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먹는 음식 1
비타민을 안 챙겨먹어서 건강을 잃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비타민을 챙겨 먹을 정도로 자기 몸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웬만큼 건강한 걸까. 가끔 비타민이 위약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이 풍족한 현대인에게 비타민 부족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피로 회복 등의 용도로 먹는 비타민은 사실상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이다. 비타민은 그냥 마음의 위로 같은 안심 용도라고.
한때 종합 비타민 하나만을 부여잡고 하루하루 과로를 버티던 친구가 있었다. “나도 내가 무리하고 있는 건 알아. 이러다 쓰러지지 싶어. 하지만 왠지 이거 한 알만 하루에 한 개씩 꼬박꼬박 먹기만 하면 난 괜찮을 것 같아.” 검게 변해가는 안색의 그가 점점 말라가는 몸을 비틀거리며 왠지 툭 불거지기까지 한 눈으로 말했다. 그의 옷에서는 점점 냄새가 나고 빨지 않고 거듭 입는 청바지의 주름들이 점점 진해지다가 마침내 슬슬 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게 길러 하나로 묶은 그의 머리칼에서는 점점 윤기가 흘렀다.
어린 시절의 부모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식탁 위에 모이던 각종 영양제들도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종합 비타민을 먹지 않았다. C와 B, D와 E가 구분되고 칼슘과 콜라겐, 루테인에 쿼서틴이 덧붙여졌다. 유산균과 아로니아, 초유와 오메가도 한때 귀퉁이를 점령했으나 갑자기 홍삼과 공진단이 화려한 금박 포장까지 두르고 영양제 구역의 황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매년 유행에 따라 브랜드뿐 아니라 성분명도 새로운 영양제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한번에 스무 알쯤 입 안에 털어넣고 삼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고, 많아진 알약 수의 목표는 더 이상 건강이 아니라 장수 같았다.
어느덧 나의 식탁에도 영양제들이 조금씩 등장했다. 화장품 중에서도 특히 선크림을 식탁에 꺼내놓고 쓰는 오랜 버릇을 따라서일까, 어쩐지 내 슬하에 모이는 영양제들은 미백이 목표가 된 듯 보인다. 가끔 먹으면 어쩐지 얼굴색이 밝아지는 듯한 비타민 C 고용량 정제와, 온몸에 꼼꼼히 선크림을 발라 태양으로부터의 생성을 억제시켜놓은 비타민 D는 경구로, 즉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
그러다가 최근엔 선물 받은 비타민, 패셔너블한 비타민, 포장이 요란하고 섭취 방법이 특이해서 그냥 놓아둘 때도 왠지 뿌듯해 보이는 상품들이 생겼다. 맹물에 녹이면 탄산 음료를 만들어주고, 뚜껑을 벗겨서 주황색 진액을 빨아먹은 다음 그 아래 커다란 플라스틱 튜브에 달랑 두 알 든 푸른색 알약을 삼키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나는 굿즈처럼 비타민들의 위로를 삼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