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아니 벌써 지난 여름이 된 시간들은 손으로 움켜쥐는 모래알 같았다. 나의 몸과 마음은 태양빛만큼이나 과열되었다. 어떤 날은 축축하고 답답한 공기가 내 무력과 맞물려, 사소한 것에도 신경질을 냈었다. 그 열기와 습기에 취해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은 몰랐다. 분명 심한 기복들로 앓고 닳아 지긋지긋할 만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여름을 떠나보내기 아쉬웠다. 나처럼 9월도 조금은 아쉬웠는지, 날씨로 변덕을 부리는 듯했다. 가을이 왔나 하면 하늘은 비를 퍼붓고, 또 가을이 왔구나 면 태양은 열을 쏟았다. 그럼에도 어느덧, 문득 10월임을, 그리고 명징한 가을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내게 계절의 변화가 온몸으로 와닿는 순간들은 언제나 아련하다. 바보같이 지나고 나서야 철 지난 기억들을 마주하고 이해한다. ‘그런 순간이 있었지, 그런 사람도 있었지, 그 기억은 참 의미가 있었네.’ 기억의 모래알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골라내며, 나는 값진 시간들이었다고 뿌듯해한다. 여전히 쿡쿡 찌르는 날카로운 파편들은 어떻게 좋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스스로 설득해 본다. 내가 나였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다. 해야만 했던, 그래서 괴로운 일도 있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됐지만 뜻깊은 일도 있었다. 감사하고 찬란한 날들이었다.
비로소, 정말 10월이구나. 좋아하는 가을 옷들을 꺼내 입는다. 기분 좋게 따사로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함께 걷는다. 든든한 그늘 아래, 낙엽이 은근하게 춤을 춘다. 원래 좋아하던 독서를 계절을 명분 삼아 더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조금 쓸쓸할지도 모를 감정마저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곁들일 정다운 사람들과의 앞둔 약속이 벌써부터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아무래도 쓸쓸하다기엔 들뜨고 설레는 것 같다. 10월의 모래알들은 온기를 조금 더 오래 느껴보고 싶다. 고집스럽지만, 어떻게든 손아귀에 힘을 주어 잡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