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반복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매일 텍스트를 읽고 쓰는 것, 걷기와 운동을 하는 것, 그리고 멍하니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할 일이 없어서 바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하루가 빠르고 짧다. 아침 로비에서 작업하고, 밥을 먹고 쉬고, 저녁에 운동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뭐가 이렇게나 빠른지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금의 삶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무리 일을 줄인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한국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그저 지금의 삶을 조금 더 길게 이어가고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간이 5년 안쪽이다. 물론 평생 일하겠지만, 45살 이후로는 그저 예술인이 되고 싶다. 창조하며, 새로운 형태의 일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 몇 년은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다시 떠나려고 한다. 그때에는 완전히 자유로운 “지구별 여행자”가 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나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무엇을 입고, 무엇을 하는지가 별로 자극적이지 않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니는 너저분한 여행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들의 이완된 웃음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면, 자연스레 나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움직임과 철학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