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03(금)
요즘은 자러 들어가면 시윤이가 매트리스 위에 올라와서 잘 때가 참 많다. 그러면 보통 아내가 매트리스에서 자고 난 바닥에서 자는데 그게 꼭 험한 자리를 향해 가는 희생의 움직임은 아니다. 두 딸의 사이에 누워 오른손에는 첫째 딸 손, 왼손에는 막내딸 손을 잡으면 양쪽으로 아내의 손을 잡은 것만큼 기분이 좋다(와, 이거 기가 막힌 표현이네. 그치 여보?).
어제는 매트리스에 아무도 없었다. 아내와 나란히 누웠는데 아내가 엄청 금방 잠들었다.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것 때문에(토요일도 아닌데) 여유가 좀 있었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애써 잠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서윤이 손이 너무 잡고 싶었다. 슬그머니 매트리스에서 내려와 바닥으로 갔다.
소윤이는 원래 자기 자리에, 서윤이도 원래 자기 자리에, 시윤이만 서윤이 머리 위에, 그러니까 원래 자기 자리에서 90도 돌아간 위치에 있었다. 원래 시윤이의 자리에 누웠다. 소윤이는 너무 멀리 있었고, 시윤이와 서윤이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둘의 손의 느낌이 비슷하다. 통통하고 폭신하고. 소윤이 손은 훨씬 얇고 홀쭉한 것이 꼭 어른 손을 잡는 느낌이고.
한껏 살이 오른 서윤이는 손에도 살이 찼는지 유독 더 오동통한 느낌이었다.
정작 오늘은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없었다. 딱 5분이었다.
어제 갑자기 아내와 아이들이 타는 차에 시동이 안 걸려서 살펴봤더니 배터리가 나간 듯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렀다. 다니는 정비소 마감 시간 전까지 가려면 바로 출발해야 했다. 정비소에 들른 뒤에는 바로 교회에 가야 했고.
아내는 아이들은 잠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배터리 임시 충전은 30초 만에 끝이 났다. 지하주차장에서 아주 잠깐 안아주고 뽀뽀하는 것으로 오늘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9시가 넘은 시간에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그제서야 아이들을 재웠다면서. 애들 꼼꼼히 씻기느라 오래 걸린 듯했다.
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퇴근했으니 쉴 시간이었지만, 아내에게는 큰일이 남아 있었다. 잡채를 만들어야 했다. 더 큰일도 남아 있었다.
“흑흑. 너무 배고프당. 또 명수네? 아님 참새?”
명수네도 참새도 모두 가게의 이름이다. 아내와 나는 어제부터 얘기했다.
“내일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내일은 왜? 월급 받았으니까?”
“어. 핑계도 많지?”
“그러게”
그냥 금요일이니까 먹는 거지 뭐.