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산은 2020년 6조 4,803억 원에서 2022년 7조 3,967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늘었고, 부산광역시 문화 및 관광 예산도 2020년 3,733억 원(전체 예산의 3.85%)에서 2022년 4,783억 원(전체예산의 4.3%)으로 1,000억 원 넘게 증액됐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형편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문체부에서 발간한 『2021 예술인 실태조사』 『2021 문화예술교육 조사』 『2021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보고서를 중심으로, ‘예술인들의 실제 삶은 어떠한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고 실행 가능한 방편을 제시해보려 한다.
전업예술은 미친 짓이다?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업 예술인의 비율은 55.1%로 2017년 57.4% 대비 2.3%p 감소했다. 이는 <예술 활동 관련 스트레스 요인> 중 ‘타 분야의 직업에 비해 낮은 보수 수준’(45.6%)이 ‘예술활동을 위한 시간부족’(21.6 %)에 비해 높게 응답된 것과 관련 있다.
즉, “소득이 적은 것이 시간이 부족한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예술인이 2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술인의 예술활동 수입>은 2017년 연 1,281만 원에서 2021년 695만 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아마도 코로나 이후 대면 예술활동이 급격히 감소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의 연평균소득인 2,409만 원(20 21년)보다도 훨씬 낮은 금액이다. 따라서 전업예술인이 예술활동 수입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대중의 인식이 명백한 수치로도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적 빈곤을 견디지 못한 예술인들은 결국 경력이 단절된다. 예술활동을 시작한 이후 1년 이상 예술활동을 포기한 상태인 ‘예술경력 단절’ 경험자는 36.3%에 이르고, 이들의 예술경력 단절 횟수는 평균 2.5회에 이른다. 외적 어려움으로 인해 예술활동을 포기했다가 재개하고, 다시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렇다면 겸업 예술인들의 상황은 어떨까. 겸업 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23.2%) 교수·강사 등 <예술관련 직업 수입>은 연 504만 원, <비예술 직업 수입>은 연 1,271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업 예술인에 비해서는 높은 금액이지만, 겸업 예술인들조차 예술 관련 직업뿐 아니라 비예술 직업을 동시에 종사해야 어느 정도의 생활이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투잡, 쓰리잡을 일삼아야 하는 겸업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에 사용할 시간은 충분한 것일까? <겸업 예술인 주 평균 예술활동 투입시간>을 살펴보면, 예술활동 평균 투입시간은 주 11.4시간으로 나타나, 하루 평균 약 1시간 30분을 예술활동에 투입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예술활동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한 물리적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배고픈 예술가는 작업할 시간마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겸업 예술인으로서 예술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간적·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겸업 예술인의 <예술활동 외 직업 업무내용>을 보면 강사/강의 23.2%, 노동/노무 15.2% 자영업 12.9% 사무직 9.5%로, 예술 관련 직업인 교수·강사 등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는 예술인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문화 예술교육 활동 종사 여부>에서 조사된 종사 경험자는 단 29.1%로,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예술활동 직업 종사자의 고용형태>의 기간제 및 일용직 비중이 57.2%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정규직은 7.5% 수준에 그치는 점을 미루어볼 때, 기존에 문화예술교육 직종에서 종사했던 ‘기간제 및 일용직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하는 구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예술가의 삶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관련 직업 중 최고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예술교육 직종에서, 정말 실력을 갖춘 예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명백한 채용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문화예술교육
『2021 문화예술교육 조사』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은 11.4% 정도로 조사됐다. 10명 중 1명은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여가활동 중 <문화예술관람 및 참여 활동>의 비율이 2.3%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꽤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것일까? 이들의 <내적·심리적 참여 이유>를 보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답한 이들은 13%인 반면, ‘문화예술에 대한 기능 습득 등 자기 계발을 하고 싶어서’라고 답한 이는 6.6%에 머무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단순히 취미생활 혹은 여가활동으로 여기는 측면이 강한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나 레저 등 여타 분야의 교육과 달리, 왜 문화예술교육 에서는 ‘기능 습득에 대한 기대’가 적은 것일까? 우리가 수영이나 골프, 요리 등의 강좌를 수강할 때, 어느 정도의 실력 향상을 염두에 두는 것에 비해 다소 특이한 점이다.
이는 <향후 문화예술교육 참여 희망률>에서 기존 참여자의 4명 중 1명이 ‘다시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과 관련 있다.
이들 중 14.6%는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교육인력의 역량 강화’를 <향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부 노력>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강사의 질적 수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최근 5년간 보급된 문화예술교육의 연평균 프로그램 수는 13,583건, 참여자 수는 265만 명으로 집계되어 상당량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화민주화’의 기치 아래, 양적 보급을 우선하다 보니 질적 수준에 대한 다소 의문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는 인력들을 보면 여타 분야의 교육인력에 비해 채용기준이 무척 관대한 편이다. 정규 학교교육이나 전문 양성과정 없이, 지역 문화 센터에서 수 개월 강좌를 들은 다음, 문화재단 등지에서 공모하는 지원금을 신청하여 강단에 서는 일이 공공연한 현실이다.
전문예술보다 생활예술을 우선하는, 지금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문화예술 정책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국민이 예술에 관심을 갖고,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이상적인 사회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간 예술계에 몸담으며 상당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투자한 소수의 전문예술인을 외면하고, 다수의 생활예술인을 우선하는 현 정책의 방향성은 점점 더 문화예술교육의 수준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차후에는 예술인들이 예술관련 직종에서 종사하며 잘 살아갈 수 있고, 비예술인들도 고품질의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며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점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본다.
※ 위 포스트는 논객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