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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May 15. 2023

무모한 도전의 결과

시애틀 에서의 온사이트 인터뷰를 마친 뒤 다음 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나를 보며 회사 동료들이 말했다.


“휴가 때 많이 못 쉬셨나 봐요. 너무 피곤해 보이시네요.”


나는 쏟아지는 졸음과 피곤함을 떨쳐내기 위해 편의점으로 가서 가장 효과가 강력해 보이는 에너지드링크를 샀다.


예전엔 이런 걸 한 캔 마시고 나면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정신이 말짱해지곤 했는데.

이제는 내성이 생겨버린 건지 제 아무리 강력한 카페인 덩어리가 들어와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나는 왜 이런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남들이 보기에도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나는 아무도 내게 시키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었다.


오로지 내가 원해서 스스로 하고 있는 일.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이 도전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이런 내 모습이 늦은 나이에 사서 고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내가 원하는 미국 진출을 결국엔 이루어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마음으로는 원했지만 끝까지 가보지 않아서 놓쳐버린 기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로 인해 내게 주어졌던 수많은 가능성들을 그냥 흘려보낸 채 그냥 적당한 선에서 주어진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며 살게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나는 그런 내 모습이 계속될까 봐 두려웠다.


더 이상은 그 가능성들을 그렇게 흘려보내며 살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시간과 노력들이 결국엔 후회로 남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그런 사람이 더 이상은 되고 싶지 않았다.


매일 부족한 잠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고 정신이 혼미해질수록 꿈을 이루기 위한 내 마음속의 간절함은 더욱 또렷해져만 갔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


온사이트 인터뷰를 봤던 시애틀에 있는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열어 본 메일 속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합격.



그토록 원하고 상상만 해왔던 순간.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


그 순간이 내게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난 것이다.


나는 믿을 수 없는 마음에 영어로 쓰인 그 메일을 읽고 또 읽어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다시 번역을 해 봐도 그 메일 속에 담겨있는 축하한다는 내용은 다르게 해석되지 않았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눈물의 고백과 기도 만이 내 입에서 나올 뿐이었다.


그동안의 수 많았던 시간 들.


밤을 새워가며 고치고 또 고쳤던 나의 포트폴리오.


영주권 신청을 위한 과정들.


그리고 엉성한 영어로 무수히 봤던 인터뷰 들과 그 수만큼의 거절의 메시지들.


그 모든 노력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그 한통의 이메일로 증명된 것이다.


그날 내 앞에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이름의

리셋 버튼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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