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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되는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문명이 진화하면서 인류에게 편리성과 여유를 선사한 이면에는, ‘갈등 유발자’의 이중성이 있다. 편리성은 여유를 낳으며 세대마다 각기 다른 ‘정서’와 ‘동기’로 구축되면서, 자기만의 문화 영역이 되어 ‘갈등(conflict)’의 진원지가 되었다.
21세기 ‘세대간 갈등’의 발원지는 4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에 태어난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만 7세이지만, 파급효과는 그 어느 유명인보다 크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가 십만여 년,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300여 년, 앞으로 또 한 번의 변신은 30여 년 정도로 단축될 만큼 기하급수적 변화는 두려움이 아닌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변화의 범위와 깊이는 영역을 넘나들면서 제약조건을 해소하며 이종간 융복합의 길을 터줬다. 또 ‘소유’에서 ‘공유 개념’을 넘어 ‘구독경제’의 플랫폼은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문화로 정착했다. 이렇게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은 공동체 의식까지 손을 뻗쳤다. 변화는 세대간 갈등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분출된다. 어느 한 세대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잘못이라면 산업혁명의 부산물인 문화적 즐거움을 만끽한 죄 밖에 없다. 그 즐거움이 세대간 갈등의 씨앗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3차 산업혁명까지는 ‘집단 문화’가 강했다. 조직 중심의 행동이론이 먹히던 시절로,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이었고, ‘조직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집단체제의 대중문화가 양산한 대화체는 폐쇄형이자 판사형이다. 폐쇄형은 이타적 의견을 구하기 보다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
판사형도 유사한 구어체이다. 판결문은 ‘옳고 그름’에 의한 결정문이지 의견을 구하는 설문지가 아니다. 반론을 제기할 틈새가 없다.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이 기성세대이다. 익숙함은 ‘새로움’을 불편하게 여길 뿐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MZ세대의 다양한 질문과 가감없는 의견 제시처럼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은 ‘눈높이’, ‘비스포크(bespoke)’처럼 철저한 초개인주의(hyper-individualism) 문화 형성에 앞장섰다. 4차 산업혁명은 ‘super, hyper’와 같은 접두사 사용이 일상이 될 만큼 상상 그 이상이다. 더군다나 예기치 않았던 팬데믹은 초개인주의를 가속화시켰고, 3년여의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돌이킬 수 없는 개인주의 정착에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스마트폰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 ‘나만의 왕국’ 구축에 최적화되었다. 스마트폰이 플랫폼과 융합되면서 이동이 무의미해졌다. 은행, 영화, 독서, 사진 등 일상이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진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고, ‘우리’라는 공동체에 의존할 이유도 없다. MZ세대는 태어나면서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배운 ‘디지털 원주민’이다. 스마트폰과 대화하고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등 스마트폰 중심의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아울러, 개방형이자 변호사형 화법에 익숙하다. 지시나 통보가 아닌 질문을 선호한다. 자신의 의견 제시에 스스럼이 없다. 결국 ‘우리’라는 대중문화와 ‘나’라는 개성 중시 문화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평생직장’은 무너졌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평생직장은 생명을 다했다. 그 자리에 ‘평생직업’이 둥지를 틀었다. 허나, 아직까지 기성세대는 평생직장의 향수를 못잊어 한다. 가슴에는 늘 사직서가 있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준비가 덜 된 탓도 있겠지만, 10년 이상 된 아주 소수의 경력직에게만 일자리 기회가 제공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주저하게 만든다.
MZ세대는 다르다. 입사한지 1년 이내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바로 퇴사를 감행한다. 이 또한 세대간 부딪히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이다.
MZ세대가 과감하게 결단할 수 있는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파생된 일거리와 일자리가 있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를 보면, ‘굳이 출퇴근 지옥을 겪어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지식과 기술을 탑재한 MZ세대는 4차 산업혁명이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아울러,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의 탄생이라고 하지만, 성장과정의 부유함은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양한 일거리는 MZ세대에게 분명 긍정적 시그널이지만, 종착지는 ‘우리’보다는 ‘나’ 자신이다. ‘미닝 아웃(meaning out)’, ‘플렉스(flex)’, ‘일점호화(一點豪華)’, ‘편백족’ 같은 신조어가 MZ세대의 개인주의에 대한 증표이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책으로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세대간 갈등은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 성별이나 개인간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MZ세대의 다름을 이해하자. 다름은 ‘옳고 그름’이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 ‘이해’는 ‘아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해’는 아래(under)에 서서(stand) 위를 바라보며, 내면의 의미와 철학을 깨우칠 때 가능하다. MZ세대가 ‘틀렸다’는 선입관에 앞서서 ‘왜(why)’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아하’라는 느낌표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유효기간의 꼬리표를 붙였다. 유통기간이 지난 것은 질병의 근원이자 독이 될 수 있다. 새뮤얼 아브스만은 「지식의 반감기」에서 변화의 속도만큼 지식이 따라가지 못하므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의 국제 정세를 학문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감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졸업장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이다. ‘내가 말이야(latte is horse)’를 주창하기에는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새로운 무기로 장착한 MZ세대의 의견에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
권한(權限)과 권력(權力)을 혼돈하면 안된다. 흔히 리더와 권력이 대등하다고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권한은 책임의 한계이다. 권한을 넘어서면 월권(越權)이다. 권한과 책임은 수평적 관계이며, 권력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다.
정당한 권한 행사는 ‘지시’나 ‘통보’와 같은 일방적 대화가 아니라,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개방형’이어야 한다. ‘판사형 화법’은 명료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부릴 인재’ 또는 ‘잉여 인재’에게는 맞지만, ‘맡길 인재’에게는 반발심만 야기할 수 있다. MZ세대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변호사형 화법을 일상화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기업주도의 ‘관리’에서 자기주도의
‘지원’으로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
드론이 전쟁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어제의 지식으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익숙함에서 탈피하려는 조직문화 혁신이 진행 중이다. 인사팀은 피플팀으로 개명함과 동시에 근본을 바꾸려 시도 중이다. 경영은 기업주도의 ‘관리’에서 자기주도의 ‘지원’으로 변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MZ세대는 섞이지 못할 ‘물과 불’의 관계가 아니다.
기성세대 지혜와 MZ세대의 최첨단 기법이 잘 버무려질 수 있도록 유연성과 수용성을 확대하자. ‘변호사형 화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소통문화로 승화시키자.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인정할 줄 아는 문화를 정착하자. 수평적이며 개방형의 소통문화가 조직에 자리매김할 때, ‘세대간 갈등’의 안개는 서서히 걷힐 것이다.
- 중앙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HRD) 박사
- 現) ㈜잡담 경영연구원 원장
- 現) 한국표준협회 경영 HR 센터 수석 컨설턴트
- 現) ㈜한국경영인증원 노사관계 심사 전문위원
- 現) 한국능률협회 시니어랩 전문위원
- 前) KDB금융대학교 교수
-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2023),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2021),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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