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머니 Jun 30. 2024

열등감이 있으시군요

쉽게 잠들 수 없던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따라 이리저리 영상을 돌려보던 중 우연히 내가 아는 사람이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세련된 말투와 차림새로 자신의 생각과 작업 과정을 설명하던 그.


그를 마지막으로 봤던 때가 언제였더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10년은 족히 지난 것 같다.

그는 지인의 친구로 몇 번 사석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광고회사의 기획자로, 매번 만날 때마다 유쾌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15분 남짓한 짧은 영상 속에서 그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고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이제 확고한 자리를 잡았구나.’


그리고 바로 든 생각,


‘그런데 나는…?’


연배도 비슷하고 사회생활 경험도 비슷한 그와 나.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리고 이런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날은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다.


그 영상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며칠간 마음속 한구석에서 어딘가 계속 불편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다가 떠오른 단어,


열등감


그래, 열등감이었다. 뭔가 나만 혼자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


매일을 도전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드러나는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어딘가 불안한 느낌. 주변 사람들은 앞으로 잘만 뻗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왠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


나의 이런 고민들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무슨 소리야? 네가 지금까지 이룬 게 얼마나 많은데? 너 그거 교만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진정 이루고자 하는 건,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은 뭘까?


회사에는 너무나도 디자인을 잘하는 동료들이 많다. 때로는 내가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들. 원어민처럼 영어로 소통하기가 힘들다면 최소한 디자인 결과물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 나는 슬럼프를 겪고 있나 보다. 그래서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히곤 하나 보다.


이런 불안감. 여러모로 좋지 않다.


나의 이런 생각들에 대해 AI에게 물어보았더니,


“열등감이 있으시군요.”


라는 답변을 했다.


‘그래… 너에게도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그리곤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에 집중하기: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어쩌면 뻔한 대답이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내게 새롭게 와닿았달까.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래,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


언젠가 박지성 선수가 처음 유럽에 진출하고 맨유에 가서 힘든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세계적인 팀에서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처음엔 엄청나게 주눅이 들고 현타가 왔지만, 그는 그날 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하며 (상대방에게 제대로 공 패스하기, 공 멀리 보내기 등) 스스로를 칭찬하며 극복해 나갔다고 한다.


그래, 그게 정답이지.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려고 하지 말자. 오늘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남들과 나는 다르다. 비교하지 말자.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과 속도도 다르고, 심지어 그 목적지조차도 같을 필요가 없다.


그냥 내 앞에 지금 놓여 있는 길.


이 길을 내 페이스에 맞춰서 오늘도 걸어가야지 뭐.

매거진의 이전글 한 걸음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