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_요양원 속으로

짧은 호흡

by 웃는식

오늘은 저녁 수발 시간에 시각 장애인 어르신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평소에 어르신은 자주 영어를 사용하였고, 인기척이 날 때마다 흥겹게 인사도 받아주시며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분이었다.-얼굴 마시지 해드릴 때, 끈적인다며 당장 떼라고 쌍욕을 내뱉은 것만은 빼곤- 식사도 늘 깔끔히 하시며 밥 한 톨, 죽 하나 남기시지 않는 습관을 지니신 분이었다. 이런 장애를 겪고 계시는 분이 오히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더욱더 깔끔한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는 일 같았다



특히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어르신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웬걸 대접 한가득 찬 죽을 계속 휘저으시는 것이었다. 그 연유를 여쭈니 생각지 못해 본 아이디였다. 살살 불어서 먹다 보면 시간도 지체되고 맛도 제대로 못 느낀다고, 차라리 수저로 휘저은 후 뜨거운 죽을 식힌 후 맛도 음미하고, 죽이나 밥 먹는 속도를 빨리하는 게 더 깔끔하고 싹싹 비울 수 있다는 어르신의 생각이었다.


긴 세월 살아오신 경험. 시력 저하를 겪으며 살아온 어르신의 또 다른 노하우였다. 작은 것에도 감탄의 마음이 절로 드는 요양원 생활. 오늘도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방을 나섰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작은 희망을 갖고 사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여기서 근무하는 나.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숨도 고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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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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