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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것은 누구의 것?

SP

by 유 시안


필자가 처음 저작권의 개념을 인식했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즈음.

입시를 위해 논술에 항상 시달려야 했던 당시에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정해진 전제의 틀에서 움직이는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잘 썼다는 글을 가져와서 조금 바꾸면 효율적이지 않나?


그러다 문득 생각한 것이 수학의 정석이라는 교재를 만든 이를 보며.

전국 모든 입시생들이 이 책을 사면, 대체 이 사람은 얼마를 버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살 텐데…..!


라고 생각하며 저작권=돈이라는 인식을 처음 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에서는 리포트를 작성할 때에 copy & paste에 양심을 팔지 말라는 교수님의 말이 항상 맴돌았고 남이 쓴 글을 내가 쓴 것처럼 쓰면 안 되겠다는 최소한의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이후에 묘하게 짜증이 나는 일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 중에 남이 쓴 글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이 쓴 것처럼 공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에피소드는 물론 타인이 쓴 블로그에 쓴 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이들을 보며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미비했고 이후 필자가 만들어내는 음악 저작물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비전공 수업에서도 여러 저작권법 수업을 이수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쓰는 모든 것들이 저작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전자제품에 거의 필수적으로 쓰이는 반도체는 ‘원천기술’로 특허로 보호받고 있고 이를 사용하는 기업은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이공학이나 상업 관련에 대해서 뉴스나 인지도는 높았지만, 디즈니의 거의 모든 것들이 저작권으로 보호받고 있어 상업적인 목적으로 누군가가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고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하다고 느낀 것들도 있었다.


이후 음악활동을 하고 있었던 당시 훗날을 생각해서 저작권협회에 가입했고 이는 훗날 해외활동을 하는 필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누군가의 저작물.

그것을 보호한다는 것이 저작권법인데, 이는 너무 엄격하면 창작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고 너무 느슨하면 창작자들의 활동이 침해될 수 있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알기 쉬운 문제가 바로 유튜브.

2000년대에 나날이 급격히 사용자를 늘려 가는 유튜브가 초기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기존 발매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쓰는 문제였는데, 음악에 틀고 춤을 추는 영상이 음악에 대한 저작권침해라는 의견이 강해지며 전례 없는 당황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일절 사용금지를 선언하며 강경책을 편 반면 한국에서는 각 음반 권리자들이 조금 애매한 태도를 취했는데 KPOP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이후 유튜브가 사용자들이 쓰는 사용료를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해결이 되었지만 음악을 쓰는 것은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일본에 유학 당시 당황했던 것이, 인터넷으로 곡의 가사를 검색하면 복사할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가사만 외우기 위해서도 악보를 구입하는 일이 일반적이었고 어떤 곡이 좋다고 말을 들으면 음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반을 사거나 다운로드를 하는 것을 보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 차이를 느꼈다.


누군가가 만들 글, 음악, 악보 모든 것이 유료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당연히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와 많은 창작자와 그를 이용하는 소비자.

음악 관련된 것뿐 아니라 영상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겨울 연가’의 수십만 원의 DVD세트를 팔고 사는 일상은 창작자들에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저작권법에 대한 강화가 이루어졌고 블로그에서 쉽게 복사할 수 있었던 글이나 음악의 가사가 copy & paste 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2020년대에 들어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저작권법이 강화되어 매장에서 전처럼 틀 수 없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적지 않은 의견들을 볼 수 있었다.

저작권자들이 돈독이 올랐다든지, 캐럴은 그냥 듣게 해 주는 게 맞지 않냐, 혹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되지 않느냐 등 많은 의견을 보며 필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창작자들이 만드는 글과 음악, 영상은 자신만을 위해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표되어 누군가가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지만, 누군가의 땀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을 공짜로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은 이제 선진국인 한국에서 더 이상 통용되서는 안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저작권법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서 저작물을 자연스럽게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제일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또한 AI의 발전으로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챗GPT가 사람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지브리 캐릭터화를 무단으로 진행한 것인데, 이 일을 계기로 저작물에 대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바꾸고 관련법을 제정하는 필요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결국은 모든 것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인데, 여러 수단이 발전함과 함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도덕성


남의 작품을 마음대로 자기의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심각한 도덕성의 훼손이고 위법행위라는 인식.


작가라는 이가 남의 작품이 글귀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음악가라는 이가 남의 곡을 멜로디만 살짝 바꿔 혹은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박사가 된다는 이가 남의 논문을 표절해서 학위를 따거나.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지만 실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도덕성을 지닌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사용자들이 즐기고 관련법률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이익을 돌려주는 정상적인 환경.

K-컬처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내가 만든 것은 나의 것, 남이 만든 것은 그 사람의 것.

간단한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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