 나갔다. SASA(올리브 영 같은 매장)나 WATSONS에 판다고 했는데 이 건물 안에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나는 여행기 집필을 계속해나갔다. 적으면 적을수록 적고 싶은 게 늘어났고 나의 여행 진도와 글쓰기 진도는 항상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적으면서 대부분의 진도를 따라잡았다. 그래도 현재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언제나 현실은 사건이 일어나고 글쓰기는 후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극한의 개념이 나오는 제논의 역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적었고 친구는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IFC몰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자고 했다. 거기엔 호랑이 연고도 있고 다른 기념품도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IFC몰

카페에서 IFC몰이 가깝고 연결되는 공중 인도가 있길래 그곳으로 갔다. 상부는 덮여 있어서 비를 막아줘서 아주 괜찮다고 느꼈다. HARBOUR BUILDING과 IFC몰, 페리 터미널 모두를 잇는 엄청난 길이 있었다. 친구는 도시가 좁아서 하늘에 다리를 만들어놓은 거라고 했고, 한국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늘 다리 덕분에 편하게 IFC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홍콩에서 한번 가본 곳이라 익숙했다. 몰스킨 매장은 아직 이전 중이었고 애플 스토어엔 사람이 어마하게 많았다. 거기 있는 직원에게 사사나 왓슨이 있냐고 물어 봤는데 없다고 한다. 그래서 타이거 밤(호랑이 연고)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포기하고 애플 스토어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에 가보기로 했다.





애플스토어

애플 스토어에 들어가니 1층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계단 근처 자리는 다 차 있었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니 맥북 체험 공간이 있었고 구석진 곳에 자리가 많아서 거기에 앉았다. 한국 애플 스토어는 앉아서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데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맥북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노트북이 아이패드나 스마트폰보다는 검색의 속도나 정보의 수집이 자유롭기 때문에 맥북으로 IFC 몰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중국 키보드라서 네이버에 들어가긴 해도 한글로 검색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설정으로 들어가서 언어와 키보드를 변경했다. 그런데 한영 전환 버튼을 몰라서 헤맸다. 아이패드는 커맨드 + 스페이스였는데 최근 iOS가 업데이트되면서 바뀐 걸로 기억했다. 펑션 + 스페이스를 누르니 전환 버튼이 나왔다. 한글로 네이버를 열심히 검색했다.


오기 전 독서 모임 누나에게 추천받았던 두 가지 아이템이 있었다. 에그 타르트와 탄탄면이었는데 에그 타르트는 먹어봤고, 탄탄면을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침 IFC 몰 안에 있는 크리스털 제이드에 파는 메뉴라 가보고 싶었다. 거기 가보기로 했고 메뉴는 샤오롱바오와 탄탄면 두가지만 시키기로 했다. 칠리새우도 먹고 싶었지만, 예산의 문제로 참기로 했다. 칠리새우는 한국에서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밥맛이 없는지 음식에 대해서 회의론자로 바뀌었다. 간식도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의 식욕을 고려해서 음식만 먹고 IFC 몰을 좀 구경하다 공항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홍콩역에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옥토퍼스 카드 환불받는 곳과 방법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마침 홍콩역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세 정거장 정도 가면 되고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인당 100홍딸이었다. 이건 아까부터 알고 있던 금액이라 예산에 반영돼 있었다. 옥토퍼스 카드는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사는 곳에서 환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실제로 가보니 결론은 환불이 안되더라. 옥토퍼스 카드는 공항에서 환불 가능하다.





호랑이 연고

애플 스토어에서 나와서 호랑이 연고가 있는 곳을 찾으러 다녔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있는 층에 가보니 WATSONS가 있었고 거기서 우리는 호랑이 연고와 파스를 샀다. 나는 선배가 부탁한 호랑이 연고를 샀다. 큰 걸 사려고 했는데 돈이 모자라서 작은 거로 샀다. 친구도 호랑이 연고에 대한 포스팅을 찾아보고 만능 연고라고 좋을 것 같다고 막 샀다. 예산을 계산하면서 움직이느라 조금 피곤하긴 했다. '카지노에서 조금 더 땄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돈을 다 쓸지는 솔직히 몰랐다. 51만 원 환전했는데 그걸 다 쓰다니 엄청 썼다. 숙소 비용과 비행기 표 값까지 합치면 100만 원 정도 될 것 같다. 예산에 맞춰 호랑이 연고와 파스를 사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해외에 나와서 필수 쇼핑 목록이라고 하는 아이템들은 집에 사 가면 유용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아이템이 현지에서 쌀 때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 연고는 어릴 때 발라본 기억이 있는데 괜찮은 아이템이라 개인적으로도 하나 구매했다. 두통에도 근육통에도 좋다고 하니 한번 써보려고 한다. 많은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면 캐리어를 하나 채워오는 경우도 있는데 판매하는 용도가 아니라 자신이 사용할 용도면 그 정도는 과하단 생각이 든다.





탄탄면과 샤오롱바오 (크리스탈 제이드)

밥 먹을 시간이 되어 탄탄면이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로 향했다. 이젠 그냥 물어보면서 다닌다. 한번 물어보고 가다가 다시 한번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 정확한 길을 찾아가려고 했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가 있는 곳에서 한층 위에 있다고 했는데 그 층에서 물어보니 한층 더 올라가라고 한다. 조금 헤맸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찾아갔고 우리는 크리스탈 제이드에 안착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대기는 없었고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왼쪽에는 백인 여성이 혼자서 3가지 메뉴를 먹고 있었고 우리는 놀란 눈으로 쳐다봤고 그것 때문인지 그녀는 우리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예정대로 탄탄면과 샤오롱바오 하나를 시켰다. 10분 정도 지나자 메뉴가 나왔다.




탄탄면

탄탄면은 보기엔 비주얼이 별로다. 그냥 빨간 국물에 면의 양도 조금 들어가 있다. 비주얼은 별로인데 맛은 과연 어떨까 하면서 사진을 우선 찍었다. 친구가 먼저 먹었고 국물 맛이 왜 이렇냐고 했다. 먹어보니 블로그에서 본대로 땅콩 향이 났고 기름기가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국물은 매콤했다. 약간 이상한 맛이었다. 막 자극적이지도 막 밋밋하지도 않은데 뭔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는 국물맛이었다. 깊은 맛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싶다. 아무튼, 그랬다. 면은 조금 괜찮았다. 부드러운 면이었고 국수 면보다는 조금 굵었다. 면발의 특징을 기억할 정도로 미식가는 아니라 기억은 안 난다. 아무튼 국물은 이상했는데 면이랑 같이 먹으니 조금 나았다.


그렇게 기대하고 먹은 음식은 아니었지만 이것을 먹음으로써 홍콩의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제일 맛있었던 건 엘라 아줌마가 소개해준 완탕면 집과 그 근처에 있는 한 개에 5홍딸 하는 에그 타르트 집이었다. 그걸 더 못 먹어보고 온 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후회된다. 탄탄면은 그냥 새로운 맛의 라면이었고 우리가 세븐일레븐에서 먹은 신라면보다 맛의 등급이 아래에 있으면 있었지 더 높지는 않았다. 먹으러 오자고 한 내가 조금은 머쓱했고 샤오롱 바오는 괜찮을 거라 믿고 싶었다.




샤오롱바오

탄탄면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롱바오가 나왔다. 딤섬과 무슨 차이인진 모르겠다. 내가 먹어본 딤섬은 안이 뜨겁고 육즙이 많은 물만두였다. 중국 출장 갔을 때 먹어봤는데 혀를 데일 뻔했던 기억이 난다. 자리도 그렇게 편안하지 않았던 터라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이 없다. 샤오롱바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는 먹어보고 물 많은 물만두라고 했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샤오롱 바오는 4개가 나왔는데 2개씩 먹으니 뭔가 좀 아쉬워서 하나 더 시키자고 했다. 38홍딸의 샤오롱바오를 하나 더 주문했다. 주문하고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샤오롱바오가 나왔고 우리는 금방 흡입했고 그렇게 IFC 맛집이라고 알려진 크리스탈 제이드 탐방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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