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회사 식당에서 친구가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디자인 리뷰시간에 팀장님께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 이제 40세 이상인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해서 코멘트하지 말래. 디자인은 젊은 친구들이 더 잘하고 감각도 있다고. 물론 농담으로 했던 이야기였지만 그게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던 건 내가 너무 예민한 거야?”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그리고 물었다.
“아니 우리 회사에 40세 넘은 디자이너가 얼마나 많은데! 그럼 그 사람들은 다 뭐 하라고?”
친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하긴, 그 나이엔 실무를 하기보다는 젊은 친구들이 잘할 수 있게 뒤에서 지원해 주고 관리자 역할을 하라는 거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파트장, 그룹장도 많이 되잖아. 그럼 우리처럼 중간에 끼인 사람들은 정말 어떡해야 돼?”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 45세 교육이라고 들어봤어?”
처음 듣는 얘기였다.
“45세 교육? 그게 뭔데?”
친구가 설명해 줬다.
“45세가 되면 해당되는 직원들을 모아서 며칠간 교육을 시킨대. 맛있는 음식도 주고 여러 가지 좋은 강의도 듣게 하고… 그런데 거기를 다녀오고 나면 뭔가 되게 서글픈 기분이 든다는 거야. 회사 입장에서 그런 교육을 만든 이유가 뭐겠어? 슬슬 나갈 준비를 하라는 거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45세가 되면 벌써 나갈 준비를 해야 돼?”
그날의 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에 관해서 스스로 정리를 해 보았다.
1. 나는 내 직업인 UX 디자인을 좋아한다.
2. 나는 여전히 현역이며 앞으로도 좋은 디자인을 잘 만들 자신이 있다.
3. 나는 회사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나름 능력을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4. 내가 이렇게 계속 잘해 나가기만 한다면 앞으로 임원은 못 될지라도 나름 회사에서 매니저로서 한 자리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해 보니 지금까지 나름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계속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그건 바로 결국엔 나도 곧 40대가 될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